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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책한잔 Jan 28. 2021

춤추는 세계란?

아이와 산행




어제 눈이 많이 온다고 했어요. 둘째 아이 유치원 등원하고 집에 오니 먼 산에서 새 하얀 눈폭풍이 미끄러져 넘어오고 있었어요. 요한이와 등산 스틱을 짚고 산으로 갔어요.

쏟아지는 눈에도 언제나 그랬듯이 같이 걸었어요. 혼자 왔다면 어땠을까? 곁에 아이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하던지요. 몸집과 키는 컸는데 얼굴은 겉싸개에 누워 있는 신생아 그대로 모습이에요. 들고 있던 등산 스틱을 접고 아빠 손처럼 두툽 해져가는 손을 잡고 걸었어요.

'나는 왜 시골로 왔을까?'

월출산에서도 1시간 더 들어가야 하는 산중에서 살았어요. 유채꽃줄기를 달큼하게 꺾어 먹던 어린 시절. 밤낮없이 들짐승처럼 뛰어놀았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도시 생활을 했어요. 자연이 그리웠던 것일까요? 20대 물만 보면 뛰어 들어가 친구들과 놀았어요. 고무신 신고 다람쥐처럼 전국에 있는 산을 타고 돌아다녔고요.

초록 풀잎 위에 내려앉은 이슬 같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시골에 집 짓고 살아가요.

문기둥을 잡고 간신히 몸뚱이를 버티며 요한이에게 말했어요.

"엄마가 아프니 네 스스로 학교 갈 준비 해라."
"엄마, 고통 없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어요."

요한이 말에 한 겨울 몇 겹으로 얼어붙은 생각의 얼음을 깨맨발로 걸었어요.

살아가는 것은 고통을 외면하게 하는 것이 아닌, 고통마저 긍정하는 것이에요. 춤추는 세계는 바로 지금 살아있는 대지 위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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