⑪ 미국엔 어떻게 갔을까?
가사 장삼을 수한 네 명의 한국 스님들.
설렘과 긴장이 섞인 맘으로 마스터를 기다렸다.
마스터의 법제자가 되고 싶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 미리 약속을 잡았다.
한국어 통역은 미국에서 오래 살고 계신 새라님이 맡아주셨다.
이윽고 마스터께서 나타나셨고, 우리 모두는 작은 방으로 따라 들어갔다.
온갖 잡동사니가 가득한 비좁은 방.
마스터께서 낡은 사무용 의자 위에 결가부좌를 하고 앉으셨고, 우린 삼배를 올리고 앉았다.
마스터는 바쁘게 가사를 정돈하시며,
"저한테 할 얘기가 있다구요? 어서 하세요. 전 시간이 없습니다."
당시 마스터는 늘 '시간이 없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더랬다.
아마 내가 대표로 말했던 것 같다.
"저희는 마스터의 제자가 되고 싶습니다."
당신은 웃음 지으시며 천천히 말씀하셨다.
"Small me? (저 같은 사람에게요?)"
이어 계속 말씀하시는데,
"오케이... 그렇다면 여러분은 다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첫째, 여러분은 돈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출가자는 돈 걱정을 하면 수행할 수 없어요. 돈은 제가 걱정합니다. 여러분은 수행만 하세요. 더러운 것은 제가 하겠습니다."
순간 울컥. 너무나 당연한 얘긴데도, 마스터의 말씀이 그렇게 감동일 수 없었다.
'돈 걱정 하지 마세요.'가 아니라 '돈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가 울컥 포인트였다.
걱정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돈 걱정 하지 말라'라고 말로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돈 걱정 하지 않을 환경이 여기 있으니 '돈 걱정은 하지 않는다.'는 명제가 성립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여러분은 영어를 배워야 합니다.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여러분을 꾸짖거나 욕할 때 통역을 거칠 수는 없는 겁니다.(웃음)"
그건 맞다. 어른께서 제자가 잘못한 일을 보면 바로 꾸짖으시고, 제자는 또 알아들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통역사를 불러오고, 또 그 통역사는 스님에게 통역하다 보니 완화된 뉘앙스만 전달하고... 솔직히 말이 안 되는 상황이긴 하다. 스승께서 영어를 쓰시니 제자는 당연히 영어를 공부해야지.
"셋째, 여러분은 내가 여러분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모릅니다."
당시 이 말씀을 들었을 때는 바로 알아듣지 못했다. 나중에 법문을 듣게 되면서 마스터의 이 세 번째 말씀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제자의 에고(ego)는 스승이 어떻게 가르치려 하는지 조금만 눈치를 채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기 마련. 선지식은 제자의 에고가 눈치채기 전에 급습하여 항복시키는 것.
아ㅡ 너무 멋있지 않은가?! O.O
마스터께서는 옆에 있던 현신스님에게 미국에 올 수 있도록 비자 서류를 준비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시간이 없으신 관계로 우리의 스승이 되자마자 얼른 자리를 뜨셨다.
스스로에게 자꾸 얘기했다.
'정말 제자 되길 잘했다, 잘했다!'
부드럽게 웃으시며 'Small me?' 하시던 마스터가 자꾸 어른 거렸다.
(다음 편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