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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누 Feb 17. 2019

작가의 고통에 무관심한 브런치, 하지 마세요

2019년 2월 16일 토요일의 답답함

1월 19일에 마지막 글을 올리고, 한 달만에 글을 쓴다. 이 글을 쓰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 제목에서 이미 뭔가를 눈치챈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으시리라 생각하기에 사건의 발단부터 시작해보겠다. 자주 그랬듯, 이 이야기는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불행이나 불평불만으로 치부될 가능성이 농후하나 개의치 않겠다.


2019년 1월 19일 토요일, 나는 모처럼 다녀온 홋카이도 여행기를 올렸다. 마음과 시간을 쏟은 사진과 그 순간이 들려주는 기억을, 감상을 놓치지 않으려 꾹꾹 담았다. 개인적으로 애착이 많이 가는 여행기였고, 버릴 컷이 하나도 없는 필름이었기에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브런치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조회 수 10,000회를 기록하며 주기적인 알람으로 믿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으니, 놀라웠다. 듬성듬성한 정보에 일기에 더 가까운 내 글을 10,000명이 넘는 사람이 보다니. 간간이 노고를 알아봐 주시고 살가운 댓글을 달아주는 분들도 계셔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글을 선보이는 것에 대한 민망함이나 걱정스러움을 조금 덜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 꽤 설렜다. 그래서 알람은 조금도 귀찮지 않았고 혹시나 놓치는 댓글이 있을까 봐 화면을 몇 번을 껐다가 켰는지 모르겠다. 다만, 10,000명. 0과 1의 세계에서의 만 명이 모두 나를 기꺼워할 것이라면 오산이라는 듯 이런 댓글이 달렸다.


어쩌라고요?

처음에 이 글을 봤을 땐 두 눈을 의심했다. 그렇지 않나? 이게 진짜 본명인지 아닌지는 관심 없다만, 첫번째론 우선 이름을 걸고 이런 댓글을 아무 데나 지껄이고 다닐 수 있는 그 대범함이 부러웠다. 덧붙여 황당하고 무척 화가 났다. 그렇지 않나? 일본 여행기를 쓴 글에 굳이 찾아와서 방사능 피폭 이야기를 하려고 '브런치' 어플에 가입해서 댓글을 달 정도의 정성이라면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게 낫지 않나? 불행을 읊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정말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는 걸 넘어(이해도 안 되겠지만, 할 필요도 없고), 좀 궁금하기까지 하다. 얼마나 성격이 꼬이고, 두뇌가 망가져야 일본 여행을 다녀온 사람에게 대뜸 '방사능 피폭돼서 죽는다.' 이런 문장을 남길 수 있을까? 만약 친구를 만났을 때 친구가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면 면전에 대고 "너 그러다 방사능 피폭돼서 죽어."라고 하나?(여기까지 써놓고 보니 이 사람은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 처음 보는 사람한테 반말하는 것도 종특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분노가 이어지다가 나중엔 좀 웃겼다. 방사능 피폭돼서 죽는다고 나한테 협박 아닌 협박, 으름장 아닌 으름장, 가르침 아닌 가르침을 질러 놓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라고 제시한 게 아내 지인의 딸(28세)가 일본 갔다가 생리가 멈춰 병원 갔더니 방사능 피폭 영향이래. 그리고 영구 불임 판정 받음. 진짜 황당하다. 우선 하나하나 따져보자.

1. 아내 지인의 딸(28세): 아내 지인의 딸은 보통 남이라고 하지? 옆에 괄호치고 28세는 왜 붙여놓은 건지. 그냥 웃음밖에 안 나왔다. 아내 지인의 딸이라고 하면 뭐 정보의 신빙성이 높아지나? 솔직히 이 정신머리로 결혼했다면 당장 아내에게 도망치라고 하고 싶은데. 뭐, 그래도 그렇게까지 당신네들 수준 높이 안 사니까 정말 결혼을 했고 아내 지인의 딸(28세)분이 일본에 갔다고 해봅시다. 그래서 정말 생리가 멈추고 방사능 노출돼서 불임 판정받았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그게 이렇게 다른 사람 협박할 에피소드인가?

2. 일본 갔다가: 뭐, 일본 어디를 얼마큼 다녀왔다는 얘기도 없음. 그냥 일본 가면 아묻따 방사능 피폭되는 건가?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겠지만 굳이 일본 다녀온 사람한테 이 이야기를 하는 심보 자체가 그냥 인성 쓰레기라는 것임. 그리고 굳이 내가 일본을 변호해주고 싶은 건 아니지만 이런 낭설을 믿고 퍼뜨려서 일본 혐오를 부추기는 건가? 뭐 대단한 애국자이신 건지는 모르겠는데 그렇게 일본 가는 한국인 건강이 걱정되면 한 해에 일본으로 떠나는 우리나라 사람들 다 인천, 김포 공항에서 붙들고 팸플릿 나눠 주세요.(진짜 그러라는 소리 아님 주의)

3. 생리가 멈춰 병원에 갔다: 일본에 갔다가 생리가 멈춰서 병원에 갈 이유는 딱히 없고, 생리가 멈추는 이유는 졸라 졸라 졸라 많다. 진짜 웃기지 않나? 생리가 왜, 언제, 무엇 때문에 멈추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일단 우습고, 그리고 생리 멈춘다고 하면 막 내가 헉, 어떡하지! 생리가 멈춘다니!! 방사능 피폭돼서 불임이거나 죽으면 어떡해!! 하고 겁낼 거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전혀. 하나도 안 무서운데. ㅋㅋ 너무 우습다. 생리가 멈추는 게 무서울 것 같어? 진짜 웃겨. 생리대 얼마인지는 알까? 생리 주기는 아나? 뭣도 모르면서 이런 걸 증거라고 대는 게 진짜 너무 안일하고 파렴치하고 졸렬하다는 생각밖엔 안 든다. 그러면 남자는? 남자는 방사능 피폭 안 돼서 안 죽어?

4. 영구 불임 판정 받음: 이거를 무슨 자기만의 사형 선고처럼 무시무시한 것처럼 얘기하는 꼴이 진짜 코웃음밖에 안 나온다. 뭐 일본에 사는 사람들은 그러면 다 애 못 낳나? 뭐 일본에 잠깐 왔다 갔다 한 여성이 방사능에 얼마나 노출됐다고 영구 불임 판정씩이나 받겠어. 그리고 이걸 내가 이걸 보면

"내가 애기를 못 낳는 몸이 되다니!! 어흑흑!! 나는 이제 여자로서 끝이야!!"

이럴 것 같나? 정말 웃긴다. 그렇게 낳고 싶으면 니가 인공 자궁 이식해서 니가 낳든지. 누가 애 낳을 거라고 말이나 했는지. 친구들이 이 댓글을 보고 남겨 준 댓글들 중에 이런 댓글이 있었다.



내 여행이고, 내 자궁이라 전해라!



그래도 가시겠냐고 물어봤냐? 그래도 시간과 돈만 생기면 갈 거다. 내 여행이고, 내 자궁이다. 관심 끄고 갈 길 가쇼.

내가 댁한테 정자 안녕하시냐고 물어봤는지?

(대답하라는 소리 아님 주의)




뭐, 여기까지 썼는데도 벌써 구구절절 이미 길다. 하지만 여기서 끝날 일이었으면 나는 글을 안 썼다. 그냥 좀 놀리고 말았겠지. 나는 이 사람의 댓글에 답을 달아 비꼴 수도 있었고, 아예 삭제를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선 이런 상식 이하의 인간과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에 답글을 다는 것은 애초에 선택지에서 배제했고, 속 시원히 삭제를 해서 눈 앞에서 치울 수도 있었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왜? 나는 이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식의 댓글을 다는 행동을 반복하기를 원치 않았다. 나외의 또 다른 유저가 이와 같은 댓글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길 원치 않았다. 그렇기에 엄연히 브런치에 존재하는 '신고' 기능을 사용했다. 그리고 플랫폼에서 어떠한 조치를 취해주길 기다리고 있었으나, 감감무소식이었다. 결국, 나는 1월 20일부터 카카오 고객센터와 이런 대대적인 메일 주고받기를 하게 된다.


내가 생각해도 질리도록 물어봤지만 속 시원한 답변은 받지 못했다.
편의상 위의 것을 '일반 신고', 아래 것을 '권리침해신고'로 읽어주시길 바란다.

브런치의 신고 기능에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 항목이 있다. 편의상 '일반 신고'와 '권리 침해 신고'로 나눠 부르겠다. 처음의 질문은 간단했다. 나는 '일반 신고'중 '욕설/인신공격' 항목으로 이 댓글을 단 사람을 신고했고 어떠한 연락도 알람도 받지 못했기에 일반 신고를 하였을 경우 어떤 식으로 처리가 되는지 궁금했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 다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하며 다른 사용자를 신고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의 경우 내가 신고한 계정을 어떻게 처리하였는지를 신고한 당사자에게 공고해준다. 그런데 브런치에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이라는 안내 없이, 신고 버튼을 누르면 알림창은 사라지고 댓글창은 그저 평온하게 혐오 댓글을 단 사람으로 인해 더럽혀진 그대로였다. 고객센터에 메일을 보냈다. '일반 신고' 후 처리 과정이 궁금하다고.


일요일에 문의를 하고 3일을 기다려 1월 23일에서야 답이 왔으나 질문의 요지를 이해하지 못한 답이었다. 나는 '일반 신고'후 처리 과정에 대해 물었으나 브런치팀은 질문을 읽기나 한 것인지 의문스럽게 신고에는 2가지 항목이 있고 하나가 '유해정보신고'이며 또 다른 하나가 '권리침해신고'라는 하나마나한 소리를 했다. 그리고 구체적인 신고 절차 및 처리 과정은 시스템 보안과 기술 관련 정책으로 인해 공개할 수 없다는 소리를 했다.

제가 그렇게 구체적인 정보를 원했냐고요. 신고를 하면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어떻게 운영 중인지(알림은 하는지), 매뉴얼은 있는지가 궁금하다는 소린데 무슨 영업 비밀을 내놓으란 질문을 한 것처럼 온 답변에 어안이 벙벙했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문의를 했다.


브런치팀에게 문의, 제안을 하더라도 꼭 '카카오 고객센터'를 거쳐야 하는데 이게 정말 불편하기 그지없다.


문의 > 카카오 고객센터 > 브런치 측에 전달 > 브런치에서 나에게 다시 전달


이런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단발성이라 한 상담원이 내 질문을 계속 케어해주는 것도 아니라서 나는 이렇게 되면 또 내가 무슨 질문을 했는지, 그전에 당신들이 어떤 답을 주었는지를 일일이 설명하고 어떤 부분이 해결되지 않았는지를 해명해야 했다. 지쳐 나가떨어질 뻔했다. 그냥 삭제하고 말면 그만일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답변이 이렇게 성의 없이 오니, 없던 투지가 불타올랐다.



문의를 했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신고 기능에 대해서도 여러 번 읽어보았고 브런치 서비스 운영 정책에도 이용 제한에 대해 명시되어 있다. 난 저 악플이 브런치 서비스 운영 정책에 따른, 1번과 2번 항목을 모두 만족했다고 생각했다. 나는 분명 불쾌감을 느꼈고, 저 사람의 댓글은 분명히 성별(여성), 지역(일본) 등을 차별하거나 이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내용이다. 이용 제한이 가해져야 했다. 그러나 댓글은 여전히 거기 있었고 나에게 어떤 알람도 오지 않았으며 그 계정도 멀쩡히 살아있었다. 또다시 문의를 넣었고 또 며칠을 기다렸다. 답변은 '일반 신고'에 관한 항목은 없이 '권리침해신고'를 하라는 식이었다. 혹시 브런치팀은 AI가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걸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너무 말귀를 못 알아 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다. 그만두고 싶었다. 그냥 댓글을 삭제하고 싶었다. 그런데 난 정말 이럴 땐 질리는 구석이 있는 사람이라 또 문의를 넣었다.


깨알같은 글씨, 제대로 답변해달라는 내용.


그리고 그제야 성의 있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잠깐 감동받을 뻔했잖아.


이때는 몰랐다. 이제야 좀 대화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안도했던 자신이 경멸스럽다. 물론 이미 내가 혹시나 신고가 안 들어갔나 싶어서 한 서너 번은 신고를 했던 시점이었지만, 내부에서 해당 댓글을 검토하여 왜 조치가 되지 않았는지 파악해 주신다기에 살짝 감동받을 뻔하기까지 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메일을 받았을 때 내 브런치를 공개해도 괜찮은지 의문이 들었다. 역으로 내가 페널티를 받게 되거나 할까 봐서. 그래서 생각해보니 내가 페널티를 받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 나는 '브런치'에서 '브런치'가 제공하길 기대했던 보호를 받지 못해 이유를 묻고 있는 것뿐이었다. 아니, 보호를 하고 계시긴 한 거냐고 물은 것뿐이었다. 숨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내 글의 링크를 보냈고, 또 기다렸다.

1월 31일 마지막 문의를 보냈고 브런치팀으로부터 마지막 답변은 2월 14일에나 받을 수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속도였다. 이걸 처리하느라 2주가 걸리다니. 설날 연휴를 감안해도 복장 터지는 속도였다. 마지막 답변은 다음과 같다.



내가 신고한 게시물을 확인하였으나, '불법', '음란', '욕설'을 포함하지 않아 제3자의 신고로 처리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그러니까 불법 스포츠 토토를 언급하거나, 음란한, 혹은 저급한 욕설을 사용해 나에게 "이 C8년아! 일본 가면 뒈진다!"하지 않아서 이 댓글은 신고할 수 없는 거였다. 덧붙여 내가 신고했지만 나는 제3자라서 신고가 불가능했고 내가 명예훼손까지 들먹이면서 저 댓글을 신고하려면 저 댓글의 pdf를 따서 권리침해신고라는 무지막지한 기능을 이용해야 한다는 거였다. 그런데 마지막 말이 이상하다. 권리침해신고를 한다고 하더라도 신고 처리 결과를 따로 브런치팀이 안내해주진 않고, 고객센터에 문의하면 결과를 안내받을 수 있단다.


대체, 신고 기능이 왜 있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전혀 알 수 없다. 브런치 서비스 운영 정책은 왜 있는가? 신고 기능은 왜 존재하는가? 결국 이 기능이 유저들을 보호하고 있긴 한가? 신고 기능을 처리하는 브런치팀만의 매뉴얼이 과연 존재하는가? 이런 물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쫓아다녔지만 나도 이쯤 되니 그냥 질려버렸다. 없는 것 같았다. 내가 나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도, 플랫폼이 나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도 없는 것 같았다. 더 이상 답장하지 않았다. 이게 이 길고 지겨운 문의와 답변의 끝이다.

 



브런치에서 '악플'을 검색하면 꽤 꾸준히 여러 작가들이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는 글이 나온다. 그분들은 정중하게 악플러들에게 "니 갈 길 가쇼"를 시전하거나 아니면 엄중히 경고하는 글을 작성했고, 혹은 악플로 상처 받는 것은 나의 몫이며 흉은 그들의 것이니 그저 마음을 비워야만 한다는 글도 있었다. 처음에는 나도 그러려고 했지만 그러다가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잘못은 그들이 했는데 왜 내가 참아?
부처야?


물론 인기가 많은 작가분들은 나보다 더한 괴로움에 시달리실 수도 있다. 그러나 악플 개수가 문제겠는가? 물론 아무리 플랫폼에서 이를 멈춰준다 하더라도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꾸준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플랫폼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규제해야 하는 것이다. 정확한 매뉴얼을 만들고, 신고 당사자에게 이를 공지해야 하며, 어떻게 처리했는가를 명명백백히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애정을 갖고 플랫폼을 이용하는 유저들을 플랫폼이 지키는 길이 될 것이고 유저들은 또 플랫폼에 신뢰를 쌓아 더욱더 열심히 활동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은 어떠한가? '정중하게' 내게 훈수를 둔 댓글이라 신고를 못 한다는 건가? 브런치에는 유독 이런 악플이 많다. 정중한 척 "엣헴,"하며 다는 악플이 때론 더 악질인데 '불법'과 '음란', '욕설'이 담기지 않아 작가들은 그냥 앓는 이를 뽑지도 치료하지도 못하고 그냥 이쯤이야 글이 널리 읽히는데 감수해야 하는 것쯤으로 여긴다.


아니다. 그건 틀렸다.


플랫폼이 작가를 지켜줄 수 있다. 지켜주어야 한다.

브런치는 본디 작가들이 있어야 운영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아닌가?

그런데 어째서 작가들을 지키는 일에 이토록 무관심하며 소홀한가?

이건 정말 브런치팀에서 당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베타 서비스라서? 그게 핑계가 돼선 안 되지. UX/UI가 좀 불편하고, 어플에서 당장 뭐가 안 되고, 그런 걸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작가를 보호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카카오톡 채널, 다음 메인에 소개해주면 작가들이 이걸 감수해야 한다고? 아니, 천만에. 절대 아니다. 필요하면 보이콧이라도 해야지, 넓은 마음으로 다 넘겨버릴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친구 T와 대화할 때 그는 한 게임을 관두게 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는 게임 중 채팅으로 불링이 심한 유저들을 신고했는데 게임사 측에서 명확한 제재 방식, 그리고 처리 과정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았으며 그런 불링은 멈추지 않고 계속됐다고 한다. 그는 말했다.


"애정 있는 플랫폼이 다른 유저 때문에 더러운 경험으로 기억되고, 그 경험이 결국 플랫폼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서 멀어지게 돼. 이런 게 정말 지친다."


나 역시 정말 지친다. 이제야 조금 글을 쓰고 싶은 플랫폼이 생겼다고 여겼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쓰려 했고, 지난번보다 조금 더 좋은 글 재밌는 글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무언가를 생각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나 나름대로 앞으로 쓰고 싶은 글들을 나열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서 글을 쓰면 나는 보호받을 수 있는가? 아마 아니겠지. 다른 많은 작가분들처럼 내 넓은 아량과 덕목으로, 좋은 말들로 이겨내야겠지.


그렇다면 관두겠습니다.

저 하나 관둔다고 뭐 대단한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전 무명이니까요. 하지만 이 글을 읽게 되시는 작가분들이 계신다면 악플을 보고 참고 넘어가거나 삭제하지 마세요. 신고하시고, 고객센터에 문의도 넣으세요. 그래야 바뀝니다. 자꾸 아량을 넓히지 말고, 제도를 만들어갑시다. 글 쓰는 건 감정 노동이잖아요. 대체 얼마나 더 어디까지 감정 노동을 해야 한답니까.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실 브런치 관계자분들.

부탁입니다.

작가들을 지킬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주십시오.

표현을 구체화하고 신고 기능을 활용할 방법을 찾으십시오.


브런치에 심었던 일말의 애정을 거두며,

무명의 작가 올림.


p.s. 이 글이 브런치 메인에라도 실려 더 많은 작가분들이 보셨으면 좋겠지만, 뭐, 그럴 일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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