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기이택생 Jan 04. 2021

처음 만난 서로를 위해 이토록 땀 흘려 노력하는 일

가짜 안정감을 위한 하룻밤

결국은 또 저질러버렸다. 처음 만난 이를 전라로 끌어안은 것이다. 부산에 출장을 간 김에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녀석은 월 육백에 연말 보너스로 천팔백을 번다고 했다. ‘짜식, 많이 버는데 좀 사라.’며 다그쳐 회에 소주를 얻어먹었다. 난생처음 맛보는 종류의 회였다. 자기 방에서 자고 가라는 친구의 제안을 거절하고 새벽 거리로 나선 이유는 내 처지에 구역질이 나서였다. 네다섯 곳의 칵테일바를 전전하며, 혼자나 둘이 온 모든 여자에게 말을 붙였다. 몇몇에게 술을 샀고, 그중 한 명과 근처 모텔로 향했다.


편의점에서 사 온 양주를 마시며 전희를 가지다 함께 전라가 되었다. 그녀가 내 성기를 입으로 가져가려 할 즈음, 나는 그녀의 허리를 당겨 마주 앉았다. 마주한 그녀의 얼굴에 잠시 당황한 기색이 비쳤다. 그녀는 말없이 다시 내 성기를 쥐었고, 나는 그녀를 더 세게 안았다. 그녀가 움직이려 할 때마다 꽉 안기를 몇 차례, 교착상태에서 우리는 서로를 마주하고 침대에 옆으로 누웠다. 그녀의 움직임이 잦아들자 나는 왼팔로 그녀의 허리를 안고 오른손으로 뒷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는 금세 나를 등지고 돌아누웠고, 나는 그녀의 등에 몸을 포갰다. 두 몸뚱이의 미세한 굴곡까지 밀착되는 이 느낌. 사람의 몸은 원래부터 이렇게 맞대라고 신이 만든 것 아닐지 착각하게 할 정도의 포근함. 살결 너머로 그녀의 체온과 함께 심장 박동까지 전해져 왔다.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 베개를 적셨다.


낯선이와 하룻밤을 함께하는 것은 분명 외로움을 내쫓는 효과가 있다. 단순히 섹스를 하며 성욕에 의한 외로움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내 벗은 몸을 보이고 관계를 허락하는 행위 자체가 깊은 신뢰감을 준다. 비록 내일이면 사라질 신뢰이더라도, 그 밤에는 웬만한 친구보다 서로를 더 믿어야 한다. 내가 갑작스레 상대방의 목을 조를 수도 있고, 상대가 돌변하여 성폭행으로 나를 신고할 수도 있다. 그 하룻밤은 ‘네가 위험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믿기에 오늘 나와의 관계를 허락할게.’라는 말을 밤새 몸으로 나누는 것이다. 그토록 강한 믿음과 신뢰는 소속감이나 동질감 같은 감정의 착각을 통해 엄청난 정서적 안정감을 주고 외로움을 쫓아낸다. 때로는 나를 잘 아는 사람에게 할 수 없을, 다시 볼 사이가 아니기에 편히 털어놓을 수 있는 얘기를 나누며 마음의 짐을 덜어낼 수도 있다. 또한, 상대방을 기쁘게 하기 위해 처음 만난 서로가 이토록 땀 흘려 노력하는 일은 섹스 외에는 없다.


어제 부산에서 흘린 눈물도 이런 안정감이나 고마움이 맺힌 것이겠다. 그 눈물로 외로움을 씻어낼 수 있기에 내가 밤거리를 기웃거리는 것일 테다.

매거진의 이전글 방에 누워서 온종일 틴더를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