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지눌 스님 / 글, 그림-서주
월간 '불광'에 보조 지눌 스님의 계초심학인문을 쉬운 해석과 그림으로 연재(2017년 1년간) 한 적이 있습니다.
출가하며 처음 배웠고 외웠던 말씀이라 제겐 각별한 글입니다. 함께 나누고 싶어 브런치에 다시 옮깁니다.
27.
“시작 없는 옛적부터 익혀온 애욕과 성내고 어리석은 생각들이 단단히 얽혀 마음을 속박하야 잠깐 엎드렸다가 다시 일어나는 것이 마치 하루걸이 학질*과 같나니” 無始習熟한 愛欲恚癡이 纏綿意地하야 暫伏還起호대 如隔日瘧하나니
우리가 헤아릴 수 없는 옛적부터 수많은 생을 거치며 깊숙이 익혀온 탐진치貪瞋癡 삼독심三毒心은, 마치 학질증세처럼 창궐했다 가라앉았다 하며 주인공의 발현을 방해합니다. 삼독심은, 바다표면이 잔잔하다가도 높은 파도가 일어나 수면 위의 모든 것이 전복되는 것처럼 마음에 번뇌의 해일을 일으킵니다.
*학질瘧疾은 말라리아를 의미합니다.
28.
“어느 때든지 모름지기 더욱 수행하는 방편과 지혜의 힘을 써서 스스로 간절하게 번뇌의 해일을 막아 두호 할지언정 어찌 한가롭게 게으름 부리며 근거 없는 얘기로 하루하루를 헛되이 흘려보내면서 마음을 깨달아 삼계를 벗어나는 길을 구한다고 하겠는가.” 一切時中에 直須用加行方便智慧之力하야 痛自遮護언정 豈可閒謾으로 遊談無根하야 虛喪天日하고 欲冀心宗而求出路哉리요.
용맹하게 수행하고 간절하게 기도해도 삼독심의 학질증세를 치료하기에 부족할진대, 게으름을 부리고 허송세월 보낸다면 어느 때에 삼계를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오롯한 육바라밀의 실천으로 삼독심을 소멸하여 고요하고 깊은 참 성품을 만나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