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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달 Aug 24. 2016

서툴거나, 어설프거나

혼자의기억...

꽃집이 즐비해 있는 곳. 꽃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눈빛이 사랑스러워지고, 그들이 내뿜는 향에 취해 사랑하는 사람의 향기까지 잊게 만들어 버리는 곳. 무엇인가에 화가 났던 사람도 그들 곁을 스칠 때는 순간 평온을 찾을 수 있는 곳. 그들의 향에 젖어 단 1초라도 더 머물다 사람들에게 젖은 고단함을 잠시 잊고 싶은 곳.

그곳에서 한 사람의 뒷모습을 보았다.

 얼굴엔 웃음도 움직임도 없이 눈만 깜빡이며 꽃집 앞에 놓여져 있는 꽃들과 나무들을 둘러보았다. 분명 꽃이나 나무를 사러 온 손님의 모습이었다.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어서인지 스스로 키워보고 싶어서인지 꽤 긴 시간을 그들 앞에 쪼그리고 앉아 이리보고 저리보고를 반복했다. 어떤 꽃을 사고 싶어서일까. 종류가 너무 많아 선택하는데 어려움이 있어서일까. 한 참 동안의 시간이 지난 뒤, 남자가 일어났다. 쪼그리고 앉았던 탓에 바지 뒷면이 구김이 나 있는 채로 꽃집 앞에서 꽃에 물을 주던 주인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찾으시는 나무가 있으세요?”


 주인의 물음에 남자의 대답이 궁금했다. 정말 어떤 꽃을, 어떤 나무를 찾고 있었던 것일까.
 “네, 관심을 많이 주지 않아도 잘 자랄 수 있는 나무 있을까요?”


 남자의 말에 주인은 힘을 빼며 웃었고, 나도 따라 웃었다. 관심을 많이 주지 않아도 잘 자랄 수 있는 나무.

누구에게 주려는 것이었을까.


 “손님, 이 나무 어떠세요? 가끔 생각날 때 한 번씩 물만 주면 잘 자라는 나무예요.”
 주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남자가 한쪽 눈을 찡긋거린다.

마음에 든다는 표현인지 묻고 싶을 정도로 애매한 표정. 그리고 남자는 한 마디 덧붙여 말했다.


 “여자 친구에게 선물 할 건데요. 포장 해주실 수 있나요?”
 남자의 말을 들은 주인이 동그란 눈을 하며 여자 친구에게 줄 선물이면 더 예쁘고 화려한 것으로 다시 골라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남자는 손사래를 치며 그냥 좀 전의 투박한 나무를 고집했다. 그리고 분홍색 리본으로 포장된 나무를 들고 꽃들이 내뿜는 향이 젖어 있는 거리를 걸어갔다. 

 꽃 집 주인이 다시 길가에 있는 나무들을 보살피기 시작했다. 예쁘고 화려한 색을 가진 꽃과 만지면 툭 떨어질 것 같은 꽃망울을 가진 나무들은 더 조심히 곱게 보살피는 모습이 보였다. 좀 전의 그 남자가 고집했던 나무에게는 주인 역시 큰 관심을 주지 않았다. 이른 새벽부터 나와서 나무들을 보살폈을 그런 주인의 모습에 내가 말을 걸었다.
 “매일 이렇게 꽃과 나무들 안에서 함께 일하시니 좋으시겠어요.”
 내 말에 주인은 피식 웃으며 말을 건넸다.
 “좋긴 하죠. 그런데 꽃을 다루고 나무를 보살피는데 서툴고 어설프면 이 일을 할 수 없어요. 조금만 관심을 주지 않으면, 너무나 예쁘다고 온 관심을 갖던 이 녀석들도 저렇게 다른 나무의 거름이 되어버리니까요. 꽃을 기른다는 거, 나무 한 그루에 싹을 하나 틔운다는 건 보기보다 아주 큰 완벽함을 요구하는 것 같아요. 실패로 끝나버린 저들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죠. 그리고 선물해 준 이에게 미안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가끔씩은 무심히 잘 커주는 나무들이 고마울 때가 있어요.”


 꽃을 선물 받으면 처음엔 꽃병에 꽂고 늘 물을 갈아주었다. 화분을 선물 받으면 처음엔 햇볕에 내 놨다 비를 맞혔다 다시 들여놨다 물을 줬고 또 수많은 관심도 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어설프게 아는 상식으로 서서히 꽃과 나무는 죽고야 말았다. 나는 늘 그랬다. 선물 해 준 이에게 미안했지만, 그것을 통째로 쓰레기통에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 꽃을 보며 자기 생각을 해달라는 의미였을 텐데, 쓰레기통에 넣어버린 순간, 아니 점점 시들시들 말라버리는 순간부터 그 사람 생각은 관심 밖의 일이 돼 버린다.

꽃과 나무에게 서서히 관심을 두지 않은 것처럼. 

 그래서 그 남자가 관심을 많이 주지 않아도 잘 자라는 나무를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준 화려한 꽃보다 꾸준하고 완벽한 관심이 없으면 시들시들 말라버리는 꽃보다  차라리 무관심 속에 그 자리 그 곳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어서 말이다. 꽃을 고르는 것도, 나무를 키우는 것도 어설프고 서투르겠지만 오랜 시간 함께 하고 싶어서, 오랜 시간 그 나무를 볼 때마다 자신을 생각해 달라는 의미였는지도 모른다.


 완벽하기 위해 스스로 모서리 져 있는 세상에서 한 귀퉁이 뚝 잘라버리고 그 곳에 등을 기대 잠시잠깐 나를 피신시킬 수 있다면, 그 까짓 어설픔과 서투름에 한 귀퉁이 다시 덧댈 필요 있을까?

어디선가 내 무관심 속에서 나만 바라보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만인 것을.   
 
 


서툴거나 어설퍼보여도 괜찮아. 
조금은 예쁘지 않게 동그란 하늘의 구름을 보면 마음이 편해지잖아.
일부러 뾰족한 모서리를 키울 필요는 없어. 
무관심 속에서도 누군가의 꿈도 사랑도 미래도 커나가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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