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나를 지키는 싸움

by 오늘도책한잔

살면서 누구나 크고 작은 갈등을 겪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갈등 상황에서도 능숙하게 대처하지만, 저는 늘 그게 어려웠습니다.

어릴 적부터 갈등을 피하는 법만 배워왔기 때문입니다.


“그냥 조용히 넘어가자.”

“네가 참는 게 더 나아.”

이런 말들은 저를 ‘착한 아이’로 만들었고,

그 ‘착한 아이’는 자라서 스스로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기보다 회피했고,

다투기보다 침묵을 선택했습니다.

조용하고 착하게 살아가는 것이

나를 지키는 길이라 믿었으니까요.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늘 그 자리에 ‘피해자’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갈등과 고난, 역경은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수없이 많고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합니다.

처음엔 모든 게 남 탓, 운명 탓, 환경 탓 같았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돌아보니,

정작 내 마음 하나 제대로 돌보지 못한 건 바로 나 자신이었습니다.


철학자 니체의 말처럼

‘자기 극복’이라는 개념을 책으로는 알았지만,

그 의미를 마음 깊이 받아들이진 못했습니다.

그 말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위로하긴 했지만,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떻게 나를 지켜야 할지

정작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저 참았습니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버려지지 않기 위해.


하지만 결국, 마음의 벽은 무너졌습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속으로는 자존감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마치 내성발톱이 살을 파고드는 듯한, 은근하고도 깊은 고통이었습니다.


‘왜 나를 이렇게 대할까?’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압니다.

그건 그들만의 잘못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상황을 묵인하고,

스스로를 ‘검소하고 착하다’며 위안 삼으려 했던

저의 착각이기도 했다는 것을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마음,

사실은 인정받고 싶은 욕구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거절해도 괜찮고,

싫다고 말해도 괜찮다는 것을.


내게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고,

내 공간을 지키기 위해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이 갖는 당연한 권리이며,

스스로를 지키는 선이라는 것을요.


하지만 그 선을 긋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용기 내어 거부하자, 오히려 압박이 커졌습니다.

저는 그 순간 모든 것을 견뎌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이 관계에서 살아남으려면,

거리를 두어야 한다.


내 삶을 지키기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모두에게 착하려는 노력이 아니라,

나를 지키겠다는 단단한 결심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심리 상담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상담실 안에서도 처음엔 또다시 ‘착한 사람’이 되려는 마음이 올라왔지만,

선생님은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들과 연락하면 당신은 다치게 될 거예요.

더는 착한 사람으로 살지 말고,

당신답게 살아가세요.

스스로를 사랑하는 삶을 선택하세요.”


그 말은 제 안에 단단한 경계를 세워주었습니다.

‘이건 내 탓이 아니구나.’


나쁜 관계에서 나를 지키는 것은

이기적인 일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라는 것을요.


이제는 압니다.

고통은 나를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고통은 피하거나 숨겨야 할 대상이 아니라,

정면으로 마주하고 통과해야 할 터널입니다.


물론, 지금도 쉽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거절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고,

불편한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데엔 여전히 용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멈추지 않고 나아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나를 지키는 일은

결국 내가 해야 할 몫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 상처를 회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마주하며,

스스로를 돌보기 시작할 때

비로소 삶은 다시 시작됩니다.


더 이상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

나를 잃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나답게,

그리고 나를 사랑하며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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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해 볼 이야기


‘착한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동안,

나는 얼마나 나를 잃어버렸을까 돌아보게 됩니다.


고통은 단순히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기 위한 통과의례일지도 모릅니다.


그때, 조금만 거절했더라면

지금의 나는 좀 더 괜찮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내가 참고 견딘 것이 정말 사랑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두려움 때문이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지금 내가 지켜야 할 ‘선’은 어디쯤일까요?

모두를 이해하려 애쓰느라

정작 나는 나 자신을 오해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남을 탓하기 전에,

나는 과연 나를 얼마나 돌봐주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사랑받고 싶어 괜찮은 척했던 순간들 속에

감춰진 진짜 내 감정은 무엇이었을까요?


‘이건 내 탓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

이제야 떠오르는 이유는,

그동안 내가 나를 너무 오래 미뤄왔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진심으로,

나답게,

내 마음을 온전히 존중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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