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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뭇잎 Apr 10. 2023

왕꿈틀이도 나눠 먹는 막내아들


‘엄마, 아빠는 주말에 왜 늦게 일어나는지 이해가 안 돼요.

커피 마시고 왜 늦게 자는지 이해가 안 돼요. 늦게 자면 피곤하니까요.’


늦은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커피를 한 잔 마시려다 얼마 전 아들이 쓴 글이 떠올라 참아본다. ‘자면 안 되는데, 그냥 내일 할까?’ 사이에서 고민하며 침대에 눕고 싶다는 온몸의 신호를 이겨내는 일을 10살 네가 알긴 힘들겠지.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 휴직하면 어릴 때와 달리 달콤하고 여유로워질 줄 알았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나에게 집중하겠다는 큰 계획을 코로나가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렸다. 아이들을 챙기다 보면, 내가 아이 셋의 엄마 그릇은 정말 못 되는구나 싶다. 허덕허덕, 종종거리며 움직이는데 집은 늘 어지러운 상태이다. 식사도 대충, 그렇다고 아이들 공부를 봐주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하루를 마칠 때쯤이면 나름의 뿌듯한 마음이 든다. 여기저기 빈틈이 많았지만, 무탈하게 하루를 보냈으니 이만하면 괜찮다는 안도감 비슷한 감정.

"나한테 고마워해. 내가 셋을 낳아서 당신 행복하지?"

남편에게 감사를 강요한다. 그러면 남편은 또 이렇게 이야기의 방향을 살짝 튼다.

"내가 막내 때문에 살지. 큰아들과 딸은 나를 안 좋아하는데, 막내만 나를 좋아해. 나중에 나는 막내랑 살아야겠어."라며 입꼬리를 올린다.


사실, 막내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 둘째 딸과 셋째 아들은 1분 차이로 태어난 이란성쌍둥이이어서 서로 이름을 부르며 친구처럼 지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태어날 때부터 0.5㎏ 차이가 나더니 지금은 몸무게로는 5㎏ 이상, 키로는 반 뼘 정도 딸이 누나처럼 보인다. 자연스럽게 아들을 보면 '막내야, 우리 집 막내'라고 부르게 된다. 몸무게와 키 모두 하위 5~10%. 소근육과 대근육 발달 모두 또래보다 늦고 아프기도 어찌나 자주 아픈지 엄마인 나는 애가 탈 때가 많다.


삼 남매에 대한 사랑의 마음은 같으나 색깔은 조금씩 다르다고 이야기하면 큰아들과 딸에게 덜 미안하려나. 큰아들에겐 뭐든지 처음이라 기대와 걱정의 마음이 함께 있다. 둘째 딸은 같은 성별이라 공감도 잘 되고 야무져서 안심된다. 색깔로 표현하면 큰아들에겐 연둣빛, 딸은 노란색의 느낌이다. 막내에 대한 내 마음의 색깔은 늘 사랑의 핑크빛이다. 참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의 색깔이지만 말이다. 늘 내 눈엔 아가같이 보이는 막내. 뭐든지 막내에겐 관대해진다. 아들이 받아쓰기 시험에서 40점을 맞아와도, 종일 TV만 보려고 해도 다 괜찮아, 괜찮아. 가방 메고 학교 잘 다니는 게 어디야. 학교 들어갈 때 글씨도 몰랐는데 지금 이런 글을 쓰는 게 어디야. 크면 다 알게 되어 있지. 안 그래?


그러던 어느 날, 막내가 스스로 걱정하며 공부를 해야겠다고 한다.

"엄마, 처음엔 받아쓰기 80점 맞았고, 다음엔 60점 맞았는데 이번엔 40점이야. 나중에 빵점 맞는 거 아닐까?"

이제 좀 공부를 하라고 해야 하나 싶다가도 이렇게 엄마, 아빠를 유심히 관찰하여 글도 잘 쓰는데 뭐 어때 싶기도 하다.


하여튼, 막내야. 젤리 봉지 뜯어서 왕꿈틀이를 제일 먼저 골라 엄마 입에 쏙 넣어주어 고마워. 겉으로는 작아도 괜찮다, 공부 좀 못해도 좋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끙끙대는 쿨하지 못한 엄마지만, 네가 입에 넣어주는 젤리가 있어 엄마는 오늘도 행복하단다. 막내 덕분에 산다는 신랑, 미안하지만 아들은 날 더 사랑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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