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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ni Jun Jun 08. 2018

변화를 위한 초석,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시리즈의 진화를 위해 기꺼이 왕국을 무너뜨리다

*본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쥬라기 시리즈의 5번째 작품이자 <쥬라기 월드>(2015)의 후속작인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이 새로운 감독, 새로운 공룡들과 함께 돌아왔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보여준 영화라는 마법은 아이와 어른 모두의 마음속에 공룡의 매력을 꽃피우게 했고, 많은 초등학생들이 장래희망으로 고고학자를 꿈꾸게 했다. <쥬라기 공원>의 기록적인 흥행 이후 시리즈 2편과 3편의 혹평, 그리고 ‘공원 트릴로지’ 이후 14년간의 공백을 날려버린 <쥬라기 월드>의 성공은 제목 그대로 전 세계에 공룡의 부활을 알렸고, 관객들에게 후속작에 대한 기대를 심어줬다. 그리고 그 기대를 증명하듯 개봉 첫날 11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폴른 킹덤>은 출발에서부터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번 영화의 감독인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는 쓰나미 속 가족의 사투를 그린 <더 임파서블>과 한 소년의 성장통을 다룬 <몬스터 콜> 등을 통해 이미 유망한 차세대 감독으로 주목받고 있었다. <몬스터 콜>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어두움의 표현과 조명 활용에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 어두운 실내에서 한정적인 조명을 통해 인물의 심리를 나타내거나 그림자와 실루엣을 활용하여 ‘괴물’을 그려내는 장면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몬스터 콜> (2016)


이러한 그의 특기는 이번 영화에서도 여러 장면에 사용되어 극의 긴장감을 높이거나 메시지를 확고히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멀리 갈 것 없이, 영화의 오프닝부터 그러하다. 수면 위로 비치는 모사사우르스의 거대한 그림자, 번개의 불빛으로 순간 보이는 렉시(티라노사우르스)의 모습은 그들의 존재를 관객들만 알게 하여, 영화 속 인물들에게 곧 닥칠 비극의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또한 <폴른 킹덤>의 메인 악역인 인도랩터의 등장 장면에서는 그림자를 통한 감독의 미장센이 돋보인다. 공룡 경 중반에 이벤트의 일환으로, ‘제작’ 중인 인도랩터의 프로토타입이 공개됐는데 전기충격기의 불빛에 의해 경매장 벽에 드리운 인도랩터의 그림자는 벽을 가득 채울 정도로 거대하게 표현되었고, 경매인들은 그림자 – 정확히는 우리(cage) 안의 인도랩터 – 를 올려다보며 공포에 몸을 떨었다. 거대한 그림자는 인도랩터의 흉포함과 그를 향한 경매인들의 두려움의 크기를 나타내고, 화면 아래쪽으로 작게 표현된 사람들과 그들의 위를 향한 시선이 경매장에 감도는 공포를 증폭시켜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감독은 실체가 아닌 그림자를 보여줌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대상을 상상하게 하였다. 정확한 모습이 아닌 실루엣만이 확인되는 그림자는 일종의 ‘미지’이다. 그리고 바요나 감독은 이러한 그림자의 특성을 이용하여, 관객들이 사실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지에 대한 공포’를 느끼도록 유도했다.


물론 실루엣의 사용은 공포와 두려움의 연출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화산이 폭발한 섬에서 모두가 배에 올라타 빠져나온 뒤, 홀로 부두에 나타난 브라키오사우르스는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영화는 섬에 도착한 직후 ‘삼성 이노베이션 센터’ 앞을 지나가는 브라키오사우르스를 보여주며 <쥬라기 공원>의 기념비적인 – 그랜트 박사 일행이 처음으로 공룡과 마주한 – 장면을 오마주해 보여줬다. 클레어의 대사처럼, 공룡을 처음 본 순간 영화 속 인물들도, 그리고 관객들도 모두 기적을 보는 듯한 신비로운 순간을 경험했다. 하지만 <쥬라기 공원>의 시작을 알린 브라키오사우르스는 연기 속으로 사라지며 이내 쓰러지고 말았다. 이는 영화의 캐치프레이즈인 “THE PARK IS GONE”을 의미한다. 화산 폭발로 인해 물질적으로 ‘쥬라기 공원’이 사라졌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우리가 기억하는 꿈과 기적의 결정체였던 ‘공원’이 인간의 욕망에 의해 무너져버린 것을 상징하고 있다.



25년을 이어져온 쥬라기 시리즈는 그 시간이 증명하듯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고, ‘월드 트릴로지’를 통해 팬들의 수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세대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쥬라기 시리즈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공룡’이라는 소재가 매력적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천재 감독의 영향력일까?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쥬라기 월드>와 <폴른 킹덤> 모두 ‘공원 트릴로지’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영화 속에서 이전 작품들을 오마주 하거나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번 영화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장면들은 우선 앞서 언급했던 ‘브라키오사우르스 장면’, 공룡 무리를 피해 ‘나무 뒤에 숨는 장면’, 그리고 록우드 저택에서 ‘메이지가 인도랩터로부터 도망치는 장면’들이다. 이런 식으로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연출은 – 다소 작위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 성공적이었으며, 그들을 잃지 않고 팬층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에 더해 <폴른 킹덤>은 이전까지의 어드벤처 영화의 느낌보다는 공포와 철학적인 메시지에 중점을 두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이전과는 다른 시대상을 반영하여 새로운 관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자, 시리즈 자체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초석으로 작용한다.



영화의 부제(Fallen Kingdom)처럼 공룡들의 왕국은 무너졌다. 하지만 영화는 엔딩을 통해 더 이상 공룡들이 우리(cage) 섬에 갇혀 있지 않고 인간 사회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무너진 것은 ‘기적’이 아니라 그 기적을 가둬놓은 ‘철조망’이었던 것이다. 물론 풀려난 공룡들로 인해 사회에는 혼란이 일 것이며 많은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생명은 길을 찾아낼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이 어디로 향할지 우리는 후속작에서 확인해보도록 하자.


-Welcome to Jurassic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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