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력이 강한 아이의 오래 달리기 인생

by 오늘도책한잔

어렸을 적, 나는 뭐 하나 특별히 잘하는 게 없었다. 공부도, 그림도, 운동도 나보다 잘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런데 초등학교 통지표에는 항상 같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지구력이 뛰어나다.'

설거지를 하던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내가 지구력이 뛰어나다는데, 그거 좋은 거야?"

엄마는 아무 말 없이 설거지만 했다.

'잘하는 건 없지만, 지구력이 있다는 건 나한테 어떤 의미일까?'

자전거를 타고 강둑에 나가, 금빛으로 물드는 강물을 바라보며 생각하곤 했다.

중고등학교 체력단련 시간, 나는 100m 달리기를 23초에 뛰는 아이였다. 하지만 오래 달리기에서는 늘 상위권이었다.

달리면서 속으로 되뇌었다.

'100m는 느려도 괜찮아. 나는 오래 달리기를 할 수 있어! 어차피 인생은 100m 달리기가 아니라 오래 달리기니까!'

살아보니 정말 인생은 100m 달리기가 아니었다.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어떻게 하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정답은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했다.

시골로 이사 와, 매일 맨발로 산을 걸었다.

내가 살기 위해서.

그렇게 걸으며 버텼다.

숨이 막힐 것 같은 날에도 생각했다.

'내일 해가 뜨면, 산에 가면 된다.'

뒤죽박죽 한 마음을 안고 산에 오르면, 모든 것이 괜찮아졌다.

그렇게 1년, 2년… 그리고 지금은 5년째 맨발로 산을 걷고 있다.

어릴 적 지구력이 강하다는 말을 들었던 아이는,

공부를 잘하지 않아도,

그림을 잘 그리지 않아도,

그 지구력 하나로 삶을 버텨가며 살아가고 있다.

사는 것은 결국 오래 달리기니까.

아이와 공부도 그렇게 시작했다.

초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요한이와 매일 문제집 두 장, 영어 독서를 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던 아이와 매일 공부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래도 학원에 보낼 여건이 되지 않았기에,

집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공부를 반복했다.

중학교 2학년이 된 지금도, 매일 문제집 두 장, 영어 독서를 한다.

마치 매일 산을 걷듯이,

공부도 그렇게 하고 있다.

특별한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매일 하는 것이다.

아팠던 날도, 힘들었던 날도,

그저 하루하루 걸어가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어느새,

가장 하고 싶었던 그림도 다시 그리고 있다.

나는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어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사랑으로 살아가는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