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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준식 Jun 07. 2022

나의 지식: 지적 대화와 상관없는 넓고 얇은 덕질일뿐

[윤준식 사용설명서(1)] 2022.06.07.

어느 틈엔가 나의 브런치가 리퀘스트에 응답하는 코너가 되어버린 것 같다. 이번에는 "준식씨의 특성을 지난 번 8편처럼 오목조목 써달라"는 리퀘스트다. 매우 호응도가 낮은 브런치북인데, 이걸 읽고 재밌다고 개인적인 리퀘스트를 해오는 사람이 있다는 건, 나름대로 매니악하다는 점이 있어서일 듯하다.


여튼 어떻게 오목조목 써내려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8가지로 구분해 기술해보기로 했다. 우선 나에 대한 대강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우선 나의 지식과 기술과 경험을 기술하고, 다음으로 행동특성, 사고특성, 감정특성을 열거해 보겠다. 마지막으로 내 스스로 파악하고 있는 나의 성격과 자질, 이렇게 써나가다보면 뭔가 이야기 구조가 만들어지려나? 쓰다보면 내용이 길어질게 뻔하니 총 8회의 연재물로 꾸며가는 걸로... 흐흐흐


(1편) 지식

잡다한 지식, 그러나 지적 대화와는 별 상관없는 넓고 얇은 덕질일 뿐


이상하게도 나는 어린 시절부터 아는 게 많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 도토리 키재기나 다름없는 꼬꼬마 시절, 또래들 사이에서 이런 이야기 듣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어른들에게까지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건 별나다고 할 만하다. 어른이 탄복할 정도로 어린이가 습득할 수 있는 지식의 수준과 양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내가 어른들로부터도 아는 게 많다고 인정받았던 이유는 어린 시절 나의 흑역사와 관련이 있다.


뚱뚱하고 몸이 둔한 나는 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쌈 잘하고, 달리기 잘 하고, 골 잘 넣는 친구들은 여자 애들에게도 인기가 있었다. 반면 그들의 샌드백 역할이나 들러리에 불과한 나는 체육시간이나 운동회가 괴로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한 반이 50~60명이나 되던 당시에는 집단주의 성향이 강해서 나약하고 무능한 존재는 지적 당하고 질책 당하기 일수였기 때문이다.


비판과 비난을 피하는 좋은 방법은 어울리지 않는 방법 뿐이었다. 뛰어 노는 자리에 가지 않는 거다. 그러다보니 혼자 노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기 시작했다. 또래들이 뛰어 노는 시각, 나는 책 쪼가리를 붙잡았다. 책 쪼가리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내가 양서를 읽으며 무럭무럭 자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사와 부모의 눈을 속이기 위해 양서를 읽는 척만 하고, 실제로는 신문, 만화, 잡지 등을 다독했다. 정보성 라디오 방송도 마찬가지... 나아가 오후에 TV에서 방영되던 킬링타임용 영화도 다수 섭렵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다보니 별 쓰잘데기 없는 것까지 알고 있는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 결과, 가끔씩 어른들의 대화에 끼어들어 중간해설을 할 수 있을 때도 있었다. 물론 이런 일들은 또 다른 흑역사로 이어진다. 다들 '똘똘이 스머프'라 부르며 재수없어 했다. 뭐 지금이야 다 지나간 일이니까 웃고 넘어가지만, 나의 어린 시절은 비난과 야유, 몰인정 등 생각보다 많은 정서적 폭력이 드리워져 있었다는 거...


여튼 그러다보니 나의 지식습득은 나 자신을 위한 유희로 전환되었다. 소위 덕질이다. 80년대를 살았던 이들이라면 추억할만한 능력개발에서 펴낸 미니컬러백과 시리즈, 콩콩미니백과는 나의 교과서였다. 물론 이런 서책들을 부모님이 사주실리 만무하다. 용돈을 모아 구입했더라도 적발되면 치도곤을 당했기에 책방에 가서 쪼그려앉아 읽고 또 읽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서점 주인에게 혼나지 않으려 문제집 1권을 구매하는 센스...


이런 바람직하지 못한 독서생활은 나를 덕후의 길로 이끌었고, 이렇게 습득된 지식들은 일종의 페로몬처럼 작용하여 덕후의 혼백을 가진 이들을 끌어모아 동료로 삼는 나만의 특장점으로 확대발전했다.


여튼 이런 지식습득 훈련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젠 대놓고 '만물의 덕후'를 목표로 하고 있고, 습득된 잡다한 지식 덕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소재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다. 쓰다보니 좀 찜찜하긴 한데, 흑역사뿐인 어둠침침한 곳에서 이렇게 밝은 세상으로 나왔으니 다행한 거라고 치자... (계속)




 *미니백과 시리즈의 추억

    https://blog.naver.com/u_boot/130000859579

    https://blog.naver.com/u_boot/130001581484

    https://blog.naver.com/u_boot/130001719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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