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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일 차 : 날씨야 눈치 챙겨..!

한 템포 쉬어가기

by 베라노드림

오늘은 처음으로 걷지 않고 쉬어 가는 날이다.

어제 잠들기 전, 내일은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걷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편안한 상태로 잠들었지만 여전히 푹 자지는 못했다. 늦게까지 자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고 그래도 평소보다는 늦은 시간인 9시쯤 일어났다.


오전에는 동행들과 스포츠용품점에 가기로 했다. 계속 비 예보가 있는데 내가 가지고 있던 우의가 효율성이 없어서 실용적인 우의가 필요했고 동행들도 저마다 각자 필요한 용품들이 있었다.

시내에서 스포츠용품점까지 가는 셔틀버스가 있다고 해서 정류장으로 갔는데 예정시간이 지났는데도 버스가 오지 않아 혹시 안 오는 건 아닌지, 다른 정류장인 건지 걱정하며 기다렸는데 다행히 늦게라도 버스가 와서 편안하게 타고 갈 수 있었다. 스포츠용품점은 생각보다 훨씬 컸고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제일 필요했던 우의를 사고 장갑과 두꺼운 양말도 샀다.

시내로 가기 위해 버스 시간표를 확인해 보니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길래 근처에 있던 패스트푸드점에서 간단히 먹고 쉬다가 버스를 타러 갔는데 시간표가 잘 못된 건지 예정된 시간에 버스가 오지 않았다.

시내에서 셔틀버스를 기다릴 때는 비가 안 왔었지만 도착하고 나서부터 갑자기 비가 내렸었는데 그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시내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계속 비가 내려서 샀던 우의를 바로 꺼내 입어야 했다. 비가 오는데 바람까지 불어서 너무 추워서 30분 넘게 벌벌 떨며 기다리다가 겨우 버스를 탈 수 있었고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드러누워서 쉬었다.


대도시에 온다고, 하루 쉬어간다고 뭘 하며 보낼까 고민하며 엄청 설렜었는데 비가 와서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숙소에 있자니 너무 속상하고 슬펐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날씨에 걷는다고 생각하니 상상만으로도 끔찍해서 오히려 쉬고 있는 지금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에서 계속 쉬다가 몇 명 동행이 성당 구경을 간다고 했다. 나는 성당에는 큰 관심이 없어서 가야 되나 고민하다가 안 갔는데 왠지 후회할 것 같아서 나중에 다른 동행이 간다고 할 때 뒤따라 갔다.

밖에서 봤을 때도 멋있었지만 안에 들어가서 보니 굉장히 웅장했다. 그러나 내가 천주교 신자가 아니라서 어떤 의미나 상징을 잘 모르다 보니 보이거나 느껴지는 게 한정적이라 아쉬웠다.


성당을 둘러보고 다시 숙소로 가서 잠시 쉬다가 저녁 먹으러 나갔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대도시 아니면 먹을 수 없는, 아시안 음식을 먹기로 했고 그중에서도 일식당을 가기로 했다. 종류가 너무 많아서 고르기 쉽지 않았는데 오늘 하루 종일 제대로 된 끼니를 못 챙겨 먹어서 덮밥을 시켰다. 원래 일식을 좋아해서 너무 맛있게 먹었는데 언제 다시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없어지는 게 아쉬워서 최대한 천천히 먹었다.


저녁 먹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동행 중 한 명이 전망대를 보러 갈 거라고 했다. 같이 가고 싶었는데 어제부터 목감기 기운이 살짝 있었는데 오전에 스포츠용품점에 갔다가 추위에 떨어서 그런지 저녁쯤 되니 목이 좀 더 아팠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 바로 숙소로 들어가 쉬고 싶어서 고민했지만 결국 따라갔다. 어제 가려고 했는데 늦어서 못 가서 아쉬웠는데 오늘도 안 가면 나중에 너무 후회하고 아쉬울 것 같아서, 꼭 가보고 싶었다.

다행히 숙소에서 멀지 않았고 도착하고 나서 보니 생각보다 더 좋았다. 야경이 너무 이뻤고 안 왔었으면 후회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늦은 시간이라 오래 있지는 못했고 잠깐 구경 후 동행들과 사진 찍고 내려왔다.


처음으로 걷지 않고 쉬는 날이었는데 며칠을 계속 걷기만 해서 그런지 막상 쉬고 있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마치 계속 걸어야 할 것처럼.

대도시에 왔는데, 걷지 않는 날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비가 오고 날씨가 안 좋아서, 너무 추워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구경을 제대로 못해서 너무 아쉬웠지만 그러나 덕분에 아무것도 안 하고 온전히 쉴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위로가 되었고 오랜만에 한식과 비슷한 아시안 음식을 여러 번 먹어서, 제대로 챙겨 먹은 것 같아서 든든하고 좋았다.

살짝 목감기 기운이 있는데 자고 일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괜찮아지면 좋겠고 내일부터 또 몇 일간은 쉬지 않고 걸어야 하는데 비가 오지 않기를, 걷기 좋은 날씨가 계속되기를, 어디든 아픈데 없이, 컨디션 유지 잘하며 걸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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