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때? 너의 행복을 찾았어?
너의 세상의 나에게.
요즘 소식이 많이 뜸했지? 잘 지내?
나는 지금 어느 도시 근교에 사랑하는 이와 함께 살고 있어. 마당에는 강아지 두 마리가 뛰어놀다 지쳐 잠들어 있지. 이따 집으로 들여보내달라며 문 앞을 마구 긁어댈 거야. 매번 귀찮지만, 녀석들이 행복하다면 됐지 뭐.
오늘은 주말을 맞아 느지막이 일어났어. 지금은 1층 카페 창가에 앉아 강아지들을 바라보며 이 편지를 쓰고 있지. 배경에는 유튜브에서 고른 '공부할 때 듣기 좋은 음악' 플레이 리스트가 흘러나오는데 꽤 큰 돈을 들인 스피커 덕분인지 괜히 어깨가 둠칫둠칫. 무슨 느낌인지 알지?
카페의 벽 한쪽은 그동안 모은 책과 친구들이 기증한 책으로 가득 채웠고, 중간에는 가벽을 몇 개 세워서 지난가을에 런던에 한 달 살기를 하며 찍은 사진들을 아무렇게나 붙여놨어. 내 마음대로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편하고 재밌기도 해. 언젠가는 잘 정리해 책으로 묶고 싶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네. 뭐, 어차피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아니니까 괜찮아. 지금 위층에서는 아마 그가 글을 쓰고 있을 거야. 물론, 그냥 쇼츠나 릴스를 보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닌가 아직 자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일상이 궁금하다고 했지? 평일의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강아지들과 동네 산책을 해. 사실은 우리가 산책시키는 것이 아니라, 녀석들이 우리를 데리고 나가주는 것 같아. 돌아오면 3층 욕실에서 샤워하고 1층 카페에서 커피를 내린 뒤 강아지 밥을 챙겨주고 나도 샐러드로 간단히 아침을 먹어. 잠깐 마당을 돌아다니며 소화를 시킨 뒤엔 3층 작업실로 올라가. 작업실을 좀 치워야 하는데 매번 어질러져 있어서 정신이 없어. 정리 좀 해야지 생각하다가 그냥 듣기 편한 음악을 틀어놓고 글과 사진을 다듬고 올리면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 뭐 나름의 업무 시간이랄까? 집중하다 보면 점심은 그 자리에서 김밥이나 샌드위치로 대충 때우곤 해.
어느 정도 일이 끝나면 마당에서 강아지들이랑 놀다가 따뜻한 햇살 아래 잠시 낮잠을 자. 해먹에서 바람을 맞으면 기분이 참 좋거든. 한 시간쯤 자고 일어나서는 1층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기타를 치며 큰 소리로 노래를 불러. 요즘은 스트레스가 많지는 않은데 그래도 노래를 부르다 보면 풀리는 것이 있더라고. 아 맞다! 우리 집 지하에는 합주 공간도 있어. 풀 밴드 공연이 가능해서 올 송년회는 사람들과 공연하며 신나게 보낼 거야. 그러고 보니 슬슬 공연 기획도 해야겠다. 생각보다 할 게 많더라고.
저녁이 되면 그와 함께 옥상 옥탑방으로 올라가. 옥탑방 안에 작은 바를 만들어 놨거든. 선반과 투명한 냉장고 안에는 좋아하는 술이 한가득이야. 볼 때마다 뭔가 뿌듯한 게 있어. 보통 간단히 안주를 준비하고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하루를 나눠. 기분이 좋으면 기타 치며 노래도 부르곤 해. 요즘은 그가 노래에 꽂혔는지 자꾸 나보고 기타를 치라고 해서 실력이 몰라보게 늘고 있어. 가끔 친구를 초대하기도 하는데 지난 주말에는 날이 정말 좋아서 친구 몇 명을 불러 바비큐 파티를 했어. 오랜만에 너무 많이 마셔서 이틀은 뻗어있었네. 그래도 정말 신나게 웃었고 많은 이야기를 나눈 즐거운 시간이었지.
밤 아홉 시쯤이면 강아지들과 하루의 마무리 산책을 나가. 어제는 별이 유난히 잘 보여서였을까, 아니면 취기가 꽤 올랐기 때문이었을까. 돌아오는 길에 그가 너무나 사랑스러운 거 있지? 집으로 돌아와 그의 방에서 나눈 시간은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을 만큼 아름다웠어.
너도 예상했겠지만 나는 3층에서, 그는 2층에서 지내. 각자의 공간이 필요해서 집을 지을 때 많은 고민 끝에 그렇게 정했는데 탁월한 결정이었어. 확실히 일에 집중력도 올라가고, 덕분에 수면의 질도 확실히 좋아졌거든. 암튼 보통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면 씻고 넷플릭스를 보다가 하루를 마무리해. 어제도 방에 돌아가 밀린 미드를 보다가 늦게 잠들었네.
행복은 그리 멀리 있지 않더라. 사랑하는 존재와 함께 편안한 공간에서 여유롭고 재미있게 하고픈 것을 하며 살아가는 이 순간순간이 정말 소중해. 너는 어때? 너의 행복을 찾았어? 꼭 답장해 줘. 소식 기다릴게.
다른 세계의 내가
덧, 어제 꿈에 왠지 네 삶을 사는 듯했어. 아직도 많이 아파? 얼른 회복하길 기도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