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 진짜 읽긴 읽나?
취업을 준비하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많은 분들께서 좌절감이나 패배감을 느끼신 경험이 있으실테고, 저 역시 많은 실패(불합격)를 겪으며 동일한 감정을 느껴보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아픔을 겪는 부분이 바로 서류 전형이라 예상합니다. 물론 서류와 인적성 전형을 합격하고 기대와 걱정, 설렘과 우려를 안고 진행한 면접에서 미끄러지게 되었을 때의 상실감과 허탈함도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서류 전형부터 탈락한 사람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습니다. 서류부터 인적성 시험, AI면접, 1차 면접 등 몇 차례의 전형을 합격하면서 ‘하면 된다’라는 자신감도 한편으로는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면접자로서 면접에 참여하는 것은 곧 면접관의 평가 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라 할 수 있기에 당시 주고받은 질문과 답변, 태도, 분위기 등을 복기하며 성공적인 면접과 실패한 면접을 구분하고 앞으로 보완할 점을 발굴하여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서류 전형은 지원자가 며칠 동안을 고심하며 열심히 준비한 자기소개서를 기업 일방적으로 평가하게 됩니다. 또한, 채용 전과정에 있어서 변수가 가장 많은 단계입니다. 자기소개서뿐만 아니라 학벌, 학점, 어학, 자격증, 경력, 인턴, 대외활동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사팀에서 탈락 사유를 알려주지 않는 한 지원자 스스로 탈락 사유를 추정하거나 규명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사유로 때로는 채용 포지션이 없어지거나 TO가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인데, 모든 문제를 지원자의 귀책으로 삼을 수밖에 없습니다. 비록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탈락의 사유를 통보하지 않는 관행과 수많은 지원자들 개별적으로 탈락의 사유를 전달하기 어려운 기업의 한계도 있겠습니다.
지원자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대표적인 질문이 바로 서류 전형에서 자기소개서를 읽는지 여부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답하자면 모든 기업이 서류 전형에서 자소서를 반드시 읽는다고 확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자기소개서를 서류 전형의 세부적인 단계 중 어느 단계에서 읽는지는 기업마다 다릅니다.
예컨대, 필자가 직접 서류, 인적성, 면접 전 전형에 임하였던 대기업 D社가 대표적입니다. 채용 설명회 및 전형 진행 과정에서 인사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몇 차례 가졌는데, 그때 해당 기업의 서류 전형 절차와 관련된 정보를 얻었습니다. D社는 사내에서 손꼽히는 핵심 구성원들의 성향이나 일하는 방식을 분석하여 데이터화하고, 이를 서베이(Survey) 형식으로 만듭니다. 바로 이 서베이를 서류 전형에 포함시키고 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최종 제출하기 전 주어진 제한 시간 동안 서베이를 수행하도록 합니다. 이렇게 공을 들이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실 수 있듯이 해당 기업에서는 지원서(소위 스펙), 자기소개서, 서베이 3가지 요소 중 서베이 결과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습니다. 즉, 자기소개서 등을 검토하지 않고 서베이 결과에 부합하는 지원자를 일정 순위까지 필터링 합니다. 이후 지원서에 기재된 정보, 소위 말하는 스펙을 평가하고 최종적으로 자기소개서를 평가합니다. (**해당 기업 인사팀에서 공식적으로 이야기한 것이 아니고 필자가 개인적으로 판단한 정보인 점 감안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기업의 경우 일정 기준의 스펙(학벌, 학점, 어학, 자격증 등)으로 선 필터링을 거친 후 자기소개서를 읽으며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서류 전형에는 스펙, 자기소개서 및 일부 기업의 경우 서베이 3가지의 평가 요소가 있으며, 각 기업마다의 우선순위는 다릅니다.
정리하여 말씀드리자면 자기소개서를 평가하는 순서(즉, 평가 비중)는 기업마다 다를 수 있되, 자기소개서를 읽지 않는 기업은 없다고 해도 좋습니다. 서류 전형에서 자기소개서 평가 우선순위가 떨어지더라도 읽는 것은 읽는 것이니까요. 또한, 우리는 최종 합격이 목적이므로 면접도 대비해야 하는데, 면접 자리를 위해서라도 자기소개서를 신중히 작성해야 합니다. (자기소개서가 면접 과정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이유는 추후 이야기하겠습니다.)
하지만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데 정말 시간이 부족한 경우이거나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기업의 경우 약간 힘을 빼고 작성하거나 혹은 기존에 작성된 자기소개서를 약간만 수정하여 제출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자기소개서를 거의 읽지 않는다고 생각될 정도로 자기소개서의 우선순위가 후순위인 기업이라면 조금은 안심이 됩니다.
필자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판단할 때,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기업은 유통 및 내수 중심의 L그룹社, 중공업 및 중장비 관련 유명 D그룹社, 그외 P社 등입니다. 모두 기업문화가 강한 곳들이며 1차 면접이 BEI(Behavior Event Interview, 행동기반인터뷰, 구조화면접 등)인 점을 감안할 때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한편 그동안의 채용 컨설팅 실적을 통해 자체적으로 판단해 보았을 때, 서류 접수 후 1주일 이내로 결과가 발표된 기업은 서류 전형에서 자기소개서가 후순위라고 보셔도 좋습니다. 따라서, 이전 전형에서 통상적으로 발표에 소요된 시간을 참조하여 자기소개서 작성에 투자할 시간과 에너지를 사전에 할애하는 것도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