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 미국엔 어떻게 갔을까?
'몇 시간 뒤면 단식 끝이야! 버텨!'
법당 구석에서 나를 포함한 세명의 한국 비구니 스님들이 한 마음으로 시계를 바라보았다.
지하에서 점심 후 마스터와의 즐거운 담소 소리가 왁자 왁자하게 들려왔다.
배도 고프고(9일 이후부터는 갈증이 아니라 식욕과의 싸움이 시작), 지치고...
얼른 이 상태를 벗어나고픈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법당 입구로 갑자기 현순스님이 또 환~한 웃음을 띠며 들어왔고 우리를 향했다.
우리 앞에 손바닥을 펴 뭔가를 보여주며 말하길,
"마스터께서 여러분이 18일까지 단식을 하면 이 벽지불의 사리를 드리겠다고 하셨어요."
'What!!!'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청천벽력과 환희, 절망과 희망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느낌?!
스님들 셋은 서로를 쳐다보며 허탈하게 웃기만 했다.
'어쩌랴, 가야지...'
귀한 사리를 모시지 않고 단식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그때부턴가? 더 이상 날짜를 손꼽지 않게 됐던 듯하다. 스스로를 희망고문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난 모르겠고... 날 잡아 잡솨~'가 기본 마인드가 됐다.
더 기운 빠지니 앉아서 꾸벅꾸벅 졸기 십상이었다.
졸다 깨면 구겨져 있던 몸이 굳어서 뻐근하고 아프기 마련인데, 처음으로 전혀 아무런 통증을 못 느꼈다. 내 몸이 고무처럼 말랑거리는 것 같았다.
종소리에 맞춰 일어나는 속도도 현저히 떨어지고, 벽을 잡고 한참을 현기증을 정리한 뒤 걸을 수 있었다.
같은 방을 쓰던 한 스님은 너무 힘들다며 거의 울 지경이었다.
'나도 힘들다, 스님. 근데 여기까지 왔는데 버텨보자.'
마침내, 끝날 것 같지 않던 18일이 왔다.
첫 미음 한 숟갈이 세상 달콤했다.
왜 이렇게까지 굶어야 하는 걸까? 이런 고통은 내 수행에 어떤 도움이 되는 걸까?
영양가가 들어가니 생각이 늘기 시작했다.
'앗! 그래서 단식을 하는구나!'
뒤돌아보니 단식하는 동안은 생각이 적어졌다.
평소에는 이런저런 잡생각에 머리를 굴리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그 머리를 굴릴 에너지가 없으니 내가 자체적으로 엔진을 꺼두는 것 같았다.
'마, 다 됐고. 만고 다 귀찮고..' 이런 느낌.
그리고 내 욕망(탐, 貪)과 어리석음(치, 痴)을 봤다.
갈증 나면 물을 찾고, 물이 채워지면 음식을 찾아 유튜브 먹방을 뒤지고, 원해서 시작했으면서 힘드니 당장 그만두고 싶고...
수행을 위한 긴 단식은 절대 혼자 하면 안 된다. 단식을 지도할 수 있는 선지식과 단식을 할 수 있는 환경 및 호법 등등. 이 모든 것은 단식 수행자의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마스터의 지침과 보호 아래, 법다운 도량 위산사에서, 스님들 + 재가자분들의 지지와 케어로 원만히 18일 단식을 마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난 복이 많았다. 많은 도움 덕분에 첫 단식임에도 건강히 무사히 마쳤고 빨리 회복했다.
오래 앉기와 단식을 하고 나니 슬슬 내 마음도 각오가 서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 이어서)
‘단식 수행을 시도하려는 경우에는 경험 있는 승가의 상담을 먼저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