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해 본 아르바이트 이야기

by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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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아르바이트에서 잊지 못할 순간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를 초대하여 셋이서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있다. 나는 그날 오전부터 근무 중이었고, 점심시간 짬을 내어 함께 식사를 할 계획이었다. 외할머니,외할아버지는 약속시간이 꽤 지나서야 모습을 보이셨는데 (약속시간을 철저하게 지키셨기에 의아했다.) 알고 보니 나는 바보처럼 두 분께 한글로 ‘빕스’를 찾아오시라고 적어드렸고, 우리 매장간판에는 ‘VIPS’라고 영어로 적혀있었기에 영어를 모르시는 두 분이 그 근처를 한참 헤매신 것이다. 날씨도 더워 많이 힘드셨을 텐데 손녀에게 그런 모습 보이기 싫으셨는지 밝게 웃으시며 들어오셨고, 외할머니는 함께 일하는 직원들 한 명 한 명 손을 고이 잡고 곱게 웃으시며 ‘우리 지은이가 신세를 많이 져요.’라고 말씀하셨다. 그날 외할아버지는 스테이크를 드시던 중 이가 하나 빠지셨지만 너무도 의연하게 냅킨에 감싸 한 쪽에 두시며 마저 식사를 하셨고, 외할머니는 고작 옥수수 스프를 드시면서 맛있다며 아이처럼 좋아하셨다. 스무 살이 되어 오롯이 내 힘으로 번 돈을 가지고 처음으로 밥 한 끼를 사드린 날이다. 그로부터 몇 해가 지난 뒤 외할아버지는 하늘나라로 가셨고, 나는 아직까지 그날 그시간 슬프고도 평화로웠던 우리의, 당신의 모습을 가슴에 담아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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