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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ni Jun Dec 27. 2021

2021년, 용기와 위로의 극장가

영화 연말 결산 - 국내 Best 10, 종합 Worst 5

서문은 해외 Best 글에 있습니다.



국내 Best Top 10



Top 10. <어른들은 몰라요>

-날카롭고 처절하다.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아픔에 어른들이 침묵해버린다면, 그건 그저 어둠으로 비칠 뿐이기에. 그 마음이 같아서였을까. 영화를 보며 불쾌하거나 괴롭기보다는 한없이 슬프고 허탈했다. 살기 위해 우린 죽어야만 했기에.


Top 9. <아이>

-또 하나의 김향기 표 착한 영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우리네 일상 속에 있는 따스함. 영화적으로 좋은지 묻는다면 답하기 어렵지만, 보는 이를 위로하는 따스함으로 충만한, 분명히 좋은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세상의 모든 '비정상'들에게.


Top 8. <혼자 사는 사람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상투적인 표현,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사실은 공감하고 있는 그 말. 그것을 받아들이고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지탱해줄 수 있도록. 함께를 강요하는 대신, 혼자 사는 사람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영화.



Top 7. <인질>

-배우 본인이 본인을 연기함으로써 극대화되는 현실감과, 그것을 더욱 공고히 하는 배우들의 연기력. 평범한 납치물로 지나갈 뻔한 영화가 소름 돋는 현실로 다가온다. 그리고 한 번의 엔딩 이후 영화는 새로운 시각을 시사하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누가 그들을 인질로 만들었을까.


Top 6. <빛과 철>

-누구를 믿어야 할지, 무엇을 쫓아야 할지. 하나씩 밝혀지는 비밀과 각자가 키워가는 믿음 아래에서,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피해자 또 가해자가 되기를 반복한다. 저마다의 믿음에 사로잡힌 두 주인공의 광기가 잊히지 않는 영화.



Top 5. <모가디슈>

-<군함도>로 잠시 흔들렸던 류승완 감독이 보란 듯이 무장하고 돌아왔다. 정치나 신파에 매몰되지 않은 채, 깔끔하고 세련되게 탈출극을 그려낸 선택과 집중의 승리.


Top 4. <아이들은 즐겁다>

-우리도 다 겪었으면서, 어른이 되면 다 잊어버리는 걸까. 마냥 즐거울 뿐인 아이는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자신의 웃음이 최선임을 알기에, 아이들은 오늘도 즐거우려 한다는 것을.



Top 3. <십개월의 미래>

-블랙코미디에서 스릴러로, 그리고 불안을 이겨내는 희망으로. 그저 주는 대로 잘 먹고 잘 싸며 잘 낳는 가축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행복할 수 있는 미래가 되도록. 영화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또 질문하며 우리가 능동적으로 답을 찾아가게끔 했다.


Top 2. <최선의 삶>

-우리의 과거에는 반짝이는 추억만이 아니라 이유를 알 수 없는 아픔들도 함께했음을. 잘못되었고 뒤틀렸지만, 아픔에 익숙해지고 무뎌지기 위해 더 큰 아픔을 기꺼이 삼켜내었다. 영화를 통해 우리의 과거를 직시하며 과거의 나를 보듬어줄 수 있기를. 아프도록 최선이었던 우리의 삶에게 위로가 될 수 있기를.



Top 1. <세자매>

-보여주지 않아도, 들려주지 않아도, 설명하지 않아도. 만연해있던 폭력의 그림자는 여전히 남아 그들을 옥죄었다. 구원이 오지 않는 벼랑 끝에서, 살고 싶기에 죽게 해달라고 빌 수밖에 없는 불안정한 감정들을 영화 속 세 자매는 너무나도 공감되게 연기했다. 아니, '연기했다'는 말이 실례가 될 정도로, 스크린 속 그들은 진짜로 그 자리에 살아있었다.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을 흘리면서도, 결단코 변하지 않는 참담한 현실에 실실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종합 Worst Top 5



Top 5. <기적>

-하나의 영화 속 따로 노는 두 개의 이야기. 무엇을 노렸는지는 알겠으나 과잉된 신파에 그 연결점이 묻혀버렸다.


Top 4.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

-캐릭터 영화에서 캐릭터를 버린다면. 길 잃은 프랜차이즈 속 낭비되는 배우들의 연기와 마블 파워에 빠져나갈 내 통장 잔고만이 아까울 따름이다.



Top 3. <미션 파서블>

-허접한 코미디와 유치한 캐릭터에 발전 없는 스토리.


Top 2. <몬스터 헌터>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처참한 CG와 원작 훼손 격의 설정, 같잖은 후속 예고. 초콜릿을 더 달라고 따라다니는 원주민은 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설정일까.



Top 1. <싱크홀>

-총체적 난국. 싱크홀 아래에서 캠프파이어라니.




안 그래도 영화를 많이 보지 못했던 한 해였기에, 숙제처럼 찾아보던 망작들도 본의 아니게 대부분 피하게 되었다. 물론 역대급 망작에 들어갈 <싱크홀>을 본 시점에서 큰 의미는 없겠지만, 예년에 비해 Worst 후보들 정리하며 한숨 쉬는 일이 없어서 조금은 싱겁기도 했다. 내가 바라지 않아도 망작들이야 또 찾아오겠지만, 내년에는 이쪽 숙제도 더 노력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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