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함을 추구하지만 꼭 중요한 실수를 해요
고백하자면 나는 꽤 덜렁이다. 믿지 않겠지만 '덜렁이'들에게는 완벽하고자 하는 나름의 지향점이 있다. 그 지향점에 지극히 몰입한 나머지 종종 균형감을 잃을 수 있는데 그렇다 보니, '그 어려운 걸 하는 사람이 이 간단한 걸 빼먹었네?'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뭐 그렇다고 대단한 걸 해낸 적은 없지만) 나 같은 경우는 건망증까지 옵션으로 달고 있어서 빼먹고 잘못한 것들을 며칠 후에야 생뚱맞은 장소나 시간대에 번득 스치고 지나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과장을 한 스푼 얹어서 한낮에 귀신을 본 사람처럼 약간의 소름이 돋는다.
얼마 전의 일이다. 중고 거래로 책을 팔게 되어 구매자에게 두 권의 책을 보내주었어야 했지만, 한 권만 보내고 나서 흐뭇해서 집으로 돌아왔던 적이 있다. 이틀 후 본가에 가서 과일을 깎아 먹다가 갑자기 나머지 책 한 권은 보내주지 않았다는 게 기억이 났고, 때마침 구매자로부터 나머지 책 한 권이 도착하지 않았다는 사진과 짧은 톡이 와 있었다.
추정컨데, 그날도 구매자에게 책을 빨리 보내주고 싶은 마음에 꽤 서두르다가 책 한 권을 빼먹은 것 같다. 책을 깨끗한 포장지에 싸고, 적당한 택배 상자를 구해서 신속하게 보내야겠다는 생각만으로 머릿속이 꽉 차서는 보내야 할 책 두 권을 동봉해야 한다는 사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대개 이러한 패턴으로 힘들거나 어렵지는 않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사소한 실수를 하곤 한다.
이건 사실 고소감(고소당할)이긴 한데 조용히 고백해 본다.
몇 년 전 1호를 입양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일이다.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 준비를 하고, 1호의 밥그릇 과 물그릇을 점검한 후에, 가지고 놀다 씹어 먹기도 하는 낚싯대 장난감은 모두 서랍 속으로 넣었다. 바삐 나가야 해서 "1호야, 집 잘 보고 있어." 하고 아이를 보고 나온 것 같다고 착각하면서 현관문을 닫고 나왔다.
퇴근하고 집으로 왔더니 한동안 아이가 잠만 잤던 걸까 고요했고 어지럽혀진 흔적도 없었다. 밥그릇의 사료도 거의 그대로인 거 같고, 베란다에서 또 날파리를 쫓아다니는가 싶어 계속 1호를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분명 어딘가에 숨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좀 더 크게 여러 번 불렀는데, 내 말소리 끝에 희미하게 1호의 목소리가 겹쳐 들려왔다. 무언가 멀리서 대답하는 듯도 하고, 1호의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나는 다시 부르면서 소리가 나는 쪽으로 귀를 기울였더니, 옷장 안에서 1호의 가느다란 '야옹'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 순간, 머리를 스치는 또 한 번의 소름.
옷장 문을 열어 보았더니, 힘들거나 억울한 기색도 없이 1호가 '반짝' 하듯이 튀어나왔다.
"미쳤어, 미쳤어!!"
그래, 나 미쳤다. (미치지 않고서야!)
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 옷장 문을 열었다 닫는 사이 작고 재빠른 1호는 옷장 속으로 들어가 버렸던 것이다.
대략 10시간 정도 감금 된 상태로 옷장 안에 있었던 1호는 원망하는 기색은 없이 그냥 이제라도 나오게 되어 다행이라 여기는지 나를 보자 얼굴을 비벼댔다.
옷장 안에서 잠이 든 것인지, 똥오줌도 하나 없이 깨끗하게 1호가 있었던 이불장은 깨끗했다. 출근 준비를 하면서 1호의 물그릇, 사료, 장난감 등을 점검하면서 정작 중요한 내 고양이는 챙기지 않았던... 그날의 실수를 잊지 못한다. 비록 이제는 추억이 되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고 마는 이 세상의 덜렁이들이 나는 조금 짠하다. 우리는 정말 다 잘하려고 그러는 것인데, 꼭 어디 한 군데서 빈틈이 생긴다. 그런 내 자신이 멍청이 같고, 나의 모자람이 그렇게 밉고 쓰리다. '잘해보려고 그랬으니 용서'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른 '관용'과 따듯한 '격려'를 바라고 있다.
에피소드가 더 있지만, 글이 너무 길어지면 읽는 사람들도 피곤하니 소인은 이만 물러갑니다.