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준식 May 24. 2022

당신의 성공경험을 이야기해 주세요

[윤준식 사용설명서-프롤로그(3)] 2022.05.24.

얼마만에 쓰는 브런치 글인가 모르겠다. 7개월 동안 글이 올라오지 않았다며 브런치로 돌아오라는 카톡 알림 메시지를 받은 지도 오래된 것 같다. 그간 여러가지 사정으로 개인적인 내용이 담긴 다소 긴 글을 쓰는 게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리퀘스트를 받으면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나의 성격 탓에 오래간만에 브런치 복귀에 나섰다.


참 묘하다. 구독자 수도 얼마 없고, 조회수도 얼마 안 나오는 나의 브런치이지만, 페이스북의 여파 때문인지 "이런 이야기도 들려달라"는 식의 리퀘스트가 있다는 사실... 덕택에 리퀘스트에 힘 입어 완전히 잊히기 전에 브런치로 돌아오는 것 같다.


사실 리퀘스트를 받은 지도 3개월이 지났다. 리퀘스트 주제 자체가 내게는 답하기 어려운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오늘 발행하는 글의 제목과 동일한 리퀘스트라서다. "당신의 성공경험을 이야기해 주세요"


그런데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봐도 성공경험이 떠오르지 않았다. 실패 경험이 무지 많다보니 실패의 최종 말단부분은 분명히 성공이었을 것이라 쉽게 생각했는데 말이다. 실패의 마지막에서 반전이 있었던 적이 없었다. 이왕 말 나온 김에 구구절절 실패담을 늘어놓아볼까 싶었지만, 오늘의 주제는 '성공경험'이므로 넘어가도록 하겠다.


리퀘스트를 위한 묘수:

성공경험이 없으면 성공경험을 만든다


여튼 리퀘스트 수행을 위해 내가 내린 묘수는 성공경험을 쌓는 것이었다. 안그래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숙제가 있었는데, 어떻게든 그 일을 완수하면 작은 성공 한 건이 기록되는거 아니겠는가? 그래서 나는 또 부지런을 떨어야 했다.


그리고 또 하나, 나의 성공경험을 어떻게 기술하면 적절하게 전달할까? 이에 맞춰 몇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기로 했다. 독자 여러분께 참고가 되었으면 해서 리스트업한다면, ①그걸 왜 했나? ②어떻게 진행했나? ③협력자가 필요했다면 왜 필요했고, 어떤 도움을 받았나? ④성공의 전환점과 계기는? ⑤나만의 성공비결은?


자, 그럼 이 순서에 맞춰 성공경험을 이야기해볼까나? 그럼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드디어 독립출판, 마침내 독립출판
①근데 그걸 왜 했나?


나는 이번 주중에 나의 2번째 저서를 펴내게 되었다. 2016년 12월에 첫 책을 냈으니 5년 반만의 일이다. 사실 작가로서의 삶을 살고자 한다면 3~4년에 한 번 정도는 저서가 나와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4~5종 정도의 서적은 펴 내야 저자로서의 경력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경험을 쌓은 후 언젠가 소설가가 되는 게 나의 꿈인데, 나같은 사람은 천재성이 없기에 다작을 목표로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기에 책은 자주 내어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나에게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내 자신에게 구체적인 콘텐츠가 없다는 점. 죄다 남의 콘텐츠를 가져와서 각색해서 펴내는 정도의 능력뿐이라는 거... 또 하나, 무슨 일이든지 혼자 잘 하지 못한다. 누군가 함께 해주지 않으면 목표에 도달하는게 너무 힘이 든다. 마지막으로 가장 심각한 건, 인지도 없는 작가의 저술이 출판사에게 채택될 확률이 낮다는 점이다. 시대의 흐름을 잘 짚어내거나, 내용이 탁월하거나, 글빨이 여간내기가 아니고서야 나무가 종이로 변하고 종이가 책으로 변하는 천지조화를 경험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나의 관심사는 늘 마이너하다. 시선도 마이너하다. 그러니 대중을 움직이고 흔들만한 건 나올 턱이 없다. 그렇다고 글빨이 죽여주냐? 글을 잘 쓰는 편이지만 그냥저냥 읽어지는 평이한 문체로 이런저런 설명을 잘 하는 수준인거지, 문맥의 흐름이 재미있다거나 참신한 전개로 흥미진진한 문체를 지닌 그런 존재도 아니다.


그렇다면 기회를 내가 만들면 된다. 그래서 나는 내가 출판사가 되기로 했다. 이른바 독립출판이다. 아니 내가 내 책을 펼쳐낼 거니까 셀프출판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약점과 결점에서 출발:

보완하면 성공하지 않을까?
②어떻게 진행했나?


그런데 출판등록 후 거의 10달만에야 첫 책을 내게 됐다. 원래 내고자 했던 책이 10종 정도 있었다. 그게 이런저런 일로 진행이 멈춘 상태다. 그래서 어거지로라도 출판을 해내야겠다고 마음 먹고 틈만 나면 이 궁리, 저 궁리로 골몰했다.


사실 일반적인 단행본을 펴내기 위해서는 신국판 250쪽 기준으로 글꼴 10포인트 기준으로 A4 100매의 원고는 써내야만 한다. 근데, 무조건 100매 분량의 원고만 있으면 되는가? 그렇지 않다. 이 100매의 원고는 하나의 주제로 뭉쳐지는 원고여야 한다. 사람들이 책을 고를 때, 제목을 먼저 보고 고르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아이디어도 많이 모았고, 예전에 써놨던 글들도 있고, 팟캐스트로 떠들어 댄 내용도 상당하고, 강의 녹취록도 동원하면 A4 100매는 금방 채울 수 있다. 그러나 하나의 주제로 뭉쳐지는 원고가 아니라서 문제였다. 진짜 구슬이 서말이면 뭐하나? 꿰어지지가 않으니... 보배는 커녕, 유리로 분리배출해야 할 재활용 쓰레기에 불과했다.


그래서 행동의 변화를 추진했다. 궁리의 방향을 바꿨다. 내가 다루고 싶은 주제를 씨앗이라 보고, 여기저기 씨를 뿌리기로 맘 먹었다. 그러다보니 예기치않은 행운이 뒤따랐다. 강연요청, 기고요청에 내가 다루고 싶은 주제를 심어넣었다. 매체에 올라갈 기획과 특집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테마로 사람들과 협업을 시작했다. 분명히 이렇게 100가지를 하게 되면 그 중 10가지 정도는 콘텐츠로 만들게 될 테고, 그중 한두 가지는 책 한 권 분량을 뽑아낼 수 있지 않을까?


씨뿌리기를 거듭하다보니, 싹이 트기 시작했고, 그중 어떤 것들은 모종의 형태를 띄기 시작했다. 100이 싹, 10이 모종, 1이 열매라고 보면 쉽다. 그리고 이 계획은 의외로 단순하다. 100을 채울 수 있으면 10이 나오고, 최종 단계에서 1이 나오는 거니까. 이런 걸 양질전환이라 하지 않던가? 변증법의 법칙은 유효하다. 질적으로 뛰어넘을 수 없다면 양을 늘리면 되는 아주 단순한 진리가 아니던가?


혼자해야하는 거 알지만,

 되는 걸 어떡해?
③협력자에게 어떤 도움을 받았나?


사실 저술은 외로운 작업이고, 또 외로운 작업이어야만 한다. 공저를 해본 경험이 있어서 알고 있는데, 여러 사람이 함께 글을 쓰면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취합할 수 있고, 글 쓰는 속도도 빠르다. 그러나 사람마다 화법이 다르고 문체가 다르다. 초고는 빨리 나올지 모르나, 글을 정리하고 다듬는 편집과정에서 고민 거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같이 혼자 일처리를 잘 못하는 사람은 협력자 없이는 정말 힘든다. 첫 책도 공저였고, 이번 두 번째 저작도 공저인 이유가 바로 그거다. 독립출판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서도 공저자가 될 사람 다수를 물색해 두었고, 출판 프로세스 중간중간에도 작업을 함께하거나 멘토링해줄 수 있는 인물들을 섭외해 두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저술 분량을 채우는 게 가장 큰 일이다. 원고가 어느 정도 나오지 않으면 출판 자체가 성립되지 않으니까... 그러니 당장 필요한 조력자는 공저자였다.


그런데 이번 출판 프로젝트를 위해 공저를 함께할만한 사람이 딱히 나타나지 않았다. 내 행동반경이 좁았다는 반성도 필요했지만, 공저자를 발굴하든 육성하든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는게 마땅히 해야할 일 아닌가? 그러던 와중에 김형중 기자와 닭한마리에 소주 한 잔을 즐기다 공감대를 마련할 수 있었고, 해당 주제에 대한 매칭율은 떨어지지만 전혀 새로운 방향에서 재조명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공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대담콘텐츠로...

④성공의 전환점과 계기는?


김형중 기자의 문체를 모르는 바가 아니기에 두 사람의 문체를 통합시키는 걸 놓고 며칠 고민해 보았다. 그러나 답이 나오지 않았다. 챕터를 나눠서 가기도 애매해 본문 구성 자체도 애매했다. 그래서 낸 묘안은 콘텐츠 구성 방식을 대담으로 놓기로 했다. 그렇다! 내 특기인 팟캐스트를 진행하기로 한 거다.


그러나 우리의 목적은 팟캐스트가 아니라는거! 저술을 목표로 한다는 거! 그래서 이번에 내게 될 책의 원고를 구성하는 것만을 놓고 월간 <로컬노믹스>라는 제목으로 한 달에 한 번 찐하게 진중한 이야기한다고 생각하고 작업에 들어갔다.


물론, 동일한 기간 원고 작업에 집중하는 것이 정답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러가지 사안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의 형편상 그렇게 계획을 세웠다간 될 일도 안 된다. 우리가 투입한 시간과 노력과 역량을 계산식으로 따져본다면 200+200=100일 수 있다. 400의 투입 끝에 100의 산출을 얻는다는 건 매우 비효율적이다. 그렇지만, 결과론만 놓고 보자. 400을 투입해서라도 100을 얻는 것도 하나의 해답일 수 있다. 이런 사고방식은 앞에서도 이야기한 '양질전환'과도 관련이 있다.


될 때까지!!!!!

 ⑤나만의 성공비결은?


오늘 참 '양질전환'이라는 말 많이 한다. 철학 수업을 받았던 대학 시절 이후로 간만인 듯하다. 근데 '양질전환'이라는 유식한 말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내 나름대로 자주 떠들어대는 근성의 한 마디가 있다. 그건 "될 때까지!"라는 말이다.


"될 때까지!"는 모종의 임계점을 돌파할 때까지 노력을 계속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모든 일을 함에 있어 '문리(文理)'를 터득하는 것은 중요하다. 문리를 터득하는 과정은 산 정상을 향하는 과정과 같다. 이게 가장 힘들고 시간이 걸린다. 산 정상에 올라가면 산 주위의 지형과 지세를 파악할 수 있고, 산을 내려가는 길도 보인다. 나중에 이 산을 재공략할 보다 수월한 방법도 찾을 수 있다. 혹시 지형과 지세가 적절하다면 헬기를 띄우고 내릴 수 있는 장소를 찾아 헬기를 이용해 신속하게 산을 오르락거릴 수 있고, 적어도 패러글라이딩 점프 지점이라도 찾으면 산을 내려가는 속도만이라도 빨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이런 "될 때까지" 정신을 통해 '독립출판'이라는 마일스톤을 달성했다. 100:10:1이 먹혔기에 앞으로의 상황이 재미있게 전개될 것 같다. 이를 테면 99:9:1의 구조라고 할까? 100개의 씨앗 중에서 1개의 씨앗이 자라난 모종을 하나의 작물로 키워낸 게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뿌려놓은 99개의 씨앗이 있고, 자라나 남아있는 9개의 모종이 있으니 말이다. 머지않아 다음 작업을 속행할 계획이고, 보이게 보이지 않게 꾸준히 결과물들을 만들어낼 거다.


늘 그렇듯 난 될 때까지 한다. 사부작 사부작, 쉬지 않고 끊임없이... 그런데 그래서 성공경험이라고 할 만한 게 없었던 걸까? 그래도 간만의 성공은 달콤하구나. 조금만 더 취해 있는 걸로....!


마지막은 책 광고?!?!?! 구매는 아마 다음 주부터 가능하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NT가 다 그렇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