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 미국엔 어떻게 갔을까?
9일 물단식.
1주간의 불칠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집중 명상을 하는 선칠이 시작됐다.
미국 오기 전, 이곳 수행법 중 단식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왕 3개월 미국에서 동안거하는 참에 나도 꼭 해봐야겠단 맘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선칠 전, 뜻밖에 길게 앉았더니 정작 선칠 중에는 진득하게 결가부좌하기가 힘들었다. 단식하면 앉는 게 수월해지기도 한다고 해서 더 솔깃했다.
9일 물단식이 기본 값인 듯했다.
여기 단식법은 하루에 딱 한 컵 분량(500ml 물병을 이틀간 마시면 되는 정도)의 물만 허용됐다.
덜컥 시작했고, 생각보다 배고프진 않았다. 아직 에너지도 있어 가만히 법당에 앉아있기보다는 아침엔 간단히 화장실을 청소하고 휴지통을 비웠다. 그 외 시간엔 스케줄을 따랐다. 새벽 3시부터 한 시간 앉고 20분 걷는 일정이 자정까지 이어지는 시간. 단식 3일 째부턴가? 종소리에 맞춰 일어날 때 약간 어지러웠다. 그래도 씩씩하게 법당을 돌며 기운을 돌리려고 했다. 날이 갈수록 갈증이 심해졌다. 바람 쐬러 잠시 바깥으로 나가면 캘리포니아 답게 집마다 오렌지 나무에 토실토실한 오렌지가 주렁거렸다.
'저 오렌지를 한데 모아 착즙해서 양동이째 들이키고 싶다아아...'
갈증과 기립 시 어지럼증 등이 있었지만 그래도 버틸만했다. 곧 9일이 다가오니까!
그. 러. 나...
느낌이 싸했다. 단식을 마치려는 사람들의 목표 일정이 하루, 이틀씩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매일 저녁 선칠 법문 시 이 사람들이 자꾸 마스터께,
"저 내일이면 단식 9일 차인데, 어떻게 할까요?"
"와우~ 좋아 보이네요. 3일은 더 할 수 있겠어요. 오케이?"
'물어보지 마!!' 난 속으로 외쳐댔다. ㅠ.ㅜ
하... 나도 별 수 없지 않은가. '답정너'지만 여쭤봤다. 당연히 3일 추가 당첨!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이라고 9일 이후부터는 물을 원 없이 마실 수 있다고 했다.
'그걸 왜 이제야 얘기해 주시는겨?!'
사막 속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랄까? 단식중이어도 여한이 없었다.
250ml를 아끼고 아껴 마셨던 거렁뱅이는 갑자기 졸부가 되어 어디서든 물을 들이키며 한동안 호사를 누렸다.
그것도 잠시. 부엌으로부터 올라오는 음식 냄새가 역해지기 시작했고, 법당 공기에 숨이 막혔다.
공기를 쐬러 바깥에 나가면 잔디를 쥐어뜯어 코에 갖다 대곤 했다.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하니 찾은 조악한 대안이었다. 그러다 더 과감해졌다. 부엌에서 레몬을 하나 가져와 손톱으로 자국을 내고 또 코를 갖다 댔다. (사실 일종의 편법, 꼼수를 쓴거라 내심 당당하진 못했다.) 그것은 마치... 한 번도 그런 경험은 없다만, 약쟁이가 가루를 코로 흡입하는 모습과 흡사하달까...
가사를 수한 채 법당에서 선칠을 하고 있었지만, 내 모습은 참선하는 수좌의 여법 + 장엄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저 괴로워하는 노숙자에 불과했다. 그렇게 근근이 연명한 채 12일째를 기다리며 어두운 법당에서 킁킁거리고 있었다.
(다음 편에 이어서)
‘단식 수행을 시도하려는 경우에는 경험 있는 승가의 상담을 먼저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