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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rgieon Mar 17. 2017

すすきの駅

은은한 밤

Sapporo, Hokkaido

스스키노의 밤을 느끼고 싶어 길거리로 나섰다. 스스키노의 구석구석을 훑어보던 중 The Long Bar라는 작은 바를 찾았다. 바 쪽에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집어 들어 위스키 쪽을 보던 중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씨가 극찬하며 추천한 라프로익 10년 산 곧바로 주문을 하고 준비된 위스키가 나온 뒤 한 모금 마셨다. 그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술을 잘못하는 나도 '정말 맛있는 술이구나'라고 느끼게 해 줄 정도로 좋은 술이다. 한국에서는 자주 담배를 태우진 않지만 왠지 모르게 여행길에 올라서게 되면 담배를 찾게 된다. 늦은 나이에 배운 담배는 나에게 습관보다는 즐거움의 요소 중 하나인 것 같다.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요소들과 라이브로 연주되는 클래식 기타 소리로 삿포로 스스키노 밤이 무르익어 갔다.

위스키를 마신 후 다음으로 찾은 곳은 Blanc 이란 지하에 위치한 작은 와인바이다. 바 쪽에 위치한 자리가 없어 조금 기다리다가 내 눈치를 보고 후다닥 일어난 커플들의 선처로 인해 금세 자리에 앉게 되었다. 참 의식적이고 가식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런 의식은 고맙다. 아무 정보 없이 온 곳이라 화이트 와인을 추천받았다. 한 모금 마신 뒤 '익숙한 맛인데?'라고 생각했다. '분명 착각이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의념은 곧 확신이 되어 주인장에게 와인의 병 라벨을 봐도 되냐고 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2년 전 비엔나에서 주야장천 마셨던 Grüner Veltliner라는 오스트리아산 화이트 와인이다. 환상의 미각을 가진 것은 아니다. 생에 마셔본 와인 중 가장 맛있는 와인으로 기억하기 때문에 절대 맛을 잊을 수 없었다. 2년 전 비엔나서의 기억이 향수처럼 은은하게 내 주위를 맴돌았다. 주인장에게 자랑 아닌 자랑을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주인장도 이야기가 맘에 들었는지 곧바로 하몽을 좀 더 잘라주며 함께 먹으라며 권했다. 스스키노의 밤은 아직도 은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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