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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나몬 롤 Mar 15. 2024

우리 집 1호 고양이

인사드립니다

 우리 집에는 고양이 두 마리와 사람 둘, 이렇게 넷이서 북적이며 살아가고 있다.

앞서 고양이 2호가 아파서 일 년 먼저 세상에 태어나 아주 잠깐 외동묘로 살았던 고양이 1호의 소개가 늦어졌다. (우리 집 고양이들의 이름을 공개하고 싶지만, 둘에게 물어볼 수가 없어서 편의상 태어난 순서대로 1, 2호 이렇게 부르게 된 점을 양해 바란다)


1호는 강원도 홍천 공기 좋고 물 맑은 어느 펜션에 기거해서 밥과 잠자리를 제공받는 길고양이 출신 어미에게 태어난 아기 고양이였다. 나에게 처음 왔을 때는 생후 약 2개월쯤 되었을 시기였던 걸로 추정한다. 다행히 어미젖을 충분히 먹고 이가 거의 다 나서 입양을 왔을 때는, 작고 여린 이빨로 사료를 씹어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집에 온 첫날은 그리운 어미와 형제들을 찾아 "냐옹, 냐옹~" 온 집안을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울어댔다. 모성이 지극했던 1호의 어미는 새끼들의 이가 다 나왔던 시기에도 젖을 내어 주었다 한다. 그런 어미에게 비록 짧은 시간이라 하더라도 1호는 적지 않은 것들을 배워왔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집에 오자마자 제 가족들을 찾아 집 안 여기저기를 아장아장 쏘아 다녔다. 그러고 몇 시간 후에는 포기를 했는지 침대 헤드에 딸린 구석진 수납공간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등을 돌리고 있는 1호


여기 들어가거라고 생각도 못해서 푹신한 천을 깔아 놓지도 못했는데 한 동안 나오지 않았다. 간식이나 맛있는 걸로 유혹해도 넘어가지 않아서 조금 염려가 되어 제 몸집 만한 작은 인형 하나를 넣어주었다.


그 안에서 외롭지 말라고... 넣어 준 쥐돌이. 


 이 날 이후 쥐돌이는 1호의 애착 인형이 되어 나와 동생의 침대, 책상 위, 욕실, 스크래처, 캣타워 등등 1호가 원하는 곳곳에 놓여 있게 된다. (어두운 곳을 찍다 보니 화질이 선명하지 못하다) 

인형과 조우를 한 후, 코팅된 날개를 가진 장난감 막대기를 흔들어 주자 벌레를 잡으려고 밖으로 나왔다. 먹는 것보다 '노는 게 더 좋은' 1호의 기호도도 알게 되었다. 


"나왔으니 되었다.!!!"


 일단 구석에서 나오자 몇 년 놀아준 후 배가 고팠을 녀석에게 베이비 사료를 그릇에 부어 주었다. 낯선 환경에 갑자기 오게 되어 얼마나 무섭고 황당했을까. 배가 꽤 고팠을 것이다. 아기 1호는 작은 몸뚱이로 사료 그릇에 발을 담그고 오독오독 잘도 씹어 먹었다. 


고양이를 잘 몰랐던 때였지만, 밥 먹는 1호를 보고 나니 1호를 낳아주고 이렇게 길러 준 어미 고양이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꼈던 것 같다. 그날 이후 1호는 침대로 올라와 내 머리맡이나, 팔 안쪽에서 잠이 들었고, 오래된 원룸의 베란다였지만 그곳에서 폴짝폴짝 먼지를 뒤집어쓰며 건강하게 뛰어놀았다.


지금은 6살의 잔병치레 없는 건강한 고양이로 잘 살고 있다. 비록, 장난감에는 시큰둥 엄마 눈치보는 것은 만렙 고양이가 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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