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나몬 롤 Mar 12. 2024

2호 배털 자라고 있어요

소중한 털이죠


아크로바틱 한 포즈

 

우리 집 고양이 2호는 얼마 전 소중한 배털을 밀었다. 장염 진단을 받고 엑스레이와 초음파 검사를 받기 위해서였다.


아파서 1차로 방문한 병원에서는 기본적인 피검사만 하자고 하셔서 그렇게 하고 수액과 항생제를 맞고 약을 받아 집으로 왔었다. 문제는 그 약을 받고 잘 먹여도 호전되지 않았다. 다음 날 새벽부터 2호는 다시 토하기 시작했고, 피까지 토했던 2호는 급기야


"우--우앵" 하는 소리를 내며 힘들어했다.


 어지간히 아파서는 '악'소리도 안내는 고양이인데 저렇게 신음에 가까운 소리를 내는 걸 보니 마음이 아팠다.


그 힘겨운 와중에도 자리를 잡고 쉬려는 찰나에도 쉼

없이 토가 나왔다. 발작적인 구토 증세로 잠도 못자고 힘들어하는 2호를 보며 내 속도 타들어 갔다. 저러다 탈진이라도 하는 건 아닌지 아이를 지켜보며 밤을 샜다.


 주말이었지만, 24시간 운영하는 2차 동물병원이 근처 있어 날이 밝자마자 전화를 하고 예약을 잡았다.


 2호는 처지실로 들어갔고, 나와 동생은 긴장된 마음으로 수의사 선생님과 간단한 상담을 한 후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아기 때부터 장이 건강한 편은 아니었던 2호는 몇 년에 한 번 이렇게 장염을 앓았다. 병원에서는 조심스럽게 IBD(염증성 장질환) 판정을 내렸고 - 의사 선생님은 확진을 하려면 생검을 해보는 것이 방법이지만, 생검을 할 만큼 아이의 상태가 위독한 건 아니니 일단은 약을 먹고 경과를 보자고 했다 - 의사 선생님은 퇴원 후 식이개선을 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식이개선이란 말 그대로 사료를 바꾸라는 의미였다.

IBD 사료는 가격도 조금 비싸지만, '가수분해' 라는 화학적인 방법으로 단백질 소화를 잘 시키지 못하는 고양이들을 위해 아주 작은 단백질 단위로 쪼개어 놓은 사료를 말한다. 한 마디로 소화가 잘 되게끔 해주는 사료이다.


 2호를 입원시키고 돌아서는 마음이 너무나 무거웠다. 입원장 안에서 나와 동생 목소리를 알아듣고 나오려고 넥카라를 한 채로 입원장 앞으로 나왔다. 길고 둥근 넥카라가 입원장 문에 부딪히는 것도 모르고 2호는 의아한 눈으로 우리 둘을 쳐다보았다.


"왜 나는 데려가지 않고, 엄마랑 이모만 가요?"

"........"

 

 그날의 무력함을 잊지 않고 있다. 전날 밤부터 계속된 2호의 발작적인 구토로 미루어 보아 병원 판단대로 입원이 최선이리라. 계속적인 구토로 인한 탈수가 왔을 것이고,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니 수액과 항생제를 맞으면서 그 안에서 답답하더라도 전문적인 케어를 받아체력이라도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아이를 병원에 맡기고 집으로 돌아와 IBD사료, 가수분해 사료를 검색해 사료 샘플 몇 가지를 주문해 놓았다. 그리고 일단 집 나간 2호의 식욕이 돌아와야 했으므로, 샘플 사료가 오기 전 까지는 전에 먹던 사료양을 줄여서 급여하기로 했다.


 하루 입원을 했던 2호는 집에 오자마자 자기 화장실로 가서 냄새를 맡고 쉬를 보았다. 집안 여기저기를 냄새 맡고 다녔는데, 집 안 곳곳에서 자기 냄새를 맡았는지 몇 분 걸리지 않아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윤기 많고, 예쁜 배털이 밀려나간 자리는 서서히 식욕을 회복하면서 눈에 띄지는 않지만 조금씩 자라고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