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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rgieon Mar 22. 2017

무엇을 보고 계신가요?

Ich Sehe Dich

Alsterfontäne , Hamburg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중앙역 쪽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알스터호를 벗 삼아 걸었다. 끝에 다다를 때쯤일까, 벤치에 묘한 느낌의 사내가 앉아있었다. 해 질 녘의 하늘을 바라보며 눈빛은 우수에 차있었다. 양손을 무릎 위에 절도 있게 올려놓은 채 올곧은 자세로 계속하여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침 비 굵기가 얇아지고, 그 사내를 더 관찰하고 싶은 마음에 가방에 사놓었던 맥주를 꺼내어 자리를 잡았다. 풍경과 묘한 사내를 안주삼아 어느새 한 병을 비웠다. 20분 정도가 지나도 사내는 흐트러짐 없이 자세를 유지하며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정말 묻고 싶었다. '무엇을 보고 계신가요? 찾고 있나요?'라고..


사람이란 참 웃긴게 그 상황에서 별 쓸데없는 상상을 한다. 자살을 결심한 걸까? 연인과 헤어진 건가? 회사에서 쫓겨난 건가? 기분 좋은 일이 있는 건가? 그 어느 하나 단정 지을 수 없는 표정이 그에게 있었다. 마침 비 굵기가 굵어지고 더 거세게 내리기 시작했다. 좋은 타이밍이라 생각하며 나는 자리를 떴고 먼발치 풍경 속에서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그는 그 벤치에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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