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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책한잔 Oct 23. 2021

독사로부터  배움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

4~5년 전 한 해를 시작하는 다이어리 앞에 이렇게 쓰여 있었어요.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

어떻게 자신에게 집중하는지 몰랐어요. 책을 읽어도  내 것이 되진 않았어요. 다만, 내면 깊숙이 자리하고 있었어요.


농로를 걷다, 산을 맨발로 걷기 시작했어요. 박기량은 변하지 않았지만 자신에게 집중하게 되었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독사 때문이에요. 발 밑을 기어 다니는 독사를 조심하다 보니 살기 위해 기를 쓰는 자신을 만났어요.


세상 소리는 깊은 밤에 찾아와 잠을 쫓기도 하지만 독사만큼 위협적이지 않아요. 날이 밝으면 산에 가요. 흐르는 물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산의 정령이 생각을 씻어 주는 것일까요? 글쎄요. 조금 현실적으로 말하면 독사의 두려움이 세상 소리를 사라지게 해요. 산을 내려와 맑게 빨린 흰 빨래를 널고 닭 모이 주고 아욱, 버섯, 고추를 수확해 아욱 된장국 끓여 먹고 쉬어요. 아이들이 오면 육아에 집중해요. 젖먹이 자세로 아이를 품에 안고 이야기하면서요.


산에서 집중하고 육아에 집중해요. 밤 9시, 아이들이 잠들면 남편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고요.


세상 탓에 재가 되었던 시간이 자신에게 집중하며 온기가 되었어요. 글을 적으며 '내가 이렇게 살고 있구나.'

한번 더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고요. 집중하는 시간을 독사에게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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