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울음 (2)

기억의 대가

by Velina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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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두 번째 밤 – 선택


한 달이 지났다.


그 사이 나그네는 일상을 살았다.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했다. 사람들과 말했다. 웃었다. 먹고 잤다.


그럼에도, 모든 것이 흐릿했다. 마치 유리 너머로 세상을 보는 것 같았다. 투명하지만 닿을 수 없는.


손목의 화상은 계속 변하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거울을 보다가 발견했다. 흉터가 갈라지고 있었다. 나뭇가지처럼. 아니, 정확히는 나뭇가지는 아니고, 뭔가가 자라나려는 듯한 모양이었다.


의사는 켈로이드라고 했다. 걱정할 필요 없다고 했다.


어느 날 저녁, 서랍을 뒤지다가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찢어진 반쪽. 누군가의 손만 보였다. 약지에 끼고 있는 반지가 보였다.


사진 뒤에는 자신의 필체로 적혀 있었다. "사랑해, 영원히."


그는 사진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아침마다 커피잔을 건네주던 손. 그의 이마를 쓸어주던 손. 작별을 고하던 손.


가슴이 저릿했다.


한 달째 되는 날, 비가 왔다.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밤이 되자 더 거세졌다. 나그네는 창문을 보았다. 빗방울이 유리를 두드렸다. 그는 일어섰다. 우산을 챙기지 않았다.


골목으로 갔다. 한 달 전, 그 골목.


천막은 그곳에 있었다. 거꾸로 매달린 채. 붉은 불빛이 새어 나오고, 종소리가 바람에 울렸다.


시장은 지난번과 같았다. 병들, 가판대, 늑대들.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시장 깊숙이 걸어 들어갔다.


한 청년이 가판대 앞에서 병을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순응'이라 적힌 우윳빛 병이었다.


"사시겠습니까?" 늑대가 물었다.


청년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화낼 권리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요."


"분노는 양날의 검입니다. 당신을 지킬 수도, 당신을 태울 수도 있죠."


"알아요." 청년이 병을 내려놓았다. "그래도 이건 제가 가진 유일한 힘이거든요. 이걸 놓으면... 저는 아무것도 아니게 될 것 같아서."

청년은 천막을 나갔다. 빈손으로.


나그네는 그 모습을 보았다. 청년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의 걸음은 가벼워 보였다. 단단한 표정이었다.


가장 안쪽에 늙은 늑대가 앉아 있었다.


늙은 늑대는 검은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목 주변의 털이 유독 길고 은빛이었다. 그의 눈은 한쪽은 황금빛, 다른 쪽은 인간처럼 갈색이었다.


그의 앞에는 단 하나의 병만이 놓여 있었다.


투명한 유리병. 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자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마치 병 안에서 무언가가 숨 쉬는 것처럼.

푯말에는 우아한 필체로 적혀 있었다.


침묵의 울음 - 기억 1개


나그네는 병을 보았다.


"이것은... 무엇입니까?"


늙은 늑대가 고개를 들었다. 이중 색 눈이 나그네를 관통했다.


"소리 없는 슬픔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순수한, 가공되지 않은 상실의 감정이죠. 당신이 애써 외면해 온 진짜 아픔을 다시 마주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왜 침묵이라고 부릅니까?"


"너무 많은 소리가 동시에 울려서, 서로를 상쇄시켜 침묵이 된 것입니다. 기쁨의 울음과 슬픔의 울음, 안도의 한숨과 체념의 한숨이 정확히 같은 무게로 균형을 이룬 지점. 그것이 진정한 침묵입니다."


나그네는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나뭇가지처럼 갈라진 흉터. 그리고 늙은 늑대를 보았다.

"당신도 이것을 마셔본 적이 있습니까?"


늙은 늑대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일어섰다. 그의 몸에도 상처들이 있었다. 절뚝거리는 다리, 찢어진 귀, 목에 희미한 목줄 자국.


"한때 나는 인간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한 사람을 사랑했죠. 매일 빵 부스러기를 가져다주던 이. 나는 그를 위해 인간이 되려 했습니다. 마법사를 찾아다녔고, 저주받은 샘물을 마셨고, 보름달 아래서 기도했습니다."

빗소리가 천막을 두드렸다.


"제가 인간이 되려 할수록 그는 두려워했습니다. 늑대도 인간도 아닌 무언가는 그 자체로 공포였으니까요. 결국 마을 사람들이 저를 쫓아냈고, 늑대 무리도 저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마신 겁니까?"


"네." 늙은 늑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제가 잃은 것은 그 사람과의 기억이 아니라,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망상이었다는 것을. 저는 여전히 늑대지만, 이제 인간의 감정을 이해합니다. 완전하지 않기에, 오히려 둘 다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나그네는 병을 다시 보았다. 손을 뻗었다. 병을 집어 들었다.


"어떤 기억을 잃게 됩니까?"


"마신 후에야 알 수 있습니다. 확실한 건, 그 기억이 당신을 붙잡고 있던 것이라면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유..." 나그네가 중얼거렸다. "그게 정말 좋은 것일까요?"


"그건 당신이 판단할 일입니다."

새벽 두 시가 되었다. 조명이 더 붉어졌다. '외로움'의 가격이 최고가가 되었다.


나그네는 병을 들고 서 있었다. 오래. 한참.


"저는..." 그가 말했다. "울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군요." 늙은 늑대가 답했다.


"이것을 마시면... 울 수 있게 됩니까?"


"아닙니다. 울음은 당신 안에 이미 있습니다. 이것은 그 울음이 나올 수 있게 문을 열어줄 뿐입니다."


나그네는 병 입구를 입으로 가져갔다. 그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단숨에 마셨다.


무색무취. 그런데 혀끝에 닿는 순간, 짠맛이 퍼졌다. 눈물이었다—자신의 눈물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눈물이, 심지어 늑대의 눈물까지 섞인 듯한.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동안, 그는 자신이 평생 삼켜왔던 것들을 느꼈다.


열두 살. 할머니의 마지막 숨소리를 듣던 새벽. "괜찮다, 얘야. 울지 마라." 그는 울지 않았다. 강한 손자가 되고 싶어서.


스무 살. 친구의 장례식장에서 느낀 부채감. "넌 아무 잘못 없어." 하지만 그는 알았다. 자신이 말렸어야 했다는 것을. 그날 밤 전화를 받았어야 했다는 것을.


서른 살. 아버지와 나눈 마지막 대화. "자랑스럽다." 그는 고개를 돌렸다. 눈물을 보이기 싫어서. 약해 보이기 싫어서.


그리고 마지막. 커피가 쏟아지고, 사과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그는 괜찮다고 말했다. 정작 괜찮지 않은 것은 커피가 아니라 그들이었는데.


상실의 기억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가 울지 않았던, 울 수 없었던, 울기를 거부했던 모든 순간들이.


그제야 알았다. 왜 모두가 그를 떠났는지. 그는 슬픔조차 나누지 않았다. 혼자 안고, 혼자 삼키고, 혼자 견뎠다. 그것을 사랑이라 믿었고, 배려라 여겼으며, 강함이라 착각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의 슬픔을 함께 나누고 싶었을 것이다. 그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들을 밀어냈다. 닿을 수 없는 마음의 벽 너머로.


눈물이 흘렀다. 소리 없이.


그것은 침묵의 울음이었다.


동시에 머릿속 어딘가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조용히. 부드럽게. 무언가가 사라져 가고 있었다.


커피 냄새. 아침 햇살. 익숙한 존재. "사랑해." 누가 한 말이었을까. 그가? 상대가?


얼굴이 흐릿해진다. 목소리가 멀어진다. 함께 걷던 길이 사라진다.


그는 손을 뻗었다. 잡으려 했다. 잡히는 것은 없었다.


"어떤 기분입니까?" 늙은 늑대가 물었다.


나그네는 한참 후에야 대답했다. "슬픕니다. 그리고... 뭔가 중요한 걸 놓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게 뭔지..."


"그것이 대가입니다. 가장 아픈 기억 하나. 역설적이게도, 그것이 당신을 가장 인간답게 만들던 기억이기도 하죠."


나그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눈물이 멈췄다.


세 시 종이 울렸다. 시장의 불빛들이 하나둘 꺼지기 시작했다. 늑대들이 서로에게 작별을 고했다. 그들의 울음소리가 낮게 울려 퍼졌다—인간의 언어도 늑대의 울음도 아닌, 그 경계 어딘가의 소리.

나그네는 일어섰다. 비틀거렸지만 걸을 수 있었다.


"다시 오실 겁니까?" 늙은 늑대가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나그네가 대답했다. "그래도... 감사합니다."


그는 천막을 나왔다. 비는 이제 그쳤다. 새벽 공기가 차갑고 맑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는 손목을 보았다. 흉터가 변하고 있었다. 나뭇가지가 더 선명해지고, 가지 끝에 작은 점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마치 뭔가가 싹트려는 것처럼.


집에 도착해서 그는 오랜만에 깊이 잠들었다. 꿈속에서 그는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사람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괜찮아"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이 누구의 목소리인지—상대방인지 자신인지—알 수 없었다.


아침이 되었다. 베개에는 눈물 자국이 말라 있었다.



다음 이야기 「침묵의 대화」은 9월 10일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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