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기 위해
세상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고 고른 상태로 존재한다. 태양계의 움직임과 물리적 균형이 낮과 밤, 계절의 변화를 만든다. 지구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이유는 대기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먹이사슬이 제대로 굴러가야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으며, 태어나는 모든 것의 마무리는 죽음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이 살아가는데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용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균형이 맞아야 하는 경우는 몸과 마음, 이성과 감성, 일과 삶, 경쟁과 협력, 목표와 현실 등 끝이 없다.
어느 순간부터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란 단어가 들려왔다. 한국에서는 특히 2018년에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워라밸이 주목받고, 대중화되었다. 2010년에 회사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나는 그 역사 속에 있다. 입사 초기엔 야근이 일상에 회식도 정말 많았다. 자연스럽게 회사가 우선이었고 나만의 시간은 거의 없었다. 뭐든 최선을 다하다 보니 내가 지쳐간다는 것은 인지하지 못했다. 어느 날 허리가 나가면서 병원에서 쉬라고 했지만,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가 결국은 칼을 대야 했고 당연히 몇 달 회사에 나가지 못했다.
그 이후에는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다. 쓰러지면 어차피 일을 할 수가 없기에 자신을 잘 들여다보고 나를 먼저 챙기는 연습을 하고 있다. 지금 어디쯤 와있는지 보고 너무 앞서 왔다면 잠시 쉬어간다. 어딘가 고장 났다면 고치는 시간이 필요하다. 스스로 몸과 마음의 균형을 맞춰야 하고, 내가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조화를 찾아야 한다.
계절에 따라 낮과 밤이 길어지고 짧아지듯이 어느 한쪽은 기운다. 삶은 계속 흔들릴 테지만, 그때마다 중심축을 이동하며 다시 평형을 맞출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 서 있는 자신뿐이다. 위태롭고 험난한 2월이 끝났다. 3월은 조금 단단한 길이 뻗어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