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도 캔버스 펼치지 않아요. 글쓰기를 좋아해도 책 쓰지 않아요. 모두 시간과 정성을 쏟아내야 하기 때문이죠.
저는 쉬운 것만 해요.
언제부터 산에 가고 육아하는 것이 쉬운 일이 되었어요.
가시가 발에 박힌 채 일주일 걷기도 하고 붉은 독사가 가던 길을 막으면 막대기를 휘둘러요.
육아가 쉬워지기까지 눈물로 정지용 시집에 실린 호수를 만들었는지도 몰라요.
쉬워질 때까지 반복했어요. 반복하다 보니 쉬워졌어요.
그림도, 책 쓰는 것도 반복을 통해 완성된다는 것을 알지만 지금은 쉬운 것만 하고 싶어요.
맨발로 산을 걷고 육아하는 것을요.
바로 지금, 제가 할 일이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