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36일 차 : 헤어짐과 다시 시작을 앞둔 하루

이별을 준비하고 다시 걸어가기 위한 쉼

by 베라노드림

어제 산티아고 도착 후 기쁨을 만끽했고 다시 그 길에 서기 위해 오늘 하루는 쉬기로 했다.

이곳에 무사히 도착해서 마음 편히 쉬는 날인데, 이 도시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었는데 역시나 오늘도 비가 내렸다. 너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준비 후 혼자 밖으로 나갔다. 먼저 한인 슈퍼로 가서 비상용으로 라면과 햇반을 산 후 순례자 사무실로 가서 산티아고까지 잘 걸어왔다는 증명서를 받았는데 이게 뭐라고 괜히 설렜고 여기까지 무사히 잘 왔다고 인정받는 느낌이라 기분이 좋았다.

좀 더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싶었는데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어서, 돌아다니기 힘들 것 같아 숙소로 돌아갔고 숙소에서 잠시 쉬다가 점심으로 파스타를 먹기 위해 동행들과 다시 나갔다.

이 길을 걷는 동안 제대로 된, 맛있는 파스타를 먹지 못했었기에 대도시에 가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고 꼭 맛있는 파스타를 먹겠다는 생각에 파스타 맛집을 찾아갔고, 까르보나라를 주문했다. 한국에서 보던 스타일이 아닌, 정통 까르보나라처럼 보였고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드디어 맛있는 파스타를 먹게 되어 기뻤고 디저트로 먹은 티라미수 케이크도 한 입 먹자마자 리뷰에 극찬이 쏟아진 이유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너무 맛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점심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다가 비가 잠시 멈춘 것 같아서 옷 쇼핑도 하고 싶고 기념품도 살까 싶어 다시 나갔다. 이것저것 구경 후 숙소에 도착하니 몇 명 동행이 와인을 마시고 있어서 같이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처음에는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장난쳤는데 나중에는 점점 진지해져서 내일이면 진짜 헤어지는 날이니까 너무 아쉽다고, 너무 좋은 동행들을 만나서 행복했고 좋았다고, 다들 서로에게 고맙다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동행 중 한 명이 갑자기 울었고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울컥하다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흘렀다.

아마 언젠가 다시 이 길을 걷는다 해도, 아니 어디 다른 곳을 여행하더라도 이런 동행들은 다시는 못 만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이 길을 걷지 않았다면, 이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라고 생각하니 더 감정이 격해졌다.

겨우 감정을 추스렀는데, 오늘 밤 먼저 떠나는 동행이 있어서 인사를 나누다 또 눈물이 났다.

영영 못 보는 것도 아닌데,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사히 여행하고 한국으로 귀국할 수 있기를 바라며 안전을 빌어주었다.


이 곳에 도착하기 전 부터 기대했던 도시였는데 비가 내렸다 그쳤다 반복되는 날씨 때문에, 이 곳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사라지면서 쉬는 동안 여기저기 구경하기 보다는 동행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

내일은 나와 동행 중 한 명은 세상의 끝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더 걸어가기로 했고 나머지 동행들은 여기서 끝내고 여행을 즐기기로 해서 진짜 헤어지게 됐다. 내일 헤어질 때 울지 않고 밝은 모습으로 씩씩하게 헤어지고 싶은데, 그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노력해 봐야겠다.

내일부터 5일 정도 걷게 되는 그 길에서 기적을 만난다거나 큰 변화를 기대하기보다는, 산티아고에 무사히 도착했던 것처럼 아무 일 없이 걸을 수 있기를,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조용히 생각과 감정을 정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