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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준식 Jun 08. 2024

다함께 책을 읽다 - 집중이냐 업종 다변화냐

[MyBizStory(17)] 숙대 앞 PC미션 창업기 5편

지난 회에서 모이는 상권과 흩어지는 상권의 속성을 경험담을 통해 설명했다.

"이렇게 긴 글을 읽을까?" 쓸 때마다 걱정하지만, 긴 글이라 더 도움이 된다는 응원전화와 메세지를 받고 있다. 예전 동료와의 약속도 있고 작년에 만났던 창업 꿈나무들이 나의 창업실패기를 통해 많은 인사이트를 받는 것을 보며 올 해 전반기가 넘어가기 전에 일정분량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SNS가 가진 알고리즘으로 인해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되는 콘텐츠가 되었으면 한다. 오늘은 이동중 막간을 이용해 쓰고 있어 짧은 내용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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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는 흩어지는 상권, 주일에는 모이는 상권. 변신하는 숙대 상권을 지켜보며 복잡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하공간에 머물러 있기에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광을 보지 못해 깨닫지 못하는 점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농사를 짓는 것은 아니지만 서비스업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기에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면 안 된다고 여겼다. 우리 구성원들에게 필요한게 뭘까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독서경영에 박차를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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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생각의 시작점을 공유하기 위해 입사연수(?)를 대신해 반드시 2권의 책을 읽고, 나와 진지하게 대화를 해야 하는 통과의례는 있었다. 총각네 야채가게, 일본전산 이야기 이 2권을 반드시 읽도록 했다.

좋은 아이템도 아닌 데다 자본금도 없이 시작해 팔 수 있는 건 사람의 역량뿐이라 생각했고, 적어도 이 일을 같이 할 사람이라면 1주일 안에 읽을 수 있는 부담없는 책을 선택했다. 다행히 비즈니스를 놓고 이런저런 대화를 할 때 이 2권의 책의 대목과 내용으로 공통분모 삼아 이야기할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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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할 것인가 업종다변화인가를 결정하기에 앞서 관련한 지식을 함께 쌓고 토론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독서모임을 추진했다. 물론, 악덕기업주답게 강제로 추진했고, 번외의 업무시간을 이용하기 위해 아침에 1시간 일찍 출근시켰다. 출근 편의를 제공한다는 명분 하에, 강제동원시키기 위해 아침에 모두를 깨워 픽업해 한 차에 몰아 싣고 왔다.

무슨 책을 가지고 스터디를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마케팅, 판매, 서비스와 관련한 책을 인원수대로 구매해 비치시키고, 다같이 윤독하는 형식으로 했다. 다들 피로가 누적되어 토론은 거의 못했지만 졸면서도 돌아가며 한 단락씩 읽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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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와서 돌이키면 내가 가장 잘한 일이 이거였다. 왜냐하면 당시 스터디에 참여한 멤버들은 지금 모두 잘 되고 있기 때문이다. 잘 된다는 걸 뭐로 증명하면 될 지 모르나 이 어려운 시기에도 취창업을 이어가고 있다면 될 것 같다. 사실 나만 잘 안 풀리고 있지 다른 친구들은 자리를 잘 잡고 있다. 과학적인 증명을 하긴 어렵지만 졸면서 함께 읽기가 집단최면이든 집단지성이든을 형성했다.

고난으로 말미암아 생긴 감정적인 분열의 봉합은 여전히 힘들었지만 목표의식이 강화되고 이성적, 합리적인 협력의 발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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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고객을 응대할 때의 지식과 태도를 성숙시켰다는 점에선 큰 수확을 거뒀고, 트렌드에 대해 민감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높게 평가되거나 사람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일이 아니다 보니 출장서비스 진행시 무시 당하거나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다. 스스로 강해지고, 함께 강해지고, 더욱 지혜롭고 현명해지는 시간이었다. 

가끔씩 놀라는 일도 있었다. 동료들이 무심코 던지는 이야기 중에 유망 창업아이템이 나오거나, 내 경영의 미숙함을 보완하는 대안이 나오거나, 고객응대를 위한 공동연구가 진행되었다.

그런게 가능하다고? 다만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벌어지는 그런 걸 상상하면 안 된다. 어떤 모멘텀에 직면하는 때가 있다. 같이 뭔가를 연구한다고 해봤자 길면 1시간, 짧으면 30초 정도인데, 요긴한 것들이 제법 많이 나왔다.


네이버 지도 캡쳐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우선 흩어지는 상권에서 생존하는데 성공했다. B2B 영업이 활성화되면서 서비스, 도소매에 이어 새로운 업종으로 제조가 추가되었다. 여기서 B2B라고 표현한 것은 우리의 고객 층이 기업이라고 하는 것과 조금 다르다.

이미 숙대 상권 안에서는 실패했다. 실질적인 주고객은 인근 주민들인데, 주민들의 이동 동선과 우리 매장 위치는 겹치지 않는다. 설명했듯, 학생들의 주 목적은 공부, 생존,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는 점포로 집중될 수밖에 없어서다. 따라서 주민에 해당하는 개인고객보다 컴퓨터 수리점이 존재하지 않는 도심권의 중소기업, 소기업 등 기업고객이 우리에게 큰 힘이 되었다.

숙대에서 가깝다 보긴 어렵지만, 서울역과 시청을 지나 광화문 근처, 종로-청계천 사이를 다니면 고층빌딩 사이로 허름한 중형빌딩들이 있는데 여기 입주한 작은 기업들은 메이커PC보다는 조립PC를 쓰고 있었고, 그러다보니 고장수리를 맡길 곳이 애매해 찾고 찾다 숙대 앞에 있는 우리에게까지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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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급한 B2B는 기업고객을 의미하는게 아니라 기업 대 기업의 정기업무 위탁건이다. 많이 하지는 못했지만, 기업체 유지보수가 그 중 하나다. 비즈니스 체인 형태를 띤 학원시스템의 정기 순회 유지보수 건이 있었다. 유명 여행사와 무역상사에 들어갈뻔 했지만, 법인기업이 아니고 업력이 짧아 면담만 하고 끝났다.

우리를 선택해준 건 조립PC AS였다. 제조와 유통만 신경쓰고, 고객지원과 클레임 해결은 우리 업체에 위탁하는 형태다. 여기저기 끌어모아 서울 지역 2/3를 커버했는데 여기에는 많은 애환이 뒤따랐다. 이건 상권 이야기가 아니라 생략하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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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제조업을 시작하게 된 건 정말 어이없는, 어처구니 없는, 지마켓이 시행한 쿠폰제도가 발단이 되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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