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역이 떠오르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놀라지도, 배웅하지도 않았다. 기차역은 마치 원래 그렇게 하늘을 향해 있던 것처럼 조용히, 천천히, 먼지와 자갈을 흩뿌리며 땅을 밀어냈다.
공기에는 철과 석탄의 냄새가 스며있었는데, 그 냄새는 점점 옅어져갔다. 높이 올라갈수록 냄새는 색이 되고, 색은 빛이 되었다.
플랫폼 벤치에 누군가 두고 간 가방이 있었다. 잠금쇠가 녹슬어 있었고, 손잡이 가죽은 수십 번의 작별을 기억하는 듯 닳아 있었다. 옆구리가 찢어진 틈으로 바람이 스며들 때마다, 안의 낡은 종이들이 바스락거렸다. 오래된 승차권들이 서로 스치는 소리였을까.
승객은 없었다. 대신, 흰 대리석으로 빚어진 인간 형상의 조각들이 가면을 쓴 채 서 있었다. 어떤 것은 손을 흔들고, 어떤 것은 두 손을 꼭 잡고, 어떤 것은 고개를 젖혀 하늘만 바라보았다.
가면들은 저마다 달랐다. 첫 번째 것은 초승달처럼 가늘고 날카로웠고, 두 번째 것은 반달처럼 반만 빛났으며, 세 번째 것은 보름달처럼 둥글고 매끄러웠다. 가면의 표면에는 미세한 구멍들이 있었다. 달의 크레이터처럼, 혹은 기억이 빠져나간 자리처럼.
철로는 이미 구름을 뚫고 달을 향해 길게 뻗어 있었다. 레일 위로 가느다란 진동이 흘러왔다. 아직 기차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 떨림은 분명했다. 틱-틱-틱. 규칙적인 맥박이 플랫폼을 타고 올라왔다. 조각상들의 어깨가 그 리듬에 맞춰 미세하게 흔들렸다.
역의 시계탑은 달에 닿아 있었고, 시곗바늘이 거꾸로 돌며 같은 소리를 냈다. 틱-틱-틱. 그 소리는 밤하늘의 심장박동처럼 울렸다.
한 아이가 역으로 들어섰다.
아이의 시선 높이에서 조각상들은 거인처럼 보였다. 첫 번째 조각상 앞에서 발걸음이 느려졌다. 손을 흔드는 형상이었는데, 그 손목의 각도가 묘하게 익숙했다. 아이는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다. 목 뒤가 당겼다. 초승달 가면 아래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눈물이 굳은 흔적일까.
두 번째 조각상 앞에서 아이의 손이 허공에 떠올랐다. 차가운 대리석과 손끝 사이의 공간에서 무언가가 떨렸다. 온기의 기억이었을까. 아니면 부재의 아픔이었을까. 반달 가면이 기울어져 있었다. 빛과 그림자의 경계선이 정확히 반으로 나뉘어 있었다.
틱-틱... 틱.
소리가 불규칙해졌다. 시간이 망설이는 것 같았다.
마지막 조각상에 다다랐을 때,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고개를 젖히고 하늘을 바라보는. 보름달 가면이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아니, 아이가 가면을 올려다보았다. 그 순간 구분이 모호해졌다.
그때 손이 얼굴에 닿았다. 무언가 단단하고 매끄러운 것이 있었다.
가면.
가면이 얼굴에 닿는 순간— 수백 개의 손이 흔들어졌다. 수백 번의 작별이 겹쳐졌다. 모두 같은 플랫폼, 모두 다른 시간. 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 기다리는 사람과 잊는 사람. 모든 경계가 가면 속에서 하나가 되었다.
가면 아래로 뜨거운 것이 흘렀다. 그것은 대리석 위에 떨어져 즉시 얼어붙었고, 투명한 구슬이 되어 굴러갔다. 그 안에 작은 무지개가 갇혀 있었다.
틱틱틱틱틱—
소리가 빨라졌다. 거세졌다. 조각상들의 떨림이 커졌다. 그들의 가면 뒤에서 뭔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리석이 숨을 쉬는 것 같았다.
구름이 흩어지고 있었다. 기차역은 이제 대기권 너머로 향하고 있었다. 달이 가까워졌다. 그 표면은 텅 비어 있었지만, 무수한 크레이터들이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가면의 구멍들과 똑같은 모양으로.
기차가 나타났다.
소리 없이, 하지만 온 존재를 흔들며. 그 진동은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아이의 몸속에서도 같은 리듬이 울렸다. 심장이 시계가 되었다. 시계가 심장이 되었다.
조각상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초승달 가면을 쓴 것이 먼저, 반달이 그 다음, 보름달이 마지막으로. 그들의 발걸음은 각자의 시간을 새겼다. 빠르고, 느리고, 거꾸로. 돌이 돌과 스치는 소리가 금속성 울림과 섞였다.
아이도 따라갔다. 마지막 칸에 올랐다.
뒤돌아보니 플랫폼에 그림자 하나가 남아 있었다. 가면을 쓰지 않은 형상의—아이 자신의 그림자가. 그 옆에는 처음부터 있었던 낡은 가방이 놓여 있었다. 이제 그 가방은 새것처럼 보였다. 아니면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일까.
기차가 하늘 위로 미끄러져 올라갔다. 달을 향해. 창밖으로 지구가 작아져갔다. 시계탑의 소리는 이제 들리지 않았다. 대신 침묵이 있었다. 완전한 침묵. 그 적막 속에서 아이의 윤곽이 흐릿해지는 것 같았다. 아니면 기억 자체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기차가 달의 표면에 가까워질수록, 크레이터들이 선명해졌다. 그것들은 구멍이 아니었다. 각각의 크레이터 안에는 작은 역들이 있었다. 수천, 수만 개의 역들이. 모두 하늘을 향해 떠오르고 있었다.
플랫폼엔 이제 그림자와 고요함만이 남았다.
그리고 바닥에 천천히 새겨지는 것이 있었다. 글씨가 아니라 또 다른 그림자였다. 누군가의 그림자. 아직 형태는 불분명했지만, 그것은 분명히 다가오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또 다른 역이 숨을 죽인 채,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틱-틱-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