자신의 장단점을 적으시오
자신을 돌아보다 문득 취업 준비 당시의 자소설이 떠올랐다. 성격의 장단점을 쓰라는 항목이 있었는데, 그때 우리는 단점을 솔직하게 적으면 안 된다는 조언을 들었다. 너무 부정적인 내용을 쓰면 서류 통과가 어려우니, 부족한 점이긴 해도 긍정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내용을 담고, 그를 고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적으라는 것이다. 15년이 넘게 지난 지금 정확히 어떤 이야기를 썼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성격이 급하지만, 그 덕에 일 처리가 빠르다' 같은 내용이었을 것이다.
그때 배웠던 것처럼 모든 단점이 반드시 결점은 아니다. 본인이 미숙하다는 것을 아는 것은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정말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면 개선하면 되고, 강점은 더 키워가면 된다. 하지만 본인의 약점을 인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자기 객관화를 하는 과정 자체가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데 중요하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성격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급한 성향은 여전하고, 덕분에 목표가 정해지면 추진력 하나만큼은 엄청나다. 다만 몸이 아픈 지금,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한데 조급한 성격 탓에 그 시간을 버티는 것이 쉽지 않다. 수술로 몸이 큰 스트레스를 받았고, 나이가 들어 나아지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지만, 마음은 여전히 앞서 나간다. '왜 이렇게 계속 아프지, 대체 언제쯤 나을까?' 고민하다가, '아, 내가 원래 급하지' 하고 깨닫는 순간이 있었다. 그제야 조금은 마음을 내려놓고, 회복을 위해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고 인정할 수 있었다.
인간은 완벽하기 어렵다. 약점이 있다면 다른 면에서는 강할 수 있다. 어쩌면 회사 지원 서류에 장단점을 쓰게 한 것은 본인을 먼저 제대로 파악해 보라는 의미였을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지만,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본다면 좋은 방향으로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더 나아질 나를 위해 가끔 내 안의 빛과 그림자를 마주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