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달리기 보고(1)

9월과 10월의 달리기에 대하여

by SJ in Wonderland

매달 초 페이스북에 지난 달의 달리기 기록을 보고하며 간단한 단상을 써 왔다. 이번 달에는 몇 킬로미터를 어느 정도의 속도로 뛰었고, 기온을 포함한 달리기 환경은 어떠했으며, 무슨 음악을 들었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겠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대체로 한 달에 100킬로미터 이상을 뛰면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간주했고, 그 다음으로 평균 속도를 조금씩 올리는 데 관심을 두고 있었다. 8월까지는 그랬다.


문제는 8월의 마지막 달리기를 할 때 찾아왔다. 늘 그랬듯 트레드밀에서 한창 땀을 내며 달리던 도중에 오른쪽 발목을 공중에서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움직였다. 달리기의 리듬을 깨지 않기 위해 발목에 힘을 주어 서둘러 원래 위치로 돌리는 과정에서 오른발이 그다지 적절하지 않은 타이밍에 트레드밀의 벨트 위로 떨어졌다. 달리기를 마무리할 때 쯤, 오른쪽 발등이 시큰거리기 시작했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그날의 달리기는 이미 월간 목표를 달성하고 난 뒤의 보너스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니 돌이켜보면 굳이 뛰지 않았어도 됐다. 아니 뛰더라도 무리하지 않았어도 됐다. 트레드밀을 그냥 '걷기'만 했어도 상관없었다. 나는 때로 이렇게 아무런 효용이 없는 일에 열을 내다가 스스로를 망치곤 한다. 1999년 겨울, 군대에서 제대한 직후에 PT 시간의 2마일 달리기를 군 시절처럼 해보겠다며 이문동 외대 운동장을 달리다가 무릎 인대가 찢어져 몇 달 고생한 것도 괜한 객기였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혼자 의욕에 가득차, 무리하게 하다가 탈이 난다. 그래놓고는 주변의 걱정과 조언을 '괜찮아, 금방 나아져'라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한다. 걱정과 조언을 진심으로 경청하고 받아들이면 두 번은 실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객기가 '성공'할 가능성에 어느 정도는 늘 기대를 품기 때문이다. 사실 그 기대 역시 객기의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을 뿐인데도.


9월 초의 어느 날, 퇴근 직후 회사 근처의 정형외과를 찾았다. 의사는 뼈에는 문제가 없으나 뼈와 근육을 연결하는 부위에 염증이 생긴 것 같다며 소염제를 처방해 주었다. 약을 꼬박꼬박 먹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 곧 나을 것이었다. 실제로 통증도 그리 심하지 않았다. 나흘 정도를 지내고 나니 다시 달리기를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걸터앉은 상태에서 발을 땅에서 떼고, 오른쪽 발등을 몸쪽으로 당기면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지만, 그 외에는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9월의 첫번째 토요일 오후, 트레드밀에서 속도에 개의치 않고 천천히 뛰기로 했다.


결과는? 당연히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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