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서의 삶은 매일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자신을 바꾸고 있었습니다. 도시의 복잡함과 빠른 속도를 뒤로하고 시골로 이사 온 뒤, 매일 아침 농로를 걸었습니다. 그 길은 익숙하고 평온했습니다. 논과 밭이 어제와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맞아주었고, 새소리와 바람 소리만이 배경 음악처럼 흐르는 곳이었죠. 반복되는 풍경 속에서 마음이 놓였고, 한 걸음 한 걸음이 잔잔하게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말했습니다.
“우리 뒤쪽 산책길로 가볼까?”
추석이 다가오던 9월의 어느 아침이었습니다. 부드러운 햇살이 나무 사이로 스며들던 그날, 평소보다 덜 망설이며 대답했습니다.
“그래, 그럴까?”
아마도 시골에서의 시간이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었나 봅니다. 늘 익숙한 길만 선택했었는데, 그날은 조금 더 낯선 길로 발을 옮겨놓고 싶었던 것입니다. 마치 오랫동안 멈춰 있던 시계가 천천히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처럼, 삶도 조금씩 방향을 틀고 있었습니다.
언덕을 오르자 울창한 숲이 펼쳐졌습니다. 길이라고 부르기엔 모호한 오솔길, 풀과 나뭇가지가 복잡하게 얽힌 채 우리를 맞이했습니다. 잠시 발걸음이 멈췄습니다.
‘이 길로 정말 들어가도 될까?’
‘혹시 너무 힘들진 않을까?’
그동안 걸었던 농로는 평평하고 예측 가능한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눈앞의 숲길은 모든 것이 불확실했습니다. 하지만 그 낯섦 속에 묘한 기대감이 스며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남편이 한마디 했습니다.
“한번 가보자.”
그 말 한마디가 모든 것을 바꿨습니다.
숲 속 공기는 달랐습니다.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들었고, 발아래 부드러운 흙길은 걸음을 조용히 받아주었습니다. 습기를 머금은 공기와 나무 향,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 소리가 온몸을 감쌌습니다. 걷는 동안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았고, 머릿속은 점점 가벼워졌습니다.
산책을 마친 뒤 돌아오는 길에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여보, 마치 사우나 다녀온 것처럼 몸이 가벼워졌어.”
그날 밤, 오랜만에 깊고 편안한 잠을 잤습니다. 놀랍게도 평소 걷기만 해도 욱신거리던 무릎과 허리 통증이 훨씬 줄어든 것이 느껴졌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기분 탓이라 생각했지만, 그 후로 여러 번 같은 경험을 하며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자연은 정말 우리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이후 왜 숲을 걸으면 몸이 이렇게 가벼워지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책과 자료를 찾아보다가 피톤치드(Phytoncide)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습니다. 나무가 병균과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내뿜는 천연 살균물질. 이 물질은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면역력을 높이며, 자율신경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특히 오전 10시에서 12시 사이, 햇빛이 강해질 무렵에 그 양이 가장 많다고 하니, 우리가 첫 산행을 했던 시간이 딱 그때였습니다.
숲 속에서 느낀 상쾌함과 통증의 완화는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설명이 되는 현상이었던 것입니다.
그날 이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이 먼저였습니다.
그전까지 늘 익숙한 길만 걸었습니다. 변화가 두려웠고, 새로운 시도는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숲길에서의 경험이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한 걸음 내딛는 용기가 삶을 바꾼다고.
그날의 숲길은 단순한 산책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앞으로 조금 더 나아가게 하는 첫걸음이었고, 삶이 조용히 새로운 방향을 향해 흐르기 시작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한 걸음이 모여, 훗날 더 큰 변화를 받아들일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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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해 볼 이야기
혹시 지금, 당신 앞에도 낯설고 불확실한 길이 있나요?
익숙하고 안전한 길을 계속 걸을 수도 있지만, 때로는 그 길을 벗어나 새로운 한 발을 내디뎌야 할 때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두렵지만, 그 안에 우리가 아직 만나보지 못한 삶의 선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 번쯤, 그 길로 걸어가 보시길 바랍니다. 어쩌면 그곳에서, 지금보다 조금 더 단단하고 자유로운 ‘나’를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