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했다.. 그 겨울바람도
아침부터 여자는 바빴다. 남자를 만나는 길을 일찍 떠나고싶었다. 한참동안의 여유가있음에도 빨리 버스에 몸을앉히고싶었다. 버스안에서 온전히 남자생각을 할수있음에 벌써부터 설렜다.
밖은 차가웠다. 올겨울 가장 추운날이라 말해줬던 기상캐스터의 말처럼 호락호락한 날씨는 아니었다. 그래도 좋다고생각했다. 남자를 만나지못함이 여자를 더 춥게 만들었을테니.
"어디쯤 오고있어?"
남자의 메시지에 피식 웃는 여자.
"거의 다 왔어. 10분정도"
남자를 볼수있음에 행복해하는 여자의 떨림으로 차가운 버스안이 훈훈해졌다.
버스문이 열리고 약속장소로 발을 내딛는 순간 불어오는 겨울바람에 코트옷깃을 단단히 여몄다. 세찬바람에 얼굴에 상처라도 날까봐 고개를 숙이고 사람들의 발 뒷꿈치만 따라갔다.
한참을걷고 횡단보도 앞에서 녹색불을 기다리는 여자. 시간이 너무 더뎌감에 큰 숨 만 내쉬었다.
어딜 그리 서두르는지 뛰는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는 무리속에 여자의 발걸음은 점점 느려졌다.
남자를 만날 떨림에...
남자를 만날 설렘에...
약속장소 앞, 눈바람에도 반짝이는 금빛외벽. 빌딩사이로 불어오는 살을 에는 겨울바람. 바람결에 차가워지는 여자의 머리칼. 잊고있었던 겨울의 느낌을 알게해줬다.
남자가 오기를 기다리는 그 순간, 차가운겨울바람이 남겨준 꽁꽁 얼어버린 귓볼이 어느새 따뜻해짐을 느꼈다.
기다림으로 인해 발갛게 돼버린 여자의 한쪽볼을 행여 아프기라도 할까봐 살짝 감싸안은 남자의 손길에 여자는 알았다. 남자가 곁에 있음을....
그 겨울바람도 어찌할수 없는 온기였음을
♡♡♡♡♡♡♡♡
어제 그 빌딩사이를 지났습니다. 그리고 그 횡단보도도 건넜습니다.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지만 마치 당신에게 건너는것 같았습니다.
그빌딩 앞에 다다르니 내 발걸음이 멈추더군요.
그렇게 멈춰있으면 당신이 그겨울 그때처럼 제 볼을 감싸줄거같았습니다.
한참을 멍하게 그 곳에서 당신생각을 했습니다.
당신도 그곳을 지날때면 제 생각하는지요?
바람이불어옵니다.
그 겨울 찬바람은 아니지만
그 겨울바람보다 더 차갑습니다.
사랑이 끝나서 힘든것보다
당신을 잃어서 힘든것보다
당신의 흔적에 온몸이 굳어 움직이지 않는
그래서 눈물짓는게 더 죽을만큼 힘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