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마켓 나눔 후기
얼마 전, 우리 집 1, 2호가 쓰던 장난감을 당근 마켓에서 '나눔' 했다.
원목으로 된 정사각형 나무 상자가 있고, 상자 양쪽에 각각 4개씩 나무 패들이 상자 밖으로 나와 있다. 나무 패들을 손으로 누르면 구멍 안에 있는 쥐가 튀어나와 고양이를 놀라게 하는, 고양이 입장에서 보면 약이 올라 '호기심'을 돋우는 그런 장난감이다.
우리집 1, 2호의 이빨 자국이 조금 나있긴 했지만, 오래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이 아니라 그런지 상태는 팔아도 될 만큼 깨끗하고 양호했다. 원목으로 되어 있어 여자 힘으로 한 손으로 들기에는 조금 버거운 무게인 것만 감안하면 괜찮은 물건이었다.
물건을 올리자마자 '저요!' 하고 가장 먼저 손 든 분과 약속을 잡았다. 그분 피셜에 의하면 8개월 된 '예쁘고 똑똑한 길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해서 키우고 계신다고 했다. 채팅을 하면서 사진도 보여주었는데, 고등어 코트를 입은 코리안 숏헤어(한국 고양이)가 우아하고 깜찍한 모습으로 책상에 드러누워 있었다.
오래 키우던 강아지를 먼저 떠나보내고 몇 년 후, 어렵게 마음을 먹고 고양이를 가족으로 맞이하게 되었다고 했다. 새 가족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 나도 덩달이 기분이 좋았다. 고양이 사진을 보고 내가 예쁘다고 하자 그분 역시, 반려인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올랐을 (팔)불출산에도 황급히 올랐다 내려왔다. 자식 자랑은 부끄러운 줄 알면서 하고, 또 하고... 자기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웃음줄을 잡으면서도 하고.
나는 마침 샘플 사료도 당근 마켓에 팔려고 올려놓은 것이 있었는데, 그건 그냥 드리겠다고 했다. 같은 고양이를 키우는 입장이라 뭔가 하나라도 더 나누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약속한 장소를 그분이 헷갈려하는 바람에 '나눔'을 받는 장소까지 택시를 타고 왔다. 내 돈은 아니지만 그 택시비가 아깝게 느껴졌다. 그분 입장에서는 '장난감 얻으려다 택시비만 들어갔네...' 이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나눔 하는 취지가 약간 반감이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사료 샘플이라도 그냥 드리길 잘한 일이었다.
그 분과 만나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장난감 사용 팁만 간단히 알려드리고, 장난감과 사료 샘플을 전달했다. 거의 만나자마자 등을 돌리고 서로 갈 길을 갔다.
'뭔가 따뜻한 인사라도 건넸어야 했을까?, 나름 고생해서 찾아왔는데 이용 후기는 안써주시겠지.'
늦은 저녁 다시 당근 마켓 앱을 열어 보니 장난감 후기가 와 있었다.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숨어 있는 쥐들을 야무진 솜방망이로 혼내주고 있는 그녀의 예쁘고 똑똑한 고양이 사진이었다.
별거 아니지만, 진짜 필요한 사람이 가져간 것 같아서 내 입가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그 분과, 그분의 소중한 고양이의 행복을 빌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