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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나몬 롤 Mar 30. 2024

엄마 졸졸

어디든 함께해요

아침형 인간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며 살았지만, 하루 중 책이 잘 들어오는 시간은 밤 10시 이후부터이다. 그래서인지 그 시각부터는 소파에 비스듬히 등을 대고 눕거나, 침대 위에서 작은 독서등을 켜고 책을 보는 편이다. 독서에 게으른 사람으로서 한정된 밤 시간만이라도 오롯이 독서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 일과 중 아쉽게 흘려보낸 시간들이 밤이면 더욱 명확해지는 것도 싫고.


우리 1호, 2호는 내가 책을 읽을 때 특히 침대 위에 자리를 잡으면 평소 셋이서 함께 자는 습관 때문인지 어느샌가 나타나 둘 다 침대 위로 폴짝 뛰어올라 자리를 잡는다. 자리는 언제나 나의 거동이 자신들이 느낄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곳에 있다. 아니, 그냥 곁에 바짝 붙어 있는 경우라고 해야겠다.


사진처럼 아이들이 내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이 몸통이 되던, 팔이 되던, 다리가 되던 결코 편안한 자세에서 자유로이 책을 보기는 틀렸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침대에서 책을 보기 전에는 아이들이 올 것에 대비해서 최대한 편안한 자세를 잡고 아이들을 기다린다. (물론 아주 가끔 오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 경우는 보통, 동생이 자신의 침대로 먼저 들어가 눕는 경우 아이들도 그쪽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있는 경우다.)


그럼에도 가끔 나에게 돌아와 놀아달라는, 혹은 심심하다는 시그널로 짐작되는 "야옹" 소리를 낸다. 그럴 때는 보던 책도, 끄적거리던 것들도 팽개치고 함께 놀아준다. 욕실로 들어가서 실리콘으로 된 빗으로 턱과 등을 부드럽게 반복적으로 쓸어주면 골골 소리를 내며 만족해한다. 1호의 차례가 다하면 2호가 기다리고 있다. 2호는 빗질을 싫어하고 낚싯대로 밀당하면서 노는 걸 좋아한다. 낚싯대 끝에 달린 미끼 장난감을 천천히 끌어 주거나, 틈 사이로 집어넣으면 호기심에 재빠르게 달려 나온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빗질을 해주어도 다른 걸 해달라는 눈빛을 보내거나, 장난감으로 놀아주어도 흥미를 보이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온라인에서 파는 웬만한 고양이 장난감은 거의 다 겪어 보았고 놀만큼 놀아 본 고양이들은 이제 어지간해서는 과거 어린 이였던 시절만큼 놀이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재미있게 놀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고양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이들의 매일 중 대부분의 시간이 따분함으로 채워진다고 생각하면 미안하기도 하다. 나의 시간보다 아이들의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만 같아서 조급해지기도 한다.


“엄마, 그래도 우리 즐거움을 포기하지 말자.”

”방법을 더 찾아보자. “라고 아이들이 말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나의 행복과 너희들의 행복이 다르지 않으니 찾고자 하면 구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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