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거 먹고 필요한 거 사고 도시 구경하기
오늘은 걷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어젯밤 동행들과 늦게까지 이야기 나누며 놀다가 새벽에 잠들었고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일어났다.
먼저 일어난 몇 명 동행이 아침을 먹고 있었지만 나는 생각이 없었고 그것보다 오전에만 오픈한다는 츄로스 가게가 있는데 맛있다고 해서 꼭 먹어보고 싶었기에 일어나자마자 대충 준비하고 사러 나갔다.
어제는 빨리 도착해야겠다는 생각에 주변은 보지 않고 앞만 보고 걸어서 그런지 못 보고 지나쳤었는데 알고 보니 어제 걸어왔던 길목에 위치해 있었고 숙소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걸렸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지 츄로스 가게 앞에는 한국인이 많았고 주인도 내가 한국인이라고 좋아해 주셨다.
상냥한 미소로 갓 튀겨낸 츄로스를 주셔서 그 자리에서 바로 한 입 먹었는데 너무 맛있고 친절한 주인과 맛있는 츄로스 덕분에 하루의 시작이 좋았다.
숙소로 가서 동행들과 나눠 먹고 좀 쉬다가 스포츠용품점에 가기로 했다.
점점 더 추워지는 날씨에 따뜻한 옷이 필요할 것 같아서, 필요한 것도 사고 구경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숙소에서 도보로 20~30분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동행들과 이야기도 하고 도시를 둘러보면서 걸으니 금세 도착했다. 역시나 규모가 컸고 보다 보니 사고 싶은 게 많았지만 샀다가 괜히 짐만 늘어날 수도 있어서 고민하다가 결국 약간 두꺼운 긴팔티 하나만 샀다.
다 사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숙소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이 도시를 좀 더 보고 싶어서 동행들과 헤어져 혼자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사실 구경도 구경이지만 오랜만에 친구랑 통화를 하고 싶었던 게 컸는데 결국 통화는 하지 못했다. 그래도 덕분에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가봤고 이 도시를 좀 더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트 구경도 실컷 했는데 다른 나라에 가면 그 도시의 마트에 가서 구경하는 걸 좋아해서 여기서도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숙소 도착 후에도 저녁 시간까지는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았었지만 하고 싶은 게 없었고 뭘 해야 될지를 몰랐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 이상했다. 차라리 걷는 게 나을까 싶을 정도였다. 잠은 오는데 지금 자면 밤에 못 잘 것 같아서 핸드폰으로 사진 정리하고 대충 시간을 보내다가 동행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나니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 져서 다 같이 나가서 아이스크림도 사 왔다.
가는 길에 비가 왔지만 거리는 사람들로 붐볐는데 역시 도시라서, 여태까지 머물던 마을 분위기와는 전혀 달랐다. 순례길을 걷다 보면 대부분 소규모 마을에만 머물다 보니 이런 분위기를 느낄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대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 분위기도 좋았다.
레온은 산티아고 도착 전, 마지막으로 쉬어가는 도시였는데 비가 내릴 때도 있었고 추웠고 날씨가 좋지는 않았다. 그리고 걷지 않고 쉬어도 되는 시간이었는데 막상 쉬고 있으니 이렇게 쉬어도 되는 게 맞는 건지 걸어야 되는 거 아닌지 싶다가도 또 한편으로는 주어진 이 시간을 제대로 못 즐긴 거 같아서 너무 아쉬웠다.
내일부터는 또 걸어야 하는데 이제 산티아고 도착까지 단 12일 정도 남았고 별일 없는 이상 쉬지 않고 걷기로 했다. 점점 비수기로 접어들고 있고 날씨예보도 좋지 않아 걱정이 되는데 무사히, 끝까지 잘 걷길 바라고 남은 기간 동안 이 길을 걸으며 정리하고 싶었던, 내가 여기 온 이유가 헛되지 않도록 명확한 답을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