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멋 들어 죄송합니다.
Tokyo
사실 저에게 여행은 언제나 중요한 자극제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정말 겉멋이죠. 남들은 무언가 도전하기 전 마음만 먹어도 할 수 있지만 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굳이 무언가에 의미부여를 하여 그것을 통해 자극을 느낀다. 가 이 당시 제 모토였죠. 그중 하나가 여행이고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어머니와의 홋카이도 여행을 다녀오고 많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다. 오랜만에 간 여행에서 제가 채워 올 수 있던 것은 아쉽게도 별로 없었습니다. 어머니의 편의를 봐드리는 거에 초점을 둔 탓일지, 결국 이런저런 합리화의 꼬리를 물어 다시 한번 한 달 만에 일본을 찾았습니다. 그곳이 바로 도쿄입니다.
도쿄에서의 초반 일정은 정말 당혹스러웠고 저를 괴롭혔습니다. 나름 여행을 다녀봤다고 생각했지만 도쿄에서 느낀 이유모를 조급함과 긴장감이 저를 맴돌고 방대한 대도시의 기운이 결국 저를 집어삼키더군요. 아무래도
나를 채우려고 간 곳이 채워서 가야 했던 곳이기 때문 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을 방문했을 때 상당히 충격과 자극을 받았습니다. 여러 문화의 다양성을 추구하며 존중하던 그 장소의 모습이 말이죠.
흔히 조용히 책을 읽거나 구입하는 조용한 서점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어느 장소는 멋들어진 LP판을 구입할 수 있고 어느 장소는 맘에 드는 CD를 골라 창가에 앉아 조용히 음악 감상을 할 수도 있죠. 스타벅스와 협업하여 한쪽에선 각자 자신의 업무와 취미생활을 하는 무리들이 보입니다. 참 부러웠습니다. 여행객이란 신분으로 아무것도 챙기지 않아 한탄스럽기까지 하더군요. 커피나 한잔할까? 란 생각으로 들어간 곳에서 그런 자극을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좀 더 완벽하게
겉멋이라 해도 뭐라 할 말은 없습니다다. 완벽한 장비를 갖춘 아이패드와 괜찮은 음질을 자랑하는 헤드셋, 이런 부수적인 매개체와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필요한 건 저의 일적으로 느낄 수 있는 영감을 받는 것이죠. 여행까지 가서 영감을 찾고 정체성을 찾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겠지만 사람은 저마다 생각하고 느끼는 게 다르니까 라는 변명을 늘어놓고 싶습니다. 독일에 살 때도, 여행을 할 때도 공통되게 느낀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하는 일의 정체성이죠.
무슨 일이든
그 직업에 연관성이 있건 없건, 이 곳에서도 일 생각을 할 수 있거나 무엇인가 떠오르거나, 귀찮지만 그것은 인생을 살며 꽤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금 느끼지만 저는 여전히 그리고 또 여전히 부족합니다. 나로서의 부족함과 내 직업성의 부족성, 매번 무언가를 채운 상태로 여행을 가는 것은 힘들지만 말이죠. 여행을 하면 욕심이 생겨 피곤하기도 행복하기도 합니다. 다음엔 어딜 가지?, 다음엔 뭘 사야 하지?, 다음엔 뭘 해야 하지? 란 머리 아픈 고민이 생기는 반면에 그것을 시행하고 행동에 옮길 제 미래의 모습에 행복하기도 합니다.
물론 여행을 끝나고 글을 쓴 이 시점엔,
아쉬운 도쿄도 안녕입니다. 잠시 동안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제가 느끼기에 그리고 체험하기에 도쿄는 너무나 방대했습니다. 또 한 그만큼 그것을 움켜쥘 수 있는 느낌을 어느 정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 제 일을 하며 저의 존재를 약간이나마 조금씩 채울 것 같네요. 그런 다음 좀 더 준비가 된 다음에 다시 오고 싶은 도시가 바로 도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