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에게 동생이 생겼다
둘은 성격, 취향면에서 많이 달랐다.
일단 합사과정에서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는데, 당시 원룸에 살면서 1호를 외동묘로 키우고 있던 나는 합사를 성공적으로 해낼 만큼 배려있고 능숙한 베테랑 집사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2호를 퇴원시키고 좋은 입양처를 알아보기 위해 커뮤니티에 글을 올릴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1호와의 합사에도 많이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2호의 입양 희망자들은 모두 다양했고, 사진 속의 윤기 나는 검은 털에 보석같이 박힌 두 눈동자의 아기 고양이를 가족으로 들이고 싶어 했지만 나는 주춤했다. 이가 나기 시작하면서 아기 2호의 이빨이 날카로워졌고 여리고 가는 발톱으로 나와 동생의 팔다리를 조금 심하게 할퀴어대기 시작했다. 당시 내 종아리와 손등 발등은 '매 맞는 아내'와 맞먹을 정도로 할퀸 상처가 많았는데, 이 시기에 2호를 보내게 된다면 성장기 때 나오는 작은 버릇 때문에 '파양'을 당할까 염려가 되었기 때문이다. (입양한 입장에서는 그 버릇이 평생 가는 거 아닌가?라고 충분히 걱정할 수 있었다.)
입양 신청서를 보낸 이들 중 그래도 가장 1순위로 뽑고 있었던 곳은 분당의 한 가정집이었는데, 아이가 아플 때 치료해 줄 수 있는 경제력은 충분히 있어 보이는 가정이었다. 이미 노묘인 한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고 무엇보다 그 고양이가 너무도 얌전해서 자신들은 작은 아기 고양이 한 마리 정도는 가족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단란한 4인 가족. 초등학교 저학년인 남자아이, 유치원생인 여자 동생이 있는 중산층 가정... 이 이상적인 조화 속에서 2호가 아이들을 할퀴기라도 한다면 완벽한 조화 안에서 '명백한 부조화'로 낙인찍혀 버림받을까 두려웠다.
그래서 보내지 아니하였다.
사실, 그분들은 내 생각이상으로 좋은 분들이었을 수도 있다.
내가 최선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보낼 수가 없었다.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우리 가족이니까. 나의 두 번째 딸 2호.
심심찮게 둘의 다툼을 목격하고 있고 그로 인해 내 스트레스 지수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릴 때가 있지만, 둘을 키우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큰 싸움을 방지하기 위해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아이들의 스트레스가 높아지지 않도록 많이 놀아주려고 노력한다. 물론, 엄마가 놀아주는 것에 아이들이 얼마나 만족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더군다나 이제 각각 다섯 살, 여섯 살이 된 성인 고양이들이라 웬만한 낚싯대는 거의 다 가지고 놀아봤고, 웬만한 간식도 씹어 먹어 보았다. 그랬으니 놀고, 먹는 것들에 흥미가 조금 떨어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 그게 나의 가장 큰 근심이다. 뭘 해도 별 반응이 없는 아이들.
어린이 시절에는 '이렇게 놀아줘도 저렇게 좋아한다고?'라고 별거 아닌 놀이에도 쉽게 흥미를 느꼈던 아이들이 그립기도 하다.
그만큼 나 역시 '만렙집사'가 되어야 하지만 나는 또 그렇지 못하다. 내 열정이 부족해서 아이들이 고생하는 것은 아닌가 늘 고민하고 질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