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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호 Apr 27. 2020

'성찰'하는 경영인이 제시하는 원칙

서평: 원칙(레이 달리오 저, 고영태 역, 한빛 비즈)

[ 한줄평]

3 in 1(자서전+인생 잠언집+경영 잠언집)    



Q: 직장 상사인 달리오 씨(저자: 레이 달리오)는 어떤 사람 같아요?                                                                  A: 음 , 좀 치밀하고 집요해서 정이 안 가고 일을 같이 하다 보면 좀 갑갑하지만                                                막상 만나 뵈면 공정하고 개방적인(여기서 ‘개방적이다’라는 말에는 배려가 포함) 분이셔서                          퇴근 후 술자리에서 뒷담화는 못하겠어요. 양심상.


원칙이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원칙주의자라고 하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당신의 상사가 원칙주의자라면 어떨 거 같은가? 주변 사람들이 종종 나에게도 FM이라고 하지만 ‘원칙’, ‘원칙주의자’ 등의 단어에 대해 편안한 느낌을 가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물론 원칙이 무시되면 불공정이 발생하고 정의가 무너지겠지만 원칙대로 사는 사람보단 유연한 사람이고 싶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성공의 이유가 원칙 때문이라고 한다.


고통을 경험할 때 자신을 성찰하라-                                                                                    자신을 돌아보고 다른 사람들도 자신을 돌아보도록 만들어라(p.464)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인 레이 달리오의 원칙은 ‘원칙을 세우기 -> 문제 발생 -> 문제의 원인 고찰 -> 원칙을 수정하고 더 구체화시키기&원칙이 더 늘어남’의 수순을 따른다. 원칙이라는 단어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눈에 띄었던 화두는 ‘성찰’이다. 이는 그의 원칙을 좀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그는 고루한 원칙주의자라기보다 공정성에 바탕을 두고 확장·변화할 수 있는 ‘원칙’을 말한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변하면 그게 무슨 원칙인가 싶겠지만 성찰하는 자세를 바탕에 두고 있기에 생산적이면서도 다른 이에게 이해받을 수 있는 원칙이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이 달리오 특유의 원칙은 그가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열쇠가 되었다. 저자의 인생 회고가 책의 전반부에 배치되어 있고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어서인지 책을 읽으며 레이 달리오라는 사람을 자꾸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가 대단해 보였다가 너무 갑갑하고 틈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가 능력은 인정하지만 친해지고 싶지는 않았다가 여러 방향의 생각들이 들었지만 결국 ‘달리오는 그래도 좀 괜찮은 사람’이라고 결론 내린 이유는 그가 성찰할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성찰한다’는 행위는 자신의 약점을 똑바로 바라보고 이를 받아들이며 발전의 계기로 삼는다는 의미를 가진다. 성찰하기 때문에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으며 타인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책 내용 전반에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관점을 이해하라’ 거나 ‘극단적으로 개방적으로 되어라.’라는 제언이 나오는 이유도 그가 자신을 넘어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책의 제2부 4장에 나오는 ‘사람들의 뇌는 서로 다르게 작동한다는 것을 이해하라’는 내용을 흥미 있게 읽었는데 신경과학 전반을 아우르며 자신과 다른 사람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물론 이 책의 내용 전부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어떤 면에서는 내게 크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 없어 보였다. 저자는 경제·경영 분야의 사람이고 나와는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었기에 그렇기도 했겠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전달하려는 콘텐츠가 좀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개발서를 잘 읽지는 않지만 지난번 읽은 『아주 작은 습관의 힘』같은 경우는 도달코자 하는 목표를 제시하고 그에 이르는 방법까지 자세히 나열했지만 『원칙』은 그저 명제들을 나열해놓아서 다소 장황해 보였고 두루뭉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이 길게 나열만 되어있어서 그런지 2부 이후부터는 약간 잠언집(잠언: 가르쳐서 훈계하는 말)을 읽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잠언집이 나쁘다기보다는 이 같은 경제·경영 자기 발서를 읽는 이들은 성공 혹은 경영·경제 분야와 관련한 정보를 얻고자 읽을 것 같은데 본 도서는 그런 기대에 좀 못 미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판단이 들었다는 의미이다. 한 줄 평을 ‘3 in 1-자서전+잠언집 1,2’라는 식으로 적은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선 부분의 자서전을 읽으면서는 어린 나이부터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라 열정적으로 임하며 삶의 모든 방향을 자신의 목표에 맞춘 한 인간에 대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자신의 실수나 약점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서 성숙해 보이기도 했고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중반부 이후부터는 목표를 향해 달리면서도 꾸준히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태도를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책 페이지수가 700쪽에 이르고 종이책 실물을 접하면 중량도 상당하지만 생각보다 쉽게 읽은 책이고 나름대로 배울 점이 많은 책이었다.(나름대로 라는 말을 붙인 이유는 나는 이처럼 독서모임 지정도서가 아닌 이상 자기 발서를 잘 읽지 않아서 원체 평 자체가 좀 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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