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자연이 답일까?

by 오늘도책한잔


책을 읽는다고 해서 곧바로 깨달음이 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몸에 좋은 음식을 하루 먹었다고 병이 금세 나아지는 것도 아니었고, 운동선수가 단 하루 만에 세계 기록을 세우는 일도 없었습니다. 변화는 언제나 매일의 반복과 꾸준함 속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 과정은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으며, 때로는 지루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진짜 변화는 폭발처럼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행동이 깊은 곳에서 서서히 뿌리내리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지인의 추천으로 영양제를 사게 되었습니다. 노란 타원형 알약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한참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이걸 한꺼번에 다 먹으면 단번에 건강해지지 않을까?’ 스스로도 웃음이 나왔습니다. 영양제는 하루에 한 알씩, 매일같이 챙겨 먹어야 몸에 스며듭니다. 삶도, 육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단번에 완성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그 순간 다시 확인했습니다.
그 무렵 저는 하루에 한 번 농로를 걸었습니다. 마을 어귀에서 시작해 논과 밭 사이를 가로지르는 길, 봄이면 흙길 위에 연초록 새싹이 돋고, 여름이면 풀벌레 소리가 발걸음을 따라왔습니다. 가을이면 황금빛 들판이 길을 물들이고, 겨울이면 하얀 서리가 흙길을 단단하게 굳혔습니다. 그 길을 걷고 돌아오면 몸은 지쳤지만, 집에서는 아이들의 환한 얼굴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몸의 통증도, 마음의 피로도 잠시 물러났습니다.
몸은 여전히 고장이 나 있었고, 마음도 지쳐 있었지만, 자연은 아무 말 없이 받아주었습니다. 그저 그 자리에, 매일 그 모습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계절은 멈추지 않고 흐르고 있었습니다. 바람은 부드럽게 불었고, 산은 묵묵히 나뭇잎을 흔들며 웅장한 소리를 냈습니다. 그 조용한 움직임 속에서 물었습니다.

‘사람의 삶도 저 자연처럼, 소리 없이 매일을 살아가다 보면 조금씩 변할 수 있을까?’
아무리 몸이 삐거덕거려도, 마음이 무너져 내려도, 결국 할 수 있는 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살아야 한다는 것, 그저 숨 쉬는 생존이 아니라 ‘진짜 나’로 살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건강해져야 한다는 것. 왜냐하면 그래야 아이들을 잘 돌볼 수 있고, 그들 앞에 당당히 설 수 있으니까요. 그 생각 하나만 붙들고, 다시 아침을 맞이하며 걷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두렵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이 아픔이 계속 이어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비바람 속으로 이끌었습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걷기 시작하면 제 안의 무언가는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아파트에 살았다면 신호등, 보도블록, 자동차에 자주 걸음을 멈춰야 했겠지만, 자연 속에서는 멈춤 없이 걸을 수 있었습니다. 마치 『좀머 씨 이야기』 속 ‘좀머 씨’처럼, 매일 사계를 걸었습니다. 누군가 뭐라고 하더라도, “날 좀 그냥 내버려 두세요.” 그 말을 속으로 되뇌며 조용히, 묵묵히 걸었습니다.
자연은 제 결핍을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모나고, 삐뚤고, 약하고, 부족한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었습니다. 그 안에서는 억지로 숨지 않아도 괜찮았습니다.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회복적 환경이라 부릅니다. 사람의 정신적 피로와 상처를 완화하는 공간, 그 안에서 우리는 억지로 변하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치유의 방향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농로는 바로 그런 회복의 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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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해볼 이야기
우리는 종종 변화나 회복을 단번에 이루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진짜 변화는 자연처럼 느리게, 조용히 다가옵니다. 큰 나무도 하루아침에 자라지 않고, 강물도 수천 번의 흐름 끝에 강이 됩니다. 지금 당신은 어떤 리듬으로 살아가고 계신가요. 당신만의 ‘매일의 걸음’은 무엇입니까. 그 걸음을 오늘도 이어가고 계시다면, 이미 변화는 시작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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