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만에 13, 6km를 걸었다. 토요일, 모심었다. 일요일 어지럼증이 돋았다. 월요일 폭우가 쏟아졌다. 화요일 아침 비는 내리지만 걷고 싶었다. 왜 걷고 싶을까? 생각하기 위해서다. 물소리, 새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자연의 소리. 생각이 땡글땡글 포도 알처럼 맺힌다. 가만두면 썩는 포도 알, 수확하고 말려야 건포도가 된다. 생각도 이와 같다.
나의 삶은 방식은 냉정과 열정 중 대부분 열정이다. 온천처럼 끓어오른다. <당신도 골방에서 혼자 쓰나요>에서 선량 작가는
박지은 작가를 보고 당황했다고 썼다.
블로그에 저도 글 쓰고 싶어요.
선량 작가의 댓글을 보고 글쓰기 소개와 인도로 책을 보내 주었다. 작가는 열정을 받아 두 권의 책을 출판했다.
나에게도 글쓰기 불꽃을 전해준 <절망 끝에서 웃으며 살아간다> 강은영 작가가 있다. 강은영 작가는 작가 모임의 나를 불렀다. 카페에 앉아 있던 작가들이 쪼그라든 얼굴을 보며 한마디씩 했다.
“글 쓰세요.”
“자신을 사랑하세요.”
“글 소재가 많네요.”
“저도 아팠어요.”
글 썼다. 삶이 달라졌을까? 아니다. 생사고락은 밀물과 썰물이다. 다만, 글 쓰니 살면서 겪는 일이 다독여진다.
돌이 많은 지역에 집 짓고 밭을 일구다 보니 돌멩이가 많다. 돌 때문에 식물이 자라지 못한 것을 탓하는 것이 아닌, 하나씩 걸러 낸다. 글 쓰며 사는 것도 이와 같다. 걸러내기 위해 쓴다. 길은 백지고 발걸음은 글이다. 걸러야 써지고, 정리된다. 이것이 내가 사는 하루다.
때론, 열정이 아닌 냉정이 되기도 한다. 얼마 전 아이가 다친 사고로 생각이 포도 알처럼 맺혔다. 며칠을 고민했다. 건포도가 될 줄 알았는데 맛도 못 보고 썩어 버렸다. 그럴 때는 자연으로 보내면 된다.
썩어 없어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