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아따 오늘도 다 이 방에 모여이꾸마. 이따 포카 함 쳐주나? 근디 오늘 나가 누굴 봤는지 아요?
B: 그걸 우리가 어찌 아끄시냐!
C: 야가 낯짝이 불그스름항걸 봉께 일단 여잔 거 가튼디.
A: 거그 사회과학대학 뒤쪽으로 기숙사로 통하는 길 있잖소. 아까 오후에 거글 올라가는디 멀리서 바도 먼가 광채가 느껴지는 여자가 나한테로 내리오드랑께.
D: 시력도 시원찮은 놈이 하여튼 그릉 건 아주 잘본당께.
B: 야가 그른 데로 도가 텄잖소. 일단 좀 들어나 봅니다. 그랴서 그 다음은!
A: 머리도 겁나게 작고 전체적인 비율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닝거 가뜨라고. 나가 또 한 수줍음 하잖소. 그랴서 올라감서 빤히는 못 쳐다보고 걍 힐끔힐끔 얼굴을 좀 살피바뜨마.
C: 살피바뜨마! 머 니가 아는 사람이디?
A: 아따 김태희드랑께 김태희!
D: 흐미 이 새끼 오늘 쌔뽁 터졌구마에. 근디 진짜 김태희디?
A: 아따 나가 이릉 거로 구라트능거 바쏘? 시방도 쪼까 다리가 후달리능구마에~
C: 학교를 오래다닝께 별일이 다 생기능고마. 얼른 졸업이나 해라 새꺄.
B: 흥분하지말고 썰 좀 더 풀어바라. 그랴서 머 말이라도 쪼까 걸어반냐?
A: 말은 무슨 말이다요. 김태흰걸 확인하고 고개 쑤구리고 걍 지나쳐부찌. 솔찬히 부끄럽뜨마.
D: 텄네 텄어. 야는 항상 결정적일 때 지 스스로 아사리판을 만든당께.
B: 글믄 머 아무 일도 안 일어낭거네. 걍 김태희 한 번 봉거로 끝이구마. 에라이~
A: 아따 시방 나가 그거가꼬 이리 썰을 풀거쏘. 그랴도 먼 일이 이써씅게 시방 이르고이찌.
C: 어쩐지. 이 새끼가 아까부터 숨을 짐승같이 헐떡거리능거 보고 먼가 있다 싶었당께. 머냐?
A: 일단 그리 지나치고 몇 발자국 옮기다가 함 더 보고 싶어서 뒤를 돌아반는디.
B: 반는디?
A: 아따 갸도 날 볼라고 뒤를 딱 돌아보드랑께. 눈이 마주쳐부러쏘. 몸땡이가 떨리불든디~
C: 이 새끼 또 소설쓰고자빠젼네. 하여튼 틈만 나믄 구라를!
A: 아니랑께. 나가 머할라고 이릉 거로 뺑끼 치그쏘.
B: 글믄 니는 아까 눈이 마주칭거 가꼬 이거이 무슨 의밀까 싶어서 시방 우리한테 노가리 푸능거냐?
A: 궁금하자네. 나야 글타치고 갸도 일부러 나를 한 번 더 볼라고 돌아바따능게.
C: 나가 봤을 땐 딱 이거고마. 니는 김태희 이쁜 얼굴 함 더 보고 싶어서 뒤돌아봉거고, 갸는 '머 저러케 생긴 인간이 다 있지?' 호기심에 확인차 돌아봉거고.
A: 긍가?
D: 아따 명쾌하고마. 이 말 안해조쓰믄 야 오늘 밤잠 설쳐부러끈는디~
B: 그릉 걸 머라 근지 아냐?
A: 머라 그요?
B: 기억할 만한 지나침.
A: 아따 먼가 좀 있어 보이는디.
B: 시간 날 때 기형도 시인의 시나 한번 바바라. 개안타.
A: 먼 시 제목이나 대능갑꼬마에.
C: 야는 시방 기분이 개같을꺼인디 먼 시 야그를 하고자빠젼냐? 이따 포카침서 야한테 돈이나 좀 꼴아조라.
A: 아따 그나저나 아까까지만 해도 두근두근핸는디 갑자기 써금써금해불고마에~
D: 인생이란 게 원래 그리 서글픈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