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곳에서 한 발 벗어나볼까

새로운 기쁨은 늘 생각보다 가까이에

by 여름

모든 취미가 그렇겠지만 캠핑을 즐기는 방식은 캠퍼마다 제각각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 지인들을 초대해 함께 즐기고 싶은 사람, 취향에 맞는 장비를 다양하게 갖추고 싶은 사람, 최소한의 장비만으로 가볍게 즐기는 사람... 주변에 캠핑을 즐기는 친구가 아직 많지 않기도 하고, 내향인 부부+소심한 강아지로 구성된 우리 삼총사는 3년 가까이 셋이서만 캠핑을 다녔다. 우리의 캠핑 주요 콘텐츠는 음식, 산책, 낮잠, 독서와 보드게임 정도로 간추려지는데 남편은 이 중 보드게임과 뒹굴거리는 시간의 비중을 늘리고 싶어하고, 나는 산책과 동네 탐방을 조금 더 하고 싶어하니 이 적은 인원끼리도 타협은 계속되고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런 우리에게 친구들과의 첫 단체(라고까지 할 수는 없고 강아지 둘, 사람 넷 정도의 소규모) 캠핑은 거의 분기 최대 이벤트였다. 남편은 언제나 흘러가는 대로 유연하고 느긋한 반면, 늘 조금은 동동거리는 습관을 떨치지 못하는 나에게는 신경쓸 일이 너무나 많게 느껴졌다. 캠핑 가기 몇 주 전부터 단톡방에서는 메뉴와 준비물에 대한 열띤 대화가 오갔고 출발 전 날까지도 나의 마음은 쓸데없이 바빴다. 상대방 부부가 요리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 날로 먹는 사람들은 되고 싶지 않은데 손재주는 또 없으니 뻔히 남을 간식과 술을 과하게 챙기고 보드게임도 한 트럭 챙겼다. 늘 내 말을 귓등으로 듣는 강아지에게도 처음 만나는 강아지가 무섭더라도 잘 있어달라는 당부의 속삭임을 여러 번 들려주었다.


우리의 2박 3일은 결론적으로 내내 즐거웠다. 알고 보니 각자가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 다양하게 준비해봤어' 라는 마음으로 각종 콘텐츠와 먹거리를 챙겨왔고, 짐은 터져나갈지언정 즐거움은 부족함이 없었다. 혹시라도 나의 사회성 배터리가 첫날부터 바닥나버려서 혼자 있고 싶어지거나 강아지들끼리 사이가 안 좋으면 어쩌나 조금 걱정했는데, 수면 패턴이 달라 각자만의 시간이 조금 더 주어지기는 했지만 다 같이 보내는 시간도 편안하고 대화가 잘 통해서 잠잘 때 빼곤 대부분의 시간을 다같이 보내도 즐거웠다. 이번에 시간이 모자라서 못한 달고나 만들기와 인센스 피우기는 다음에 꼭 해야겠다고, 우리는 자연스레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이제 우리 부부는 캠핑을 즐기는 두 가지 방법을 터득한 셈이다. 늘 그래왔듯 3총사가 고요한 캠핑을 즐길 수도 있고, 새로운 사람 또는 함께 갔던 친구들과 또다시 여럿이서 조금은 더 활기찬 캠핑을 할 수도 있다. 캠핑이 살짝 '아는 맛'이 됐나 싶던 차에 캠핑의 새로운 면을 발견한 기쁨도 크지만, 무엇보다 여러 사람이 모여 우당탕탕 예측불가로 흘러가는 시간을 오롯이 즐길 수 있었다는 점이 기쁘다. 나 사람들이랑 떠들썩하게 노는 거 좋아했네? 나를 잘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성격에 꼬리표를 붙여놓고 더 알아가기를 게을리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캠핑은 이런 재미에 다닌다'를 정해두지 않듯, 내가 행복과 즐거움을 느끼는 조건을 미리 한정해둘 필요는 없을 듯하다. 살면서 조금 더 자주 새로운 기쁨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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