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붙어버린 습관에 대하여
1003.56km
나이키+ 런클럽(Nike+ RunClub)앱에 기록된 2017년 1월부터 12월까지의 총 누적 거리다. 앱에 기록된 월별 거리를 모두 더해서 구했다.
월별로 보면, 이렇다.
[1월] 러닝 11회 평속 5'09"/km 총 78.71km
[2월] 러닝 16회 평속 4'41"/km 총 101.1km
[3월] 러닝 15회 평속 4'50"/km 총 104.4km
[4월] 러닝 21회 평속 4'34"/km 총 109.2km
[5월] 러닝 21회 평속 4'15"/km 총 131.7km
[6월] 러닝 18회 평속 4'06"/km 총 130.9km
[7월] 러닝 16회 평속 4'06"/km 총 101.5km
[8월] 러닝 15회 평속 4'01"/km 총 111.0km
[9월] 러닝 3회 평속 4'13"/km 총 15.60km
[10월] 러닝 5회 평속 4'51"/km 총 23.70km
[11월] 러닝 10회 평속 4'34"/km 총 50.34km
[12월] 러닝 11회 평속 4'02"/km 총 50.76km
앱이 1년 단위의 기록을 제공하지 않아서 더할 건 더하고, 나눌 건 나눠서 같은 포맷으로 2017년의 연간 기록을 계산했다.
[2017년] 러닝 162회 평속 4'30"/km 총 1003.56km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꽤나 열심히 달린 해였다. 2016년 11월에 일본 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업무에 복귀하고 발령을 받은 곳이 평일 오후 시사프로그램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이어서 가능했다. 여기에 12월에 집 앞의 헬스클럽에 이벤트 가격으로 1년을 30만 원 정도에 가입한 덕이 컸다.
1월에는 실내외를 오가며 워밍업 삼아 달렸다. 2월에 날씨가 궂은 날이 많아 실내 트레드밀 달리기에 집중하면서 거리를 늘렸다. 월 100km를 넘겨보자는 목표가 그때 생겼다. 가장 긴 거리를 달린 건 5월이었고, 평균속도가 가장 빨랐던 달은 8월이었다. 속도에 집중하다보니 자세를 올바로 잡지 못해 탈이 난 것도 8월이다.
8월 마지막 달리기에서 오른쪽 발등-발목에 통증이 느껴진 이후 9월에는 건막염으로 고생하며 거의 달리지 못했고, 10월과 11월은 회복기를 거치느라 역시 많이 달리지 못했다. 12월에는 몸은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인사발령으로 정치부로 옮기면서 물리적으로 달릴 시간을 많이 만들 수 없었다. 달리기를 하지 못해 한 2주 정도 답답해하다가 12월 20일 경에 정부서울청사 근처의 헬스클럽에 1년 가입. 일하는 틈틈이, 주로 점심시간을 이용해 달렸다. 12월의 달리기는 야외가 4, 실내가 7회. 그래서 평속이 빠른 편에 속한다.
야외 달리기가 평속 4'30"/km 정도 나오는 걸 감안하면 한 달 평속이 그보다 빠른 달은 주로 실내 트레드밀에서 달린 날이 많았고, 느린 달은 야외에서 달린 날이 많았다고 보면 될 듯. 아무튼, 밸런타인데이에도 뛰었고(7.21km 5'00"/km 36:02), 생일에도 뛰었으며(7.02km 평속 4'03"/km 28:31),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뛰었다(5.35km 3'48"/km 20:22). 밸런타인데이에는 안양천 둔치 코스를, 생일과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헬스클럽 트레드밀 위를 달렸다.
1003km의 의미는 크다. 2016년 6월 도쿄타워가 내려다보고 있는 시바공원 주변을 천천히 달리기 시작한 후 2016년을 거쳐 지난해는 달리기라는 취미를 온전히 몸으로 받아들인 한 해였다.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 몸무게는 약 8kg(76kg→68kg) 정도 줄었으니 이것만 해도 큰 선물인 셈이다. 12월 19일에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문진 담당 의사가 "운동을 엄청 하셨네요"하며 '아주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려주었다. 그것만으로도 보람이 있다.
8월에 발생한 건막염 이후 오른쪽 발등은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어쩐지 아무런 통증이 없던 예전으로 이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든다. (통증의 느낌은 이전 포스팅에 조금 더 자세히 써 놓은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다고 아파서 달리기를 못할 정도도 아니다. 오히려 달릴 때는 신기하게도 아픔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요즘에는 운전을 할 때나, 아침에 막 일어났으 때 통증의 '흔적' 같은 게 살짝 느껴지는 정도다. 물론 운전을 오래 하거나 하면 '흔적'이 아니라 '실체'로 통증이 모습을 바꾸기도 한다. 그러나 역시나 달릴 때는 '잘 모르겠다'는 느낌이다. 다시 말하면, 내 몸은 '달리기'를 하나의 완전한 '일상'으로 받아들여 달리기를 해야만 몸이 정상으로 돌아가도록 변화해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습관은 정신에도 영향을 미친다.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한 번 해보자. 스트레스에 관한 이야기다.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달리기를 통해 이를 해소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개념이다. 달리기가 가진 가장 큰 장점 중에 하나가 아마 이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달라졌다. 그건 '달리기를 해야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라는 느낌이다. 명제로 생각하면 A=B이므로 뒤집어 B=A도 성립하므로 같은 말이지만, 말이 갖는 뉘앙스가 약간 다르다. 다시 말하면, 원론적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해법은 여러가지가 있고 그 가운데 하나로 달리기를 꼽는다는 것이 예전의 자세였다면, 이제는 다른 건 스트레스 해소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데 꼭 달리기를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더라, 이런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으니 지금 내 삶에서 달리기를 강제로 소거한다고 하면 그 공백은 꽤나 클 것이다.
2017년을 시작할 때 달리기에 대한 목표를 생각하지 않았던 것처럼, 올해도 달리기에 목표는 없다. 한 달에 100km를 뛰지 못해도 상관없다.(아마 뛰지 못할 것이다. 정치부 기자의 삶에 그렇게 넉넉한 여유는 없다.) 그저 바라는 건 ①큰 부상으로 달리기를 거르는 불상사 없이 ②달리려는 욕구를 지나치게 오랫동안 방치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트레드밀 위든 안양천 둔치든, 발을 잘 감싸는 운동화를 신고 흥겨운 음악을 들으면서, 규칙적으로 팔을 앞뒤로 흔들고 오른발과 왼발을 쉴 새 없이 앞으로 던져 내며 한동안 달릴 수만 있으면 그걸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