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정신없고 다사다난했던 2018년이 끝나간다. 내가 영화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건 2015년이었지만, 작년까지는 정말 영화를 보기만 했었다. 물론 나름대로 생각도 하고 지인들과 이야기도 나누었지만, 이를 기록으로 남기지는 않았다. 이 시절에 내가 남긴 기록이라고는 영화관 앱의 예매 기록뿐이었다. 주변에서 연말마다 영화 결산에 대해 이야기해도 그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그들이 정리한 목록들을 보기만 했을 뿐이었고, 나와는 다른 - 보다 전문적인 평론의 경지에 오른 - 사람들의 문화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다 2018년, 나도 '나의 공간'을 만들게 되었다. 왓챠 앱을 통해 별점과 짧은 평을 남기기 시작했고, 두 분의 선생님께 권유받아 브런치에도 글을 쓰게 되었다. 언제나 시작이 어렵다고 한다. 일단 시작만 하면 그다음은 '여태 이걸 못 하고 있던 거야?'라고 생각될 정도로 일이 잘 풀릴 때도 있는데 말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부끄러워서, 두려워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해서 시작점으로부터 도망쳐왔지만, 이제는 쉬지 않고 앞으로 달리고 싶은 지경이다. 그럼 변화의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기분으로 올해 개봉 영화 중 '국내/해외 Best'와 '종합 Worst', 그리고 순위권은 아니지만 '한 마디 하고픈 영화들'을 정리해보았다.
해외 Best Top 20
Top 10을 선정하는 마음으로 정리를 시작했지만, 해외 작품들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수가 많기 때문인지 도저히 10편 만을 뽑을 수가 없었다. 순위 정하기가 이렇게 힘든 일일 줄이야. 짜장이냐 짬뽕이냐 이상의 난제였다.
Top 20. <굿타임>
-형은 범죄를 통해 동생을 구원하고자 한다. 하지만 동생은 행복할 수 있었을까. 검붉은 네온 아래서 도망치듯 달리는 형의 세상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동생에게 있어서 진실된 '굿타임'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Top 19. <서던 리치: 소멸의 땅>
-모호한 초반을 지나면 갈수록 그 환상에 몰입되고, 생각하게 되고, 끝내는 경외심을 갖게 된다. 초월적 공간을 통해 인간의 마음속에 내재된 미지에 대한 공포를 보여준 초현실주의 영화. 두려울 정도로 아름다운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없었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무너진 왕국은 변화를 위한 초석. 후안 감독은 '공룡 어드벤쳐'로 변한 <쥬라기 시리즈>에 그림자의 미장센을 활용해 다시 초심을 상기시켰고, 결말을 통해 후속작으로의 연결고리를 확고히 했다. 브런치 글, 결말에 대해
Top 16. <원더>
-주인공 어기에게 초점을 맞추면서, 동시에 다른 모두에게 스스로의 이야기를 할 기회를 준 다정한 영화.
Top 15. <탠저린>
-소수지만 소수가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 휴머니즘을 강조하며 그들을 약자로 묘사하지 않고, 같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로 담아냈다. 거침없는 발걸음과 강렬한 음악의 조화는 약자가 아니라는 그들의 의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Top 14. <리벤지>
-광활한 사막과 클로즈업된 신체부위, 픽스샷과 스테디캠의 대비가 극의 긴장감을 높이고 재빠른 교차편집이 극에 속도감을 부여한다. 주인공 제니퍼는 남성들에게 성적으로 사냥당하지만, 순간 사냥꾼과 사냥감이 뒤바뀐 통쾌한 복수극이 시작된다.
Top 13. <업그레이드>
-우리는 기계로 덮인 세상에서 기계를 이용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업그레이드를 향한 인간의 욕망은 영화처럼 기계를 몸에 이식하며, 기계와 몸을 공유하고, 이윽고 기계에게 그 몸을 내주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액션 외에 영화의 설정에서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믿고 보는 블룸하우스 영화. 브런치 글
Top 12. <고스트 스토리>
-창작과 소멸이 반복되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도 누군가의 흥얼거림과 누군가 숨겨놓은 쪽지를 찾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롱테이크와 픽스샷으로 고스트의 시선을, 또 그 고스트를 바라보는 다른 고스트의 시선을 표현했듯이, 스크린 앞에 앉아 있는 관객도 결국 한 명의 고스트가 아닐까.
Top 11. <몬몬몬 몬스터>
-인간 같은 괴물과 괴물 같은 인간의 대립 속에서 성장하는 주인공. 우리에게도 자신의 마음속 괴물을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브런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