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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ni Jun Dec 27. 2018

2018년을 함께 한 영화들 - 2편

영화 결산 - 국내 Best, 종합 Worst, 번외

<2018년을 함께 한 영화들 - 1편>에서 이어집니다.


국내 Best Top 10


평소에는 특별히 생각하지 못 했었는데, 이번에 관람 목록을 정리하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올해 본 한국 영화가 12편밖에 되지 않았다. 해외 영화 편수와 비교하면 반의 반도 안 되는 수인데, 생각해보니 봐야지 봐야지 하고는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영화관에 가지 못 한 채 놓친 영화들이 많았다. (이창동 감독님의 <버닝>은 언젠가 반드시 볼 것이다!)



Top 10. <곤지암>

-단순 페이크 다큐가 아니라 시대를 반영한 '인터넷 방송' 영화. 조회수를 의식하는 연출은 1인 미디어 시대의 암부를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치키챠카쵸코귀신.


Top 9. <수성못>

-치열하게 달려도 마음대로 되지 않고, 그렇다고 멈춰있을 수도 없는 우리 인생. 영화는 다정한 위로를 건네진 않는다. 그저, 오리배를 가둬놓은 수성못도 한 발자국 뒤에서 바라보면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만을 보여준다. 때로는 우리의 삶도, 이 세상도 여유를 가지고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Top 8. <1987>

-나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그때 그 시절. 나에게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준 그때 그 시절.



Top 7. <마녀>

-익숙한 대사에, 익숙한 설정에, 이걸 일일이 대사로 설명까지 해준다. 그럼에도 상당히 강렬했던 액션과 소름 끼치는 김다미 배우의 미소.


Top 6. <암수살인>

-쉬지 않고 달리는데도 절대 지치지 않는 영화. 주지훈 배우의 터져 나오는 광기가 극을 이끌고, 김윤석 배우의 대비가 극을 더욱 세련되게 한다.


Top 5. <강철비>

-딱 봐도 B급 소재인데, 재미와 감동 그리고 의미까지 모두 담아 A급 작품으로 요리해냈다. 이런 쌈박한 결말을 또 볼 수 있기를.



Top 4. <박화영>

-현세는 꿈, 담배연기 속에서야 비로소 피어나는 불편하고 안타까운 현실. 모든 청춘이 아름답지만은 않다.


Top 3. <완벽한 타인>

-영화는 가면 속에 감춰진 추악함을 무자비하게 들춰낸다. 타인을 추악하다 멸시하는 그들의 속은 얼마나 깨끗할까.



Top 2. <피의 연대기>

-학교에서는 배우지 못 한, 하지만 알아야만 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여성 차별'을 인지하지 못 한 채 '역차별'만을 우려하는 사회에서, 진정한 남녀평등을 향한 그야말로 아름다운 노력.


Top 1. <공작>

-표정과 대사에 압도되고, 역사에 빠져들며, 브로맨스에 녹아내렸다.


종합 Worst Top 10


국내 해외 구분 없이 올 한 해 봤던 영화들 중 아쉬움이 아니라 불쾌감까지 느껴졌던 10편을 모았다.



Top 10. <램페이지>

-드웨인 존슨 배우 매우 좋아하고 괴수물도 매우 좋아하는데, 무언가 부족했던 영화. 원래 그런 영화긴 한데 정말 그냥 부수기만 하는 영화였다.


Top 9.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

-뛰어난 배경 작화와 3D 모델링, 좋은 메시지들에도 불구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캐릭터들의 행동과 전형적인 오카다 마리 식의 막무가내 신파는 관객들의 눈물은 흘려도 공감은 이끌어내지 못 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 한 나머지 정작 핵심이 되는 메시지의 개연성을 잃고 말았다.


Top 8. <더 프레데터>

-이건 <프레데터>가 아니다. 감독의 자기만족 스페셜이지. 브런치 글



Top 7. <신과함께-죄와 벌>

-신파를 넣으려면 관객이 감정을 이입할 기반을 제대로 마련해줘야 하지 않았을까. 오매불망 '어머니'를 외친다고 모두가 슬퍼해주는 건 아니다. 감정이입 안 되는 스토리+화려한 CG라면... 혹시 이것도 DC 유니버스...?!


Top 6. <다운사이징>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는 알겠는데, 욕심을 너무 많이 부렸다. 배가 산으로 가니 용두사미가 돼버린 결말.


Top 5. <퍼시픽 림: 업라이징>

-이제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 세상을 구한다. 그럼 차라리 중국어로 만들지 왜 영어 했다가 중국어 했다가 헷갈리게 할까. 지나치게 빠르고 지나치게 가벼운 영화.



Top 4. <도쿄 구울>

-일본의 전형적인 양산형 실사화. 인간과 구울 사이의 경계에서 주인공이 느끼는 내적 갈등은 사라지고 그냥 밑도 끝도 없이 울기만 한다. 실사화 이야기는 밑에서 조금 더...


Top 3. <살인 모기의 습격>

-나름 클리셰를 깨보려고 시도해본 것 같으나, 그마저도 진부하고 평범했다. 무엇보다 촬영 후 따로 녹음을 해서 더빙을 한 건지 의문이 들 정도로 어색한 연기와 영어는 1시간 30분 동안 내 선택을 후회하게 했다.



Top 2. <메가로돈>

-메갈로돈이 재미에 개연성까지 먹어버렸나 보다.


Top 1. <인랑>

-"인랑이라고 들어봤나. SF 액션의 탈을 쓴 멜로야."


번외. 한 마디 하고픈 영화들


순위권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인상 깊게 재밌거나 아쉬워서 한 마디 하고픈 영화 6편이다. 순서는 순위와 관련 없이 가나다 순으로 적었다.



1. <극장판 포켓몬스터: 모두의 이야기>

-드디어 흑백논리식 선악구도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포켓몬스터 극장판. 사람과 포켓몬이 함께 성장하며 두려움과 아픔을 극복하는 가장 포켓몬스러운 영화였다. 사실 특전 포켓몬이나 받으러 갔었는데, 예상외로 탄탄한 영화에 놀랐다.


2.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너무 사랑하는 원작,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는 영화들. 작화와 음악만큼은 다른 애니메이션들과 비교를 불허하지만, 후반부 연출은 임팩트가 부족했다. 뒤에서 터트리려고 전반부의 감정을 조절했나 싶더니 결국은 불발탄이었다. 그리고 이런 아름다운 스토리에서까지 꼭 섹스어필을 해야 했을까.


3. <아인>

-성공적인 실사화에 박수를 보낸다. 실사 영화는 원작의 검증된 스토리와 충성심 높은 독자들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관람객 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일본 코믹스 기반 실사 영화는 영상화 자체에 의의를 두는 팬 서비스에 그쳐왔고, 코스프레 파티 수준의 퀄리티로 상술한 장점을 발휘하지 못 했다. 일부 설정과 표현을 변경하더라도 영화라는 미디어의 특징과 소비자층을 고려한 새로운 작품을 창조해내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실사화다.



4.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

-사랑을 했던 사람,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 사랑을 하고 싶은 사람 모두가 봤으면 하는 영화. 다소 올드하게 느껴질 수 있는 스토리를 굉장히 재치있고 기발한 장치들로 보완했다. 제목과 포스터부터 궁금증을 유발하지 않는가. 여담이지만 나쓰메 소세키의 번역에 대한 일화를 아는 사람들은 보면서 두 남녀가 더욱 귀엽고도 답답하게 느껴질 것이다.


5. <클로버필드 패러독스>

-풀지는 않고 늘어만 가는 떡밥과 설정들은 쌍제이 감독의 특징이니 이제는 그러려니 하면서 보게 된다. 이 영화에 대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언어다. 언어의 다양성은 절대 잘못된 것이 아니지만, 이 영화에는 그에 대한 설명이 전무하다. 장쯔이 배우는 오직 중국어로만 말하는데 대체 왜 영어를 사용하는 다른 인물들과 의사소통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 물론 다들 2개국어가 가능하다는 설정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럼 그걸 관객들에게도 좀 알려주면 안 되는 걸까. 영어권도 중국어권도 아닌 제3국 관객의 입장에서, 너무 자연스러운 이들의 대화가 오히려 더욱 어색하게 느껴졌다.


6. <호텔 아르테미스>

-<존 윅>을 기대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액션이 아니라 감성드라마였다. <인랑>도 그렇고 이 영화도 그렇고 예고편과 마케팅으로 관객들을 기만하지는 말자.


한 마디라고 했지만 적다보니 살짝 길어졌다. 이번에 정리를 하며 몇몇 영화들에 대해서는 더 길게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는데, 후에 다른 글로 다시 찾아올 수 있으면 좋겠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약 반년 정도 브런치 활동을 해봤는데, 새해에는 조금 더 영역(?)을 넓혀보고 싶네요. 영화 리뷰의 횟수도 늘리고 싶고, 조금 더 가벼운 컨셉으로 글을 적거나 작품 외에 더 큰 시장과 기술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요.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한해의 마무리 잘 마치시길 바라겠습니다. (이러니 올해 마지막 글인 것 같은데 아마 연말에 마지막 글이 하나 더 있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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