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지눌 스님 / 글, 그림-서주
월간 '불광'에 보조 지눌 스님의 계초심학인문을 쉬운 해석과 그림으로 연재(2017년 1년간) 한 적이 있습니다.
출가하며 처음 배웠고 외웠던 말씀이라 제겐 각별한 글입니다. 함께 나누고 싶어 브런치에 다시 옮깁니다.
29.
“다만 뜻과 절개를 굳게 지녀 몸을 꾸짖어 게을리하지 말며, 그른 줄을 알면 선한 데로 옮겨 허물을 뉘우쳐 고치고 부드럽게 조화되어야 합니다.” 但堅志節하야 責躬匪懈하며 知非遷善하야 改悔調柔어다.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의 큰 뜻을 품은 수행자가 어찌 일신의 안위를 돌보겠습니까. 늘 첫 마음을 상기하여 게으름을 물리치고, 제악막작諸惡莫作 중선봉행衆善奉行* 합니다. 부드럽고 조화롭게 대중 속에서 화합합니다.
* ‘제악막작諸惡莫作 중선봉행衆善奉行’의 의미는 ‘온갖 악은 짓지 말고 모든 착한 일은 받들어 행하라’라는 뜻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을 포함한 이전 6분의 부처님께서 공통적으로 말씀하신 가르침으로서 ‘칠불통계七佛通戒’의 일부입니다. 칠불통계 전문은 ‘제악막작諸惡莫作 중선봉행衆善奉行 자정기의自淨其意 시제불교是諸佛敎’입니다.
30.
“부지런히 닦으면 관하는 힘이 더욱 깊어지고, 갈고닦으면 수행이 더욱 청정해질 것입니다.” 勤修而觀力이 轉深하고 鍊磨而行門이 益淨하리라.
옛 어른 스님들께서는 이 공부를 ‘초고추장에 고드름 찍어 먹는 맛’ 또는 ‘죽 떠먹은 자리’ 등으로 비유하셨습니다. 처음엔 도무지 뚜렷한 맛도 표가 나는 진전도 없는 공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꾸준히 바보처럼 닦다 보면 득력得力을 하게 될 때가 반드시 오게 됩니다. 지치지 않고 묵묵히, 부지런히 닦아야 할 일입니다.
31.
“길이 불법을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을 일으키면 도를 닦는 업이 항상 새로워지고, 항상 기쁘고 다행스럽다는 마음을 품으면 마침내 물러나지 않을 것입니다.” 長起難遭之想하면 道業이 恒新하고 常懷慶幸之心하면 終不退轉하리니
사람 몸을 받아 부처님 가르침 만나기가 맹구우목盲龜遇木* 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다행스럽게도 이렇게 불법을 만났으니, 이 귀한 인연에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 마음을 늘 가슴에 품고 발심·정진한다면, 경계에 의심하고 장애에 주저앉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 맹구우목盲龜遇木은 『잡아함경雜阿含經』 제15권 「맹구경盲龜經」에서 나온 말입니다. 눈먼 거북이가 백 년에 한 번씩 바다 위로 머리를 내는데, 구멍 뚫린 나무 한 토막 만나 그 구멍 속으로 머리를 낸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만큼 사람 몸 받기 어렵다는 비유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부분만 인용하여 짧게 소개합니다. “비유하면 이 큰 땅덩이가 모두 큰 바다로 된 때에 어떤 눈먼 거북이 있어 수壽는 한량이 없는 겁劫인데 백 년에 한 번씩 그 머리를 낸다. 바다 가운데 뜬 나무가 있는데 물결에 흔들리며 바람을 따라 동서로 떠돌아다닌다. 그 나무에 오직 구멍이 하나 있는데 눈먼 거북이 백 년에 한 번씩 머리를 내어 바로 그 구멍과 만날 수 있겠느냐.” (아난이 만날 수 없다고 대답합니다.) “눈먼 거북과 뜬 나무는 비록 서로 어긋나더라도 혹은 서로 만나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어리석고 미련한 범부로서는 오취五趣에 떠 흐르면 잠깐이나마 사람 몸 받기는 저보다 더욱 어려울 것이니라. 무슨 까닭인가. 저 모든 중생들은 그 이치를 행하지 않고 법을 행하지 않으며, 선善을 행하지 않고 진실을 행하지 않으며, 서로서로 죽이고 해치며, 강한 자는 약한 자를 업신여겨서 한량이 없는 악을 짓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네 가지 진리에 대하여 아직 밝게 알지 못하였으면 마땅히 힘써 방편으로써 왕성한 욕망을 일으켜 밝게 알기를 배워야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