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나를 꺼내 보기
올해 좀 큰 일들이 있었어요.
엄마가 3월 교통사고가 났어요.
경차가 엄마 발등 위로 지나갔어요.
천만 다행으로 엄마는 크게 다치지 않았어요.
엄마는 골다골증이 매우 심해 왔는데 오래 관리하신 덕을 본 것 같아요.
하지만 발이 붓고 불편함이 이어져 찜질과 운동 관리가 세 달 이상 필요했어요.
4월에 같이 일하던 동료가 나를 나쁜 사람 만들고 팀을 나갔어요.
다행히 다른 동료들은 그 동료의 판단에 동요하지 않고
계획되었던 일을 잘 추진하기로 결의했고 굵직한 일들을 함께 잘 진행할 수 있었어요.
5월에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이웃 동생이 세상을 떠났어요.
그 전날도 만나 너무나 힘들어하는 점을 이야기 나눴어요.
친구가 웅크리고 울 때 같이 울었는데 친구의 마른 등의 뼈들이 손 끝에 느껴졌어요.
친구의 가족들은 너무나 충격이 컸는지 장례식 없이 친구를 보내고 이후에 내게 소식을 주었어요.
지역 내에서 소식이 워낙 퍼져서 친구를 아는 다른 이들에게도 알리지 말라는 말과 함께.
올해 한참을 제 정신으로 살 수 없었던 핑계가 되었는데 아직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엄마가 3월말 텃밭에서 넘어져 손목 복합골절이 생겨 어려운 수술을 했어요.
한달 후에 길을 걷다가 한 번 더 넘어져 반대편 손목 복합골절로 수술을 했어요.
그리고 하반기에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고,
하반신 저릿함이 심해져 오래 미루던 척추 수술을 하셨어요.
오빠는 외국에 있고 언니는 엄마랑 상극이고 아버지는 관심이 없으신 편이에요.
엄마랑 나는 잘 맞는 편이에요.
너무 간결하게 정리했지만
그러해서 특히 손목 복합골절 수술 전부터 후,
알치하이머 진단부터
중증치매로 진단하며 5,000만원 주사치료를 권한 병원을 벗어나
다른 병원에서 엄마에게 잘맞는 약을 최대치 적응시키는 것까지
춘천과 인천을 오가며 큰 일 없이 돌봄을 했어요.
내가 제일 잘한 건 마음의 평안과 자신감을 회복하실 수 있도록 일상을 관리해드린 것이라고 생각해요.
더 바빠 내가 힘들 것 같았지만, 아니요.
각성효과랄까, 시간을 쪼개 엄마를 챙기는 것이 저에게도 생기가 되었어요.
어느새 12월.
마무리해야할 일들이 아직 산적해 있어요.
피로를 잘 느끼고 저녁 6시 정도면 더 무엇을 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쉬어요.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해요.
'내가 사랑했던 것들을 깡그리 헛된 일이라 여기지 말자.'
'사랑했던 마음은 사랑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이 마음을 누구에게 전할까. 나에게만 이야기하고 있는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나는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
'반드시 끝이 있으니 죽으면 아쉬울 그것을 지금 하자.'
'내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그것이 제일 아쉬울 것 같다.'
'아쉬움의 우선순위는 미움도, 폭로도 아니다.'
'잘 해내고 좋은 사람들과 차 한잔 해야지.'
일요일 아침
해야할 일들을 미룰 수 없어요.
그렇다고 혼자서는 힘이 잘 안나
사람들의 움직임, 대화, 커피 만드는 기계음, 에너지가 느껴지는 카페에 나와 이 글을 쓰고 있어요.
내 앞에 어떤 분은 서류를 가득 쌓아놓고 정리를 하고 계시고, 어떤 분은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만치에는 둘 씩, 셋 씩 이야기 나누는 분들이 보이고요.
오전의 이 생기가 좋네요.
이제 이 글도 마치고 해야하는 일을 해야겠어요.
너무 머리 아파하지 않고
유연하게, 한 발짝씩, 틀려도 조금씩 해나가는
나를 아껴주면서요.
12월 7일
베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