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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rgieon Apr 25. 2017

동경을 통해 자극을

겉멋 들어 죄송합니다.

Tokyo
가벼운 발걸음, 인천공항

사실 저에게 여행은 언제나 중요한 자극제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정말 겉멋이죠. 남들은 무언가 도전하기 전 마음만 먹어도 할 수 있지만 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굳이 무언가에 의미부여를 하여 그것을 통해 자극을 느낀다. 가 이 당시 제 모토였죠. 그중 하나가 여행이고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어머니와의 홋카이도 여행을 다녀오고 많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다. 오랜만에 간 여행에서 제가 채워 올 수 있던 것은 아쉽게도 별로 없었습니다. 어머니의 편의를 봐드리는 거에 초점을 둔 탓일지, 결국 이런저런 합리화의 꼬리를 물어 다시 한번 한 달 만에 일본을 찾았습니다. 그곳이 바로 도쿄입니다.


카구라자가카에 위치한 UNPLAN Kagurazaka
호스텔 옥상에서 보이는 뷰
카구라자카의 풍경

도쿄에서의 초반 일정은 정말 당혹스러웠고 저를 괴롭혔습니다. 나름 여행을 다녀봤다고 생각했지만 도쿄에서 느낀 이유모를 조급함과 긴장감이 저를 맴돌고 방대한 대도시의 기운이 결국 저를 집어삼키더군요. 아무래도 

나를 채우려고 간 곳이 채워서 가야 했던 곳이기 때문 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을 방문했을 때 상당히 충격과 자극을 받았습니다. 여러 문화의 다양성을 추구하며 존중하던 그 장소의 모습이 말이죠.

흔히 조용히 책을 읽거나 구입하는 조용한 서점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어느 장소는 멋들어진 LP판을 구입할 수 있고 어느 장소는 맘에 드는 CD를 골라 창가에 앉아 조용히 음악 감상을 할 수도 있죠. 스타벅스와 협업하여 한쪽에선 각자 자신의 업무와 취미생활을 하는 무리들이 보입니다. 참 부러웠습니다. 여행객이란 신분으로 아무것도 챙기지 않아 한탄스럽기까지 하더군요. 커피나 한잔할까? 란 생각으로 들어간 곳에서 그런 자극을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아직도 벚꽃이 만개한 신주쿠 교엔(新宿御苑)
신주쿠 교엔
긴자의 한 빌딩

좀 더 완벽하게

겉멋이라 해도 뭐라 할 말은 없습니다다. 완벽한 장비를 갖춘 아이패드와 괜찮은 음질을 자랑하는 헤드셋, 이런 부수적인 매개체와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필요한 건 저의 일적으로 느낄 수 있는 영감을 받는 것이죠. 여행까지 가서 영감을 찾고 정체성을 찾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겠지만 사람은 저마다 생각하고 느끼는 게 다르니까 라는 변명을 늘어놓고 싶습니다. 독일에 살 때도, 여행을 할 때도 공통되게 느낀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하는 일의 정체성이죠.



무슨 일이든

그 직업에 연관성이 있건 없건, 이 곳에서도 일 생각을 할 수 있거나 무엇인가 떠오르거나, 귀찮지만 그것은 인생을 살며 꽤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금 느끼지만 저는 여전히 그리고 또 여전히 부족합니다. 나로서의 부족함과 내 직업성의 부족성, 매번 무언가를 채운 상태로 여행을 가는 것은 힘들지만 말이죠. 여행을 하면 욕심이 생겨 피곤하기도 행복하기도 합니다. 다음엔 어딜 가지?, 다음엔 뭘 사야 하지?, 다음엔 뭘 해야 하지? 란 머리 아픈 고민이 생기는 반면에 그것을 시행하고 행동에 옮길 제 미래의 모습에 행복하기도 합니다.


나카메구로 츠타야 서점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
하라주쿠에 위치한 '데우스 엑스 마키나' 매장 겸 카페
도쿄타워에서 보는 풍경

물론 여행을 끝나고 글을 쓴 이 시점엔,

아쉬운 도쿄도 안녕입니다. 잠시 동안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제가 느끼기에 그리고 체험하기에 도쿄는 너무나 방대했습니다. 또 한 그만큼 그것을 움켜쥘 수 있는 느낌을 어느 정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 제 일을 하며 저의 존재를 약간이나마 조금씩 채울 것 같네요. 그런 다음  좀 더 준비가 된 다음에 다시 오고 싶은 도시가 바로 도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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